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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건강에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사소하지만 귀찮은 증상이 끊이지 않아 건강하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2001년 봄날 허리를 다쳤다. 이후 10여 년간 통증을 달고 살았고, 2016년엔 척추유합술을 받았다. 기대와 달리 통증은 더 심해졌다. 회복이 불가하다고 생각하며 날마다 ‘죽음’만을 떠올렸다. 우울증도 깊어졌다. 정신과 치료와 운동(걷기)을 꾸준히 병행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다. 그동안 남편과 여행도 했고, 책도 쓸 만큼 회복했다. 그러나 통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적당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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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선
420호 (202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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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은 유독 고달팠다. 우리 가정의 중심축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엄격했고 강인했다. 늘 아버지 앞에서 주눅 든 상태로 보냈다. 그러다 IMF가 찾아왔다. 아버지는 명예퇴직을 신청하셨다. 그와 함께 세계가 무너졌다. 아버지가 무너지니, 가정도, 나의 정신세계도 무너졌다. 성적은 떨어졌고, 학교 폭력과 왕따를 겪었다. 정신과까지 다녀야 했다. 여파는 꽤 오래 지속되었다.고통은 결국 나를 교회로 이끌었다. 삶에 반복되는 고통을 창조주께 따지고 싶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냐고.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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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우
420호 (202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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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집을 잇는 교회 이야기9월호에 이어 10월호까지, ‘집’을 주제로 연속 기획물을 준비했습니 다. 희년함께 활동가들과 〈복음과상황〉 기자들은 지난여름 두 달 동안 여러 차례 만나 기획 회의를 하고, 인터뷰와 좌담을 진행하며, 원고가 다 모이면 함께 검토도 했습니다. 호흡이 잘 맞았고, 어느새 정도 들었 습니다. 앞으로 또 협업 기회를 만들기로 약속했습니다.지난 9월호 특집 주제는 ‘홈’이었습니다. 집을 둘러싼 우리들의 현 실 이야기를 폭넓게 다뤘습니다. ‘집이란 무엇인가’ 만화, 전세사기 피해자의 증언,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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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광·이철빈·김지만
419호 (202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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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과 전세사기로 인해 주거권이 위협받고 있다. 축소되는 지역과 비대해지는 도시 속에는 고립되는 노인과 죄스러워하는 환자들, 그리고 버거워지는 돌봄의 무게를 위태롭게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말했다. 연대감을 느낄 때 불안은 해소된다고. 산적한 문제 앞에서 불안에 압도되지 않으려 대화 모임을 열었다. 모임에는 오랫동안 ‘함께 살기’의 고민을 되새겨온 김재광 희년함께 대표, 박종운 변호사, 손병기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감사와 더불어 ‘공간 & 공감’ 연재 필자 박진영, 오지은 객원기자가 참여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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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광·박종운·박진영·손병기·오지은
419호 (202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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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의 주요 원인: 사회적 자본의 부재대한민국 존속을 좌우하는 시급한 과제를 꼽으라 한다면, 합계출산율 0.72명(2023년)이라는 초저출산 문제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OECD 선진국 중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숫자다.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주거·교육 등 자녀 양육에 필요한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고, 한국 사회의 과도한 경쟁과 양극화, 각자도생 시스템이 청년들에게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높은 집값과 불안정한 거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육아 부담은 부모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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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영
419호 (202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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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오늘날의 ‘집’ 문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불안정한 주거 문제에 관한 교회의 공동체적 실천 사례와 방향을 나누는 대담을 마련했다. (재)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이면서 대한성공회 수원교회를 사목하는 김홍일 신부와, 《어쩌면, 사회주택》(자음과모음) 저자인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이 만났다. 두 사람은 해외 교회의 주거 문제 대응 사례와, 한국 주거 문제의 현주소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다. 김홍일 신부는 빈민선교와 관상적 영성 운동을 해온 성공회 사제로서 청년 주거 공동체 ‘숨과 쉼’을 설립하고, 시민 출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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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최경호
419호 (202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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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신학생이었던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갈 무렵,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목회 사역을 시작했다. 군내버스가 하루에 두 번 들어가는 시골 마을 작은 교회에 전도사로 부임했다. 교인은 어른·아이 포함 스무 명 남짓이었고, 그 교회에서 사역한 8년 동안 교세는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월급쟁이 아빠가 갑자기 전도사로 업종 변경(?)을 하고, 광주광역시에서 전남 화순군 북면으로 거주지를 옮긴 셈이다. 생활상이 크게 달라졌다. 기억나는 일화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집’에 관한 것이다.어느 날 교회 핵심 멤버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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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광
