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최종편집 : 2019.10.1 화 13:37
기사검색
   
> 뉴스 > 삶과 영성 | 이웃 곁으로 이웃 속으로
       
쉼힐링센터, 노동자의 마음 속으로
[345호 이웃 곁으로 이웃 속으로]
[345호] 2019년 07월 31일 (수) 16:01:03 홍윤경 goscon@goscon.co.kr

영등포산업선교회(이하 ‘영등포산선’)는 1958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노동자들과 함께해 왔다. 때로는 어용 노조 민주화 투쟁으로, 때로는 8시간 노동제 쟁취 투쟁으로, 때로는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자각을 일깨우는 교육으로, 그리고 다양한 소모임과 교양문화교실, 생필품 등의 공동구매, 노동자 금고와 공동주택조합 등의 협동운동으로 함께해 왔다. 그밖에도 투쟁 사업장 연대, 심리 치유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의 삶과 관련한 모든 부분을 지원하고 그 곁이 되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시대에 맞게 변화해 왔기에 영등포산선의 활동 방향도 함께 변화하였다. 노동자 권리에 대한 자각과 외침, 자주 조직 결성, 민주 노조 건설, 인식 개선 교육, 노조 간부 교육, 의사소통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역할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센터들을 설립해서 활동했다.

   
▲ 노동자 품 14기 수료식(K2코리아노조 집단프로그램)

상처받은 이들을 돌보는 쉼힐링센터
2011년 설립한 비정규노동선교센터는 기독청년학생과 신학생 교육 훈련, 기독교계와 노동계의 가교 역할, 기독교계 내 노동자 문제에 대한 인식 확산, 선교적 측면에서 투쟁 사업장 지원 및 지지자로서 역할을 감당해 왔다. 그리고 2016년 설립한 쉼힐링센터는 지치고 상처받은 노동자들과 사회활동가들의 마음을 돌보는 데 주력했다.

쉼힐링센터 일이 정말 소중하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이 노조 간부와 사회선교단체 실무자로 25년 넘게 일하면서 소진의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활동가로서 일하는 오랜 기간,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을 돌보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거나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활동가는 헌신적이어야 하고, 자신의 것을 챙기면 안 된다는 조금은 편향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안다. 활동가가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어야만 진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돌볼 수 있다는 사실을.

   
▲ 쉼힐링센터 2차 정기총회(노동자 품 토크콘서트)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개선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해 앞장서 싸우는 노동자, 사회적 상처를 치유하고 좀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회활동가, 이들은 이제까지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 데 너무나 인색했다. 이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우리 앞 세대의 많은 분들이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활동하면서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온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분들의 열정을 존경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하고, 삶과 연결되는 활동을 하려면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

쉼힐링센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노동자들과 함께 이런저런 집단 프로그램을 하다가 좀 더 확대할 필요를 느꼈고, 대상자의 확대, 치유 영역의 확대뿐 아니라 다른 단체들과 힘을 합쳐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사회 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이하 ‘통통톡’)이며 현재 11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쉼힐링센터가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다.

쉼힐링센터가 해 온 일들
쉼힐링센터가 최근 진행해 온 사업들을 소개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다음의 사업들은 쉼힐링센터 단독으로 진행한 것도 있고, 통통톡 등 타 단체들과 공동 혹은 협력으로 진행한 것도 있다.)

집단치유 혹은 자기성찰 프로그램
살다보면 가장 힘든 문제는 관계에서 오는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 친한 친구, 직장 동료, 이웃 등 모든 관계에서 다양한 종류의 좌절을 겪는다. 특히나 사회 변혁의 현장, 투쟁의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들은 참 미묘하고 복잡다단하다. 따라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면의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지, 타인들은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를 인식하고, 지혜롭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 청년비정규직 통합치유 프로그램 '마음방학'(숙박프로그램)

영등포산선은 2011년부터 ‘노동자 품’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다양한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장기 투쟁 사업장 노동자, 노조 간부 혹은 활동가, 감정 노동자, 보조출연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이다. 프로그램 장소도 영등포산선 안의 큰사랑방(왼쪽 사진)뿐 아니라 때로 공장 안에 들어가서, 때로 1박2일로 공기 좋은 곳으로 나가서 운영하였으며, 주관 단체도 때로 지역 노동단체나 서울시 힐링 프로젝트, 혹은 통통톡과 연계해서 다양한 모양과 형태를 띠어 왔다.

나아가 ‘노동자 품’을 수료했거나 현장에서 노동자 교육이나 상담을 진행하는 촉진자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체화하여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심화 과정, 강사 양성 과정, 전문가 과정도 ‘노동자 품 플러스’ ‘봄빛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보통 주 1회씩 6-8회 정도를 진행하지만 상황에 따라 격주로, 혹은 주말에 몰아서 하거나 1박2일씩 여러 번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틀 없이, 맞춤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복잡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의 내면을 알아차리고, 타인의 다름을 충분히 존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두 번 프로그램을 한다고 금방 달라지기는 힘들다. 그러나 관점의 변화,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은 이후 삶의 질을 통째로 바꿀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감정 노동자들을 위한 상담치유 사업
감정 노동자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지원센터’를 설립하여 감정 노동자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심리상담치유사업이다. 쉼힐링센터는 이 사업 중 서울 서남권역 사업단(컨소시엄 ‘마음과성장’)의 대표 단체로 3년째 활동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많은 감정 노동자에게 무료로 개인 상담과 집단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낀다. 다음은 한 참가자의 소감이다.

