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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진지하게 물었다. 인간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것이 가능한가? 신화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사는 건 아니냐?처음 받아본 질문도 아닌데, 받을 때마다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하나님 나라가 임하여달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고, 세계의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그것도 2천 년 동안 기도해왔는데, 여전히 응답은 요원하다. 그러니 신화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는 말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신화적 세계관 속에 머물러있다는 말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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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식
407호 (202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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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믿음의 종교라 말한다.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는 믿음을 전제한다. 로이 클라우저는 《종교적 중립성의 신화》(아바서원)에서 궁극적 실재에 대한 믿음을 종교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종교’는 실재에 대한 물음으로, 실재는 종교 영역뿐 아니라 과학이나 수학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학문에는 종교적 신념이 전제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나가는 책이다. 수년 전 이 책을 선물로 받았는데, 최근에야 펼쳐 들었다.믿음이란 무엇일까? 믿음과 행동, 신앙과 실천, 신학과 윤리에는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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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식
406호 (202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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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탈교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교회가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린이들로 북적거리던 교회는 이제 노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탈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탈기독교시대 교회》(두란노)는 미국 교회의 탈교회 현상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2020년 미국 교인 수는 전체 인구의 50% 이하로 떨어졌고, 미국 교회 중 69%가 100명 이하 규모의 작은 교회이고, 출석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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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식
405호 (202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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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선과 악은 명확하게 구분 가능한가? 20대에 종종 들었던 표현 중 하나가 ‘박쥐 인간’이었다. 영어로는 ‘배트맨’이겠지만, 그런 뜻이 아니었다. 자기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인간,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늘 고민만 하는 인간, 양다리를 걸치는 인간이란 뜻에서 박쥐 인간이었고, 이를 전문용어로 ‘회색분자’라고 부른다. 회색분자를 영어로 ‘Fence Sitter’라고 한다. 직역하면 ‘울타리에 걸터앉아있는 사람’, 어느 편에 서지 못하고 중립을 지키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선악을 구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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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식
404호 (2024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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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대전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성서대전이 커진 적은 없다. 10명 남짓한 실행위원들이 각자 회비를 내고, 주변 지인들에게 후원을 요청해 근근이 이 모임을 이끌어왔다. 성서대전 활동을 중단하는 것도 진지하게 논의했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일이 많지 않았고, 많을 수도 없었다. 실행위원들도 모두 각자 일터가 있었고, 재정도 현저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성서대전은 정말 작고, 정체성 역시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가끔 성서대전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을 받곤 한다. “성서대전은 누구를 위한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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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식
403호 (202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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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대전 이야기를 연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복음과상황〉 400호(2024년 3월, 송지훈이 만난 활동가)에 성서대전 대표로서 인터뷰했는데, 그것으로 부족했나? 한 번도 아니고 총 여섯 번을? 성서대전을 알릴 좋은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말로 일단 수락은 했지만, 그때부터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써야 하지?성서대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목회를 시작한 이유, 목사가 된 이유, 그리고 교회를 개척한 이유를 잠깐 언급하려 한다. 교회 목회와 성서대전 사역은 결코 분리될 수 없고, 분리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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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식
402호 (202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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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기억이라 하면 머리에 남은 어떤 정보만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기억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보면 냄새, 색깔, 촉감, 온도 등 우리의 감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몸의 기억은 일상의 습관과 경험,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 녹아들어 삶에 영향을 미치지요. 슬픔, 행복, 불안 등 감정 역시 몸의 기억에서 시작될 때가 있습니다. 몸의 기억은 상당히 본능에 가까운 반응을 일으킵니다. 환대의 경험과 친밀한 감정의 온도, 친구들과의 추억, 고향을 향한 그리움 등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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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훈
394호 (202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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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저는 성을 쌓고 과격하게 싸우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농’(籠) ‘성’(城)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길가 한 모퉁이를 가로막고 있는 농성 천막과 커다란 글씨가 박힌 현수막이 주는 과격한 느낌 때문이었을까요. 농성장이라는 곳은 무언가 싸움을 하는 곳, 전투를 벌이기 위한 최전선 기지처럼 보였습니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항하는 직접행동’이라는 사전적 설명보다, 스스로 세워놓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해 농성이라는 단어는 ‘과격함’ ‘폭력’ ‘공포’ 등 부정적인 느낌으로만 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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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훈
392호 (2023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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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에서는 길 위에서 투쟁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멋있어 보여 따라나섰다가 큰코다쳤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 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곳에서 마주한 다양한 얼굴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네덜란드 화가 히로니뮈스 보스(Hieronymus Bosch, c.1450-1516)가 그린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Christ Carrying the Cross)는 제가 인상 깊게 봤던 그림 중 하나입니다. 작가는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다소 괴이하고 익살스럽게 그렸는데요. 그림을 보면 성직자와 군인으로 보이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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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훈
391호 (202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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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기도회복음과상황 기자님께 ‘왜 이 일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받는 날이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한참 고민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문장 이상으로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멋져 보여서요!’ 지금부터 이 일이 멋있어 보였던 이유를 제 생각대로 말해볼까 합니다.IMF 이후 급증한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은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냈습니다. 비정규 노동은 말 그대로 특정 계절이나 시기에 업무를 제한적으로 고용하는 방법입니다. 사실 퇴직급여나 복리후생 기준도 정규직과 달라서 정규직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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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훈
390호 (2023년 0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