419호 (202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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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함께는 매년 추석 전 주일을 희년실천주일로 지키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반(反)희년적 질서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한 희년실천주일 연합예배도 같이 열었습니다. 작년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예배했습니다.희년(레 25장)이 오면 그동안 쌓였던 빚을 탕감받고, 빼앗겼던 땅을 돌려받습니다. 저당 잡혔던 신체도 해방됩니다. 그야말로 모든 이에게 자유를 선포합니다. ‘희년-주의 은혜의 해’(눅 4장)를 선포하기 위해 오신 예수님도 당대의 희년실천을 몸소 증거해 주셨습니다.오늘 우리는 어떻게 희년을 선포할 수 있을까요?작년에 이어 올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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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광
418호 (202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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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천정연)벼 이삭이 알알이 차오르고 연둣빛 잎사귀가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절기 ‘소만’(小滿)처럼, 삶이 소소하고 충만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필명. 신문방송학과 시각디자인을 공부했고, 성미산학교에서 교사로, 바보들꽃과 대전여민회에서 활동가로 일했다. 〈여성신문〉에 연재한 육아 만화 ‘봄이와’를 책으로 펴냈고, 대전 독립운동·노동운동을 다룬 ‘스추라익1932’를 〈매일노동뉴스〉에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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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천정연)
418호 (202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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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렌트 제너레이션’(rent generation)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평생 임대 세대’라고도 하는데, 2030 청년 주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아, 꼭 부정적인 뉘앙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 세대에 인생의 필수 목표였던 ‘내 집 마련’이 지금 청년 세대에는 생애주기의 당연한 코스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고민과 감정, 전망과 선호가 뒤섞여 있습니다.‘집을 장만하면 좋겠지, 장만할 수 있을까, 어느 세월에…’‘아니라면 또 어때, 그보다 더 좋은 거, 중요한 것도 많은데…’‘집’에 관해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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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만·박하영·정소리·김신휘
418호 (202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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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뭐라 말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에 이르렀다. 곤혹스러운 건 신앙생활을 안 하다가 망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교회의 열심과 헌신은 지금도 대단하다. 새벽기도도 열심이고, 다독을 넘어 필사할 정도로 성경 말씀을 사랑하는 교인들이 상당하며, 사회봉사 활동은 양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타 종교를 압도할 정도이고, 자신이 믿는 성경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나가 외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돌아보면 구약 이스라엘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선민을 자처하며 여호와만을 믿었던 구약의 이스라엘이 남과 북으로 두 동강 나고 결국 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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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업
418호 (202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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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입니다. 모두 안녕하신가요?이맘때쯤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주거 정의’를 상상하던 날 말입니다. 저는 이주인권 활동가로 이주민과 이주 배경 식구들과 동행하며, 여름과 겨울이 얼마나 무서운 계절인지 생생히 경험했습니다. 지구의 회복력을 넘어서는 소비의 결과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작고 낮고 외롭고 연약한 이들이 가장 심하게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더운 날은 더욱 덥고, 비 오는 날은 집 안에 물이 차고, 추운 날에는 웃풍이 심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기후위기의 책임을 고스란히, 더 심하게 짊어진 식구들을 보며 이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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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영
418호 (202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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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개발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전제로 시행된다. 국가정책 차원에서 개발이 진행될 때, 과연 그 수혜는 모두에게 돌아갈까? 그렇지 않다. 삶의 터전을 잃고 내몰리는 이들이 언제나 존재했기 때문이다.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우리 사회 주거권 문제의 최전선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왔다. 신학대학 시절 도시빈민선교회에서 빈곤·철거민 운동에 뛰어들었고, 2007년부터 주거권 실현을 위한 단체에서 뉴타운 지역 세입자들을 조직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 참사 소식을 듣는다. 곧바로 현장에 간 그는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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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418호 (202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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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자치구 중 하나인 노원구에는 이들을 위해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활동해온 특별한 단체가 있다. 2021년 정혁구 대표가 설립한 NPO 더불어하나되는다음세대(이하 ‘더하다’)이다. 정 대표는 북한이탈주민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더 나아가 남북 주민이 어울려 살아가는 통합 사회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입주한 사무실을 찾아가 정 대표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2021년부터 ‘더하다’의 대표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어떤 단체인지,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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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녹
