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호 우울증 권하는 교회를 넘어서]

한국에는 아주 특이한 신흥종교가 있다. 기독교와 불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사람이 이 종교를 믿는다. 이 종교를 뭐라 부를까 고민하다가 이름을 붙여보았다. ‘부모전능교’. 시중에 나오는 책들을 보면 이 종교의 실체가 보인다. ‘엄마’ 혹은 ‘부모’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의 제목을 보자.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 ‘아이의 영어는 부모하기 나름이다’ ‘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엄마의 비밀’ ‘두 아이 영재로 키운 엄마표 교육밥상 에듀푸드’ ‘부자의 싹은 부모가 키운다’ ‘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프랑스 부모들의 십계명’ ‘사춘기 자녀의 1등 진로를 찾는 부모의 4가지 태도’…. 이를 종합하면 이 종교의 얼개가 완성된다. 부모전능교가 말하는 부모는 국어·수학·영어 등 자녀의 학업을 좌우하는 선생이며, 자녀의 뇌와 몸의 건강을 책임지는 영양사이며, 자녀에게 딱 맞는 진로를 찾아주는 컨설턴트이며, 자존감을 높여주는 상담가인 동시에 부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펀드매니저다. 자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존재다. 따라서 자녀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부모의 책임이다. 자녀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는 것도, 자존감이 낮은 것도,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것도, 키가 작거나 체력이 약한 것도,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도 모두 부모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란 불가능하기에 부모전능교를 따르는 부모들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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