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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아주 특이한 신흥종교가 있다. 기독교와 불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사람이 이 종교를 믿는다. 이 종교를 뭐라 부를까 고민하다가 이름을 붙여보았다. ‘부모전능교’. 시중에 나오는 책들을 보면 이 종교의 실체가 보인다. ‘엄마’ 혹은 ‘부모’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의 제목을 보자.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 ‘아이의 영어는 부모하기 나름이다’ ‘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엄마의 비밀’ ‘두 아이 영재로 키운 엄마표 교육밥상 에듀푸드’ ‘부자의 싹은 부모가 키운다’ ‘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프랑스 부모들의 십계명’ ‘사춘기 자녀의
우울증 권하는 교회를 넘어서
정태형
413호 (202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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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혼이 흠도 아니잖아?’ 이혼한 사람을 위로한답시고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이 이혼한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질문 3위에 올랐다고 한다.1) 한 유명 연예인은 설문 결과를 듣고 무심결에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우리끼리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지 조금은 흠이다.” 이 짧은 말속에 이혼 후 겪은 많은 고통이 함축되어있다. ‘흠’은 상한 자국이라는 뜻이다. 이혼 후 남들의 시선이나 자책으로 생긴 생채기가 흠이 되기도 했겠다. 겉으론 멀끔해 보여도 마음과 인생에는 지우지 못할 흠이 남는 것이다. 그만큼 속앓이도 많이
우울증 권하는 교회를 넘어서
정태형
412호 (202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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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는 용서의 종교다. 조폭 두목도, 정치 깡패도, 고문 기술자도 용서를 받고 목사가 될 수 있다. 많은 교회에서 이들을 불러다 간증을 시킨다. 단상 앞에 나와 과거에 얼마나 추악했는지를 이야기하면, 함께하는 성도들은 감탄하며 손뼉을 친다. 더 이상 과거를 추궁하지 않고, 깨끗이 잊어준다. 너무 과해서 논란이 될 정도다. 그런데 잘 용서해주지 않는 죄가 있다. 바로 ‘혼전순결’을 어긴 죄다.정말 그러한가? 검색창에 ‘◯◯◯ 죄책감’을 검색해보자. ‘거짓말’을 넣으면, 기독교 관련 글이나 영상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폭력’도 마
우울증 권하는 교회를 넘어서
정태형
411호 (202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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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기업을 표방하는 회사가 있었다. 대표자는 독실한 신앙인으로, 새벽기도회, 금요기도회 등 신앙 활동에 열심이었다. 다양한 선교단체에서 하나님 나라의 꿈을 가진 청년들이 그 회사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곳은 하나님 나라와 상관없었다. 일이 생기면 밤샘 근무를 당연하게 여겼다. 야근 수당도 없었다. 아침이면 1시간 일찍 출근해야 했다. 큐티와 기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나가지 않으면 사장한테 혼났다.1980년대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10년 전 이야기다. 더 놀라운 점은, 아침 기도회 때마다 가슴을
우울증 권하는 교회를 넘어서
정태형
410호 (202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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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할 힘도 없을 때“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 줄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노 플랜, 왜냐?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인생이.” 영화 〈기생충〉 주인공 기택의 대사다. 기택은 실패가 너무나 아파서 더 이상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기로 한 사람이다. 기택이 이 대사를 했을 때,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다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웃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웃을 내용이 아니었다. 실패가 너무나 아파서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는 말이 우리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
우울증 권하는 교회를 넘어서
정태형
409호 (202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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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재는 본지 400호 기념 ‘연재 기획 공모전: ‘복음’과 ‘상황’을 잇다’ 우수상 수상작입니다.우울증을 권하는 교회를 본 일이 있는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그런 교회를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그리스도인들은 본 일이 있는가? 없다고 답하기는 쉽지 않다. 우울증으로 아파하는 그리스도인이 많기 때문이다. 신앙적으로 헌신된 사람들이 모이는 선교단체에도 우울증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예배 시간에 위로와 소망이 설파되는 교회에도 우울증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우울증 때
우울증 권하는 교회를 넘어서
정태형
408호 (2024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