“매일 밤 울며 잠들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곳을 찾고 나서 조금씩 위안을 얻기 시작했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희미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그래도 괜찮다’라는 마법의 주문을 건네주셨고, 제가 저 스스로에게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는 위안을 합니다.”

   
▲ 청년비정규직 통합치유 프로그램(1차 상담역량 강화 교육)

정기적인 마음건강검진사업
‘마음건강검진’이라는 말은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신체 건강검진을 하듯이 마음 건강도 정기적으로 검진하여 자기의 상태를 알고 필요한 경우 돌봄과 치유를 받아야 한다. 작년(2018년)에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상근자를 대상으로 이 사업을 진행했는데 정말 필요한 사업임을 절감했다. 마음건강검진의 1차적 목표는 진단이 아니라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는 돌봄과 치유의 가장 좋은 출발점이다.

프로젝트 사업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사업비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자체 등에서 마음 돌봄에 대한 프로젝트 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서울시와 민관 협치 사업으로 청년비정규직 통합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만 39세 이하 청년들 중에서 비정규직, 사회활동가, IT노동자들에게 개인 상담, 집단 상담, 숙박힐링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상담자들에게도 ‘노동의 현실’ ‘사회활동에 대한 이해’ ‘노동자 상담의 현재’ 등 상담 역량 강화 교육을 하는 사업이었다.

사업 진행 초기에 그간 관계를 맺어왔던 청년 모임, IT노동자 커뮤니티, 시민사회단체 등에 구글신청서를 돌려 개인 상담 신청을 받았다. 예산상 80명 정도를 모집해야 하는데 이틀 만에 50명, 5일 만에 100여 명이 모여서 조기 마감되었다. 상담받기를 꺼리는 문화와 바쁜 연말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청년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프로그램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1회성으로 끝난다는 점이 아쉬웠다. 참여한 청년들도 그 부분을 제일 아쉬워했다. 이런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꼭 필요하다. 참여자의 육성을 한번 옮겨본다.

“항상 고통스러웠던 문제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문제도, 상담을 통해 다루고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 정말 소중했다. 나 자신에 대한 대화가 끝나지 않도록 계속해서 상담을 받고 싶다. 마음은 의식주다. 마음은 생필품이다. 마음 돌봄이 자살 예방이다.”

노동자를 이해하는 상담자와 마음치유활동가 양성
힐링, 치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많은 상담자가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투쟁과 활동을 지지하며, 그들의 용어에 친숙한 상담자는 많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 활동 경험이 있는 상담자 양성이 절실한 일이었다. 또한 현장에서 뿌리내리면서 상담 치유 사업을 기획하고 연결하는 ‘마음치유활동가’도 필요하다. 쉼힐링센터는 통통톡과 함께 이러한 상담자와 활동가를 양성하는 인턴십 과정을 운영하면서 그러한 일에 앞장서고 있다.

   
▲ 청년비정규직 통합치유 프로그램(3차 상담역량 강화 교육)(이상 사진: 영등포산업선교회 제공)

개인 상담 지원
집단 프로그램은 여러 명이 함께하기에 느낄 수 있는 놀라운 역동이 있다. 반면 개인 상담은 1:1 구조가 가진 힘이 있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상담자에게는 털어놓게 되고, 이는 말할 수 없는 자유함과 홀가분함을 가져다준다.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답을 찾기도 한다. 상담자는 다만, 좋은 안내자가 될 뿐이다. 다른 모든 부분에서는 의지를 발휘하여 잘 해내지만 내 마음에는 무딘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영역에서 힘을 불어넣는 것, 그것이 상담이고 그것이 치유이다.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왜 영등포산선이 이 일을 해야 하는가? 노동자들을 위한 수많은 선교적 과제가 있는데 과연 이것이 가장 중요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말은 나무하나 듣는 이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선교는 경청과 공감이 아닐까? 아름다운 저항을 하는 이들과 함께할 뿐 아니라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옆에 있어 주는 것, 눈물 흘리는 자 옆에 함께 있을 뿐 아니라 그가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내면의 이야기를 수용하고 지지하는 것, 이것이 기독교 정신이고 선교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윤경샘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런 얘기를 의논할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는지요.” 최근 한 사회활동가가 동료의 개인 상담을 의뢰하면서 나에게 한 말이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는,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사회활동가들도 마음이 힘겨워서 도움받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드러내기 쉽지 않고, 어디를 찾아가야 나를 이해해줄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안내해 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쉼힐링센터는 그 역할을 조금씩 감당해 가는 중이다.

 



홍윤경
본지 편집위원. 대표적인 기독교기업을 자처하는 이랜드에서 일하다가 노동조합 창립 멤버로 참여한 후 위원장,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2007~2008년 비정규직 해고 등의 문제로 진행된 510일의 파업 후 해고된 해고노동자이자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현재는 과거 자신처럼 상처 입은 노동자들을 돕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작은 교회를 섬기는 권사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 경제적 약자를 위한 따뜻한 금융 '다람쥐회'
홍윤경의 다른기사 보기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복음과상황 기사제보 광고문의 제휴안내 오시는길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03785)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3길 15 산성빌딩 104호 | 전화 : 02-744-3010 | 팩스 : 02-744-3013
발행인 : 김병년 | 이사장 : 황병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년
Copyright 2008 복음과상황.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con@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