417호 (202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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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폭격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6월 22일 주일, 임진강 너머로 북녘땅이 보이는 임진강언덕교회로 향했다. ‘북녘땅이 건너다보이는 파주 DMZ평화교육원에서, 초대교회처럼 공동체가 살아있는 예배를 드리고자 안내합니다’라는 교회 창립 광고를 읽고, 그 모습을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경계에서 드리는 예배는 어떤 모습일까?임진강언덕교회는 매 주일 오후 3시 DMZ평화교육원 1층에서 예배한다. 강경민 일산은혜교회 은퇴목사(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와 안재영 대표(DMZ평화동행)가 합심해 만든 예배 공동체다.임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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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녹
417호 (202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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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간이제는 무감각해질 정도로 진부한 표현이 되었지만, 인류는 사상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지진이나 허리케인처럼 멈출 줄 모르는 자연재해, 대형 화재나 붕괴,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사태를 말하는 게 아니다. 비만이나 당뇨 같은 대사 질환 증가, 의학과 과학의 발달에도 사망률 1위인 각종 암, 꾸준히 증가하는 자살률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는 바로 독자 여러분과 나를 포함한 모든 인류의 멸종에 관한 것이다.‘멸종’이라니,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좋아한다면, 6개의 인피니티 스톤으로 압도적인 힘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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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
415호 (202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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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은 유전자를 통해 정보로 전해진다. 인간은 위험 신호를 본능적으로 저장하고 중요하게 다루면서 생존해왔다. 지형을 익히고 도구를 사용하는 등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인류가 축적해온 정보와 기울여온 노력을 압도하는 변화, 대멸종을 앞당기는 기후위기의 시간 가운데 서있다.문제는 우리가 마주한 이 위기를 해결해야 할 정치가 실종된 듯 제 기능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7월 ‘녹색’과 ‘정치’가 교차하는 연구와 활동을 하겠다며 ‘녹색정치연구소’(greenpolitics.kr)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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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치연구소
415호 (202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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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 왜 인간은 악에 매료되는가?질문 2 : 수전 손택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시대’라고 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남의 고통을 유희하고 있다며 그는 현대 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지점에서 묻고 싶다. 과거의 악과 현대의 악은 같은가? 다른가? 무엇이 같고 다른가?질문 3 : 저자께서는 한 인터뷰를 통해 ‘인간의 악’을 연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서점에서 심리학 이론서들을 살펴보던 중 어네스트 베커라는 죽음심리학자의 《죽음의 부정》이라는 책의 제목에 이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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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414호 (2025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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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악한 사람인가요? 아니면 선한 사람인가요? 당신은 나의 적인가요? 아니면 나와 같은 편에 선 사람인가요?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의 질문들처럼 너무 둘로만 나누지는 않았으면 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는 말이 있고, 형들의 악을, 하나님은 선으로 바꾸셨다는 요셉의 신앙고백이 충분한 감명을 주니 말이다. 선한 사람도 뒤틀리면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고, 악한 사람도 개과천선할 수 있다.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악은 어디에나, 사실은 내 안에 가득한 것이니 악을 단정하는 일이 절대 쉽지 않다.온 국민이 심리적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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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414호 (2025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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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출 20:16)교회를 다니는 사람 중 위 성경 구절을 모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 교회를 다녀본 적 없는 사람도 기독교가 거짓말을 죄로 여긴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기독교인들의 수가 심상치 않게 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총선 결과가 조작되었으며, 여기에는 중국의 개입이 있었다고 믿는다. 비록 객관적인 증거도 없고, 지금까지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되었지만 말이다.사실 기독교와 음모론 혹은 허위 정보의 결합은 이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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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
413호 (2025년 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