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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이미지를 마주한 지식인이라면 TV를 보다가 흠칫 놀라 채널을 돌리게 하는 광고가 있다. 국제구호단체의 광고인데, 주로 아프리카의 열악한 주거 및 의료 환경과 병약한 아이들 모습을 보여주면서 후원을 부탁하는 영상이다. “그런데 왜 굳이 채널을 돌리기까지…”라고 물을 수 있겠다. 굳이 변명하자면, 그런 영상에 진지하게 혹은 적절하게 반응할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가볍고 즐거운 콘텐츠를 소비할 때의 심리는 주로 현실의 무게를 덜고 싶은 마음, 즉 현실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경우가 많다. 그
시대를 잇는 읽기
김상덕
393호 (202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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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학은 길을 잃었다. 그 목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1)미로슬라브 볼프와 매슈 크로스문의 《세상에 생명을 주는 신학》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신학 서적이 쏟아진다. 불필요한 책이 있겠느냐만 때론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목사라는 직분, 목회라는 업무가 단순히 신학으로 덕질을 하는 건 아닐 텐데 싶어서 말이다. 과연 이런 주제와 서적들이 실질적 목회에, 그리고 그 목회 업무를 통해 돌봄을 받는 성도들 삶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볼프 역시 다소 회의적으로 현대의 신학 기조
시대를 잇는 읽기
황정현
392호 (2023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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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 당시 대다수 교회가 현장 예배를 비대면(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예배당 중심 신앙생활에 익숙한 한국교회 상황을 고려할 때 비대면 방식으로 하는 신앙생활은 낯설었고, 비대면 방식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됐다. 그동안 교회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예배와 설교 영상을 업로드하고 ‘다시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도왔지만 실시간 온라인 참여 방식은 아니었기에 비대면 예배의 적절성 여부는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1) 온라인 세례와 성찬이 가능한지, 온라인 성도들에게도 교인으로서 동일한 권리와
시대를 잇는 읽기
김승환
391호 (202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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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3년 2월 16일 기윤실이 발표한 〈2023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자료집〉에 실린 ‘우리의 믿음을 넘어, 우리를 향한 믿음으로’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자료집은 기윤실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들어가며: 여론조사 결과를 ‘읽는다’는 것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기독교 시민단체 중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편에 속한다. 〈복음과상황〉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 전체로 보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기독교 사회운동과 기독교 언론의 좌표는 어디쯤에 찍힐까. 기윤실이 3년마다
시대를 잇는 읽기
신하영
389호 (2023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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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변호미로슬라브 볼프는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삶의 이야기를 신학의 언어로 풀어내어 진솔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한 신학자다. 어린 시절 그는 동네 사람들이 이념과 사상의 대립으로 서로 싸우던 모습을 지켜봤으며, 아버지가 공산주의자들에게 심한 고문을 당하고 작은형이 군인들의 실수로 죽는 사건을 경험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엄청난 상실과 고난을 경험한 볼프에게 용서와 화해는 그저 신학적인 관념이 아니었다. 실존의 문제였고, 어떻게든 풀어내야 할 삶의 현실이었다. 용서와 화해는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확연히 구분된다.
시대를 잇는 읽기
최경환
388호 (2023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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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와 ‘안전’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간섭받지 않고 개인의 이익과 욕망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고 불의의 사고 혹은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좀 더 안전한 사회, 둘 다 누구나 원하는 사회 모습이다. 그런데 그것이 국가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가 시민사회 각 영역에 침투하여 전반적인 지배 논리가 된 현실에서, 국가가 강조하는 ‘자유’란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에 사회를
시대를 잇는 읽기
김민수
387호 (2023년 0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