[411호 에디터가 고른 책]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외 5권
우리가 연루된 것들에 대한 성찰
“이 글은 점점 약해져 가는 아버지와 동행하며, 아버지도 살고 나도 살기 위해 우리의 삶 속에 자기 뜻을 드러내시는 궁극적 존재를 찾는 나의 자구책이다.”
자신과 주변 문제를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신학적 차원에서 성찰하고 가시화하는 책을 좋아한다. 이런 유의 책이 성공적으로 쓰였을 때는, 자기 삶에 대한 이해가 주변 삶에 대한 책임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금 사회적·정치적 책임으로 확장되는 사유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약해진 자들과 동행하는 삶의 해석학’을 부제로 달고 있는 이 책도 그랬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아버지와 합가하여 동행하면서 겪은 내·외면적 갈등이 기독교윤리학자인 저자 자신과 우리네 사회와 교회를 향한 성찰로 꽃피운다. 저자가 기독교윤리학자로서 연구 주제로 삼아온 “젠더, 환대, 인권, 사회 복지 등”은 ‘치매’를 둘러싼 이슈와 교차점이 많은 영역이다. 망설임과 머뭇거림 가운데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인류학에 입문하면서 타자를 연구하겠다고 발품을 팔기 시작하니 이곳저곳에서 ‘아버지’가 나타났다. 나를 반기면서도 불편해하는 사람들, 내 믿음을 수상쩍어하는 시선들, 내 감정을 휘저은 사회적 고통을 별것 아닌 듯 만드는 제도와 미디어. 고심하다 늦게 시작한 학문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내 아버지를 떠나듯 ‘아버지들’의 세계와 홀연히 작별하지 못했다.”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를 읽다가, 자꾸만 먼저 사둔 이 책이 떠올랐다. 아마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서문 때문이었으리라. 저자의 아버지도 말년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심해져 요양병원에서 지내시다 팬데믹 때 코로나에 확진되어 결국 제대로 된 임종 없이 돌아가셨는데, 이 책에 실린 글에서 자본주의와 노인, 의료 문제와 연결되어 서술된다. 중국과 빈곤 연구에 천착해온 인류학자인 저자가 쓴 칼럼을 포털사이트에서 가끔 검색해 읽어보는 까닭에 구입하게 된 책으로, “‘남이 저지른 범죄에 연관됨’이라는 사전 뜻이 아니라 잇닿고(連), 인연을 맺으며(緣), 묶어내는(累) 감각을 확인하는 일”로서 ‘연루됨’을 고찰한다. 빈자·노동자·장애인·여성·노인·이주민 등을 둘러싼 사회문제를 밀도 높은 언어로 쓴 칼럼이 책 내용의 주를 이룬다.
“지난 10년간 인류학자인 내가 세계와 대화하며 이해와 비판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들을 그러모은 것이다. 나에게 인류학적 세계 읽기란 단단한 이해를 거쳐 책임 있는 비판을 길어내는 과정이었다. … 타자를 이해하는 과정이 우리가 당연시해온 믿음, 가치, 윤리, 삶의 방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하길 바랐고, 이러한 비판이 무수한 세계의 마주침을 이끌어 삶의 이해를 확장하길 원했다.”
여호수아를 묵상하기 위해 고른 책들
내가 다니는 교회는 〈매일성경〉을 이용해 청년부 소그룹을 진행한다. 매일매일 묵상을 안내하는 본문 옆에 쓰인 가이드 ‘성경 이해’ ‘나의 적용’은 보수적이고 온건한 관점으로 쓰여 ‘QT집의 정석’이라 할 만한데, 좀 더 풍성한 시각과 다양한 논의도 살폈으면 싶은 인도자 입장에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번 1-2월에 다루는 본문은 ‘여호수아’와 ‘누가복음’으로, 인도에 앞서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성경 번역본으로 여호수아를 한 번 다 읽고, 즐겨 찾는 주석 시리즈와 새로 나온 여호수아 주석을 살펴보았다.
본문을 이해하는 참조 자료로 읽은 성경 번역본은 얼마 전 완역된 새한글성경. ‘다음 세대를 위한 공인역’을 내걸고 12년 동안 성서학자 30명과 국어학자 3명이 참여했다는데, 간결한 문장들이 속도감 있게 읽혔다. “여호와의 종 모세가 죽고 나서였다. 여호와께서 눈의 아들이자 모세의 시중을 들던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수 1:1)
“현대적인 강해 주석을 원하는 학생과 교사, 목회자, 사제 등의 필요에 부응하고자” 만들어졌다는 취지에 맞게, 본문을 해석하고 풀어가는 방식이 현학적이거나 복잡하지 않고, 문학적·역사적 측면에 대한 통찰이 묻어나 한 권씩 사서 참고하는 주석 시리즈다. 가끔 던지는 식의 고려가 마음에 든다.
“설교자 또는 교사들이 여호수아 9장의 신학적 의미를 탐구할 때 물어야 할 적절한 질문이라면 “어떻게 교회는 기브온 사람들 같은 인물들과 관계를 맺을 것인가?”이다. 비록 정직하지 않은 수단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들의 곤경에 동정심을 갖고 그들이 구원 받은 것을 기뻐해야 할 것인가, 또는 그들은 자격이 없거나 정직하지 않은 자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보호 받게 된 것을 꺼려야 할 것인가? 달리 말해서 여호수아 9장은 누구에게 복음인가?”
‘하나님의 이야기 주석’ 시리즈 첫 번째 번역본이다. 얼마 전 나온 신간으로, 신구약을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전제하고 내러티브 중심적으로 본문을 살핀다. 다른 고대 문헌과의 비교와 더불어, 모형론적 해석이 이해하기 쉬운 범위 내에서 제시된다. 평신도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고, ‘본문 읽기’ 자체를 충실히 읽도록 안내하는 점이 좋다.
강동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