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호 에디터가 고른 책] 《세이빙 어스》 외 5권

파국을 대하는 마음가짐

이번 호 특집에 맞추어, ‘멸종’의 문제를 다루는 책 세 권을 골랐다.

세이빙 어스 | 캐서린 헤이호 지음 | 정현상 옮김 | 말하는나무
세이빙 어스 | 캐서린 헤이호 지음 | 정현상 옮김 | 말하는나무

그리스도인인 저자는 “기후변화에 관한 한 가장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뉴욕타임스)로 불리는 저명한 기후과학자다. 그는 대중 강연을 해오면서 “공산주의자, 자유지상주의자, 미치광이, 요부 이세벨, 거짓말쟁이, 기후 숭배 제사장이자 적그리스도의 시녀” 등의 비난을 받아왔음에도 여전히 이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책은 기후위기를 대하는 집단의 태도를 ‘각성’ ‘우려’ ‘신중’ ‘비참여’ ‘의심’ ‘무시’로 구분한 후, 일반인이 각자가 살아가는 현장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사례, 통계 및 자료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각 사람의 연결된 작은 행동이 지구를 구해내는 미래로 우리를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신비로운 책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 | 로이 스크랜턴 지음 | 안규남 옮김 | 시프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 | 로이 스크랜턴 지음 | 안규남 옮김 | 시프

이라크 참전 용사였던 저자는 멸종을 불러오는 기후위기에 맞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인간 존재와 죽음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라 말한다. 저자는 먼저 과학기술이나 정치를 통한 각종 기후위기 해결책들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충분한 자료를 들어 반박한다. 결국 인간은 어떻게든 문명의 종말을 받아들이고, 멸종 곧 죽음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절망하지 않고 죽음을 준비하는 길이야말로 인류세 앞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열쇠임을 강조한다. 이 책의 인식은 인문학의 오랜 전통에 근거한다.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 | 손희정 지음 | 메멘토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 | 손희정 지음 | 메멘토

페미니스트 문화 비평을 업으로 해온 영화평론가인 저자가 독서와 관람의 기록으로 기워낸 조각보다. 저자에 따르면, 21세기에 와서 우리에게 주목을 받아온 볼거리는 ‘파국 서사’들이었다. 우리는 세계 종말의 이야기를 영화로, 드라마로, 웹툰으로, 소설로 보면서 즐겨왔다. 익숙해지고 익숙해져, 더욱 스펙터클한 장면을 원할 뿐이다. 파국, 종말, 멸종은 이제 우리를 충격으로 흔들어놓지 못한다. 하여 저자는 북반구 중심 이분법적 세계관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환상을 비판하는 각종 이론을 무기 삼아, ‘인류세’부터 ‘인간-너머’까지, “종말들”을 둘러싼 이슈를 대안 담론으로 펼쳐낸다.

“우리는 교묘하게도 우리의 관심을 파국의 원인으로부터 파국을 논하는 쾌락으로 흩어놓았던 대중적인 이야기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저항적인 연결들과 만나도록 이끄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강동석 기자

우리 독자가 쓴 책

본지에 소개되는 신간 대다수는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출판계의 불황을 고려하면 복상 편집부에 도착하는 책들은 단순한 홍보 자료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출판사들이 복상이라는 매체의 독자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새 책을 건네기에, 지면을 통해 가교 역할을 감당하려 한다.

때때로 독자가 쓴 새 책이 도착하기도 한다. 이 일을 하다 생긴 직업병이라면, ‘독자’와 ‘독자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여 세상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독자가 쓴 책은 신성하다.

서평가 되는 법 | 김성신 지음 | 유유
서평가 되는 법 | 김성신 지음 | 유유

출판평론가 김성신 독자가 서평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서평의 세계’로 초대한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하여 글을 쓰는 사람들과 함께 신나게 책의 세계를 구축해온 이야기가 흥미롭다.

저자는 방송과 언론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좋은 책을 소개하고 서평을 써왔다. 지금은 서평가를 발굴하는 서평가로 불린다. 본지에는 ‘결코 포기해선 안 되는 질문, 악에 대하여’(5월호)라는 글을 썼다.

길 잃은 별들과 함께한 수업 |&nbsp;김서은 지음 | 두란노<br>
길 잃은 별들과 함께한 수업 | 김서은 지음 | 두란노

위기 청소년과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김서은 독자는 사법형 그룹홈 ‘청소년 회복지원 시설’에서 청소년들과 인문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자는 “세상은 때때로 잔인하고, 그래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사느라 수고한 당신께 작은 희망의 빛을 전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본지에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본디 즐겁고 평안한 것’(2023년 9월호)이라는 글을 썼다.

나도 기다리고 있어 | 이새해 지음 | 아침달<br>
나도 기다리고 있어 | 이새해 지음 | 아침달

이 시집을 지은 이새해 독자는 목포에서 태어났고, 신학을 전공했다. 이 책 추천사를 쓴 박소란 시인은 “이새해는 특별한 눈을 가진 시인이다. … 시인의 보법은 특유의 신비를 머금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 평에 기대지 않아도, 51편의 시 모두 본지 독자들의 마음에 공명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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