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호 에디터가 고른 책]
원고를 편집하면서 가장 자주 하는 일 중 하나는 국어사전을 검색하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지 확인하고, 쓰임이 정확한지 점검해본다. 가끔 새로운 단어의 명확한 뜻을 알게 될 때는 뿌듯하다. 그런데 뜻이 쉽게 잡히지 않는 단어들도 있다. 의미와 쓰임이 너무 많을 때. 사전을 봐도 얻는 게 별로 없는 느낌이 든다.
내게는 기독교 교리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이 가끔 그렇게 느껴진다. 교회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가 나열된 표지를 보고 이 책을 고른 이유다. 의, 복음, 용서, 생명, 십자가, 믿음, 은혜, 교제, 소망, 구원, 평화, 종교, 거룩함, 사랑, 증인. 저자는 이 15개 단어가 신약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눈에 띄는 단어들이었다고 한다. 이 단어들이 신약신학의 틀을 ‘지탱하는’ 중요한 개념이라고 소개한다.
이 단어들은 적어도 그리스도인들에겐 간단하게 설명하기 벅찬 것들이다. 각 단어의 쓰임과 뉘앙스를 어디서부터 짚어야 할지 막막한 건 우리가 이 개념들을 너무 다양하고 크게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김주련 작가는 《어린이를 위한 신앙낱말사전》에서 “신앙의 언어를 오염시키지 않으려면 언어를 작게 사용하는 훈련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작은 언어로 사용한다는 것은, … 그 언어를 하나의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사건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면서.
저자는 각 단어의 뜻을 되살리기 위해 1세기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사용했는지 찾아서 설명한다. 사전적 정의로 끝내지 않고, 신약 핵심 본문에서 의미를 살펴본다. 구약의 맥락과 1세기 그리스와 로마 세계의 연관성과 연결해 탐구한다. 현대의 관습적 쓰임을 벗어나 성경 문맥 속의 의미를 찾는 셈이다. 이는 성경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로부터 멀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성경이 주로 종말론, 곧 하나님 백성과 하나님 세계의 최종적 구속과 회복에 관해 이야기할 때 ‘소망’을 사용할 거라고 가정했다. …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구약이 소망을 먼 미래에 있을 성취의 때에 관한 것으로만, 혹은 대부분 그런 것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스라엘은 종종 매우 ‘현재적’인 방식으로 소망을 고백했다.”
목차에는 15개 단어에 대한 짧고 명료한 요약이 소제목으로 담겨있다. 각자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고, 성경에서의 쓰임과 본래 의미를 찾아가며 이를 곱씹고 누려봐도 좋겠다.
정민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