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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살리고 함께 행복해지는 생협 운동
[349호 이웃 곁으로 이웃 속으로]
[349호] 2019년 11월 29일 (금) 10:19:28 박경순 goscon@goscon.co.kr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
인간은 참 묘한 동물입니다.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여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심지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도 서슴없이 저지르지만, 다른 한편으론 신념을 위해서 이름 없이 일생을 바치고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하지요.

그런데 여기, 세상의 잣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있습니다.
목사이면서 농사를 짓고 그것도 모자라 유기농쌀라면을 트럭에 싣고 전국을 떠돌며 장사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기독교환경운동, 학교강의, 목회활동 등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분입니다. 바로 서로살림농도생협 이사장님입니다. 또 배재석 국장님은 12년 동안 책읽기 모임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분입니다! 휴일과 밤낮 없이 우리의 3-4배 넘게 일하면서도 최저생계비 수준의 월급은 모든 직원이 똑같이 받도록 애써 주셨습니다. 다만, 노동 강도가 세고 힘든 배송 담당 목사님만 20만 원 더 줄 따름입니다. 회계 업무는 물론 매장 일까지 몸 사리지 않고 자기 일처럼 하는 정지수 간사님은 또 어떻고요! 요즘 같이 척박한 세상에 이런 분들이 어디 있을까요. 이렇듯 희귀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하는 곳이 바로 서로살림농도생협입니다.

   
▲ 서로살림농도생협 당산 매장 입구(사진: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웹사이트 happycoop.co.kr)

우리 서로살림농도생협의 쌀라면은 우리나라 유기농 쌀 생산자들의 판로 개척을 위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1년에 두 번 1,800 상자를 생산합니다. 스프도 채식 스프로 만드니까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편하며 ‘뿌셔뿌셔’처럼 간식으로 먹어도 맛이 있습니다. 이 유기농쌀라면 생산과 판매는 농촌과 도시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지요.

생산자 이야기를 해볼까요? 음성에서 사과농장을 하는 정하종 님은 수확한 사과를 오래 보관하기 위한 저온창고를 지을 수 있게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이사님의 호의를 거절한 분입니다. 제철에 나온 사과를 자연 상태에 가깝게 먹는 게 좋다는 거지요. 과수원에서 자라는 풀을 제거하는 제초제와 과일의 크기를 키우는 호르몬제인 비대제, 사과의 색을 강제로 붉게 만드는 착색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통상적인 농약 사용량의 3분의 1 수준으로 사과를 재배하시는 분입니다. 아울러 10년 이상 사과분양을 할 수 있도록 애쓰시는 분으로, 우리 생협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유기농 복숭아 생산자 배재현 님은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이주하신 분입니다. 힘들게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도 생계가 해결이 안 돼 투잡으로 밤새워 일하러 다니시기도 합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지난여름에는 생산지 기행으로 평촌요구르트 생산지인 홍성을 다녀왔습니다. 매장에서 요구르트를 소개하면서 정말 맛있는 제품이라거나 아니면 믿을 수 있는 좋은 생협 제품이라며 권하곤 했지요. 그러다 직접 생산지를 방문해 보니 생산자 부부가 간디학교 출신의 너무 젊은 분들이어서 놀랐고, 축사가 너무 깨끗해서 또 놀랐습니다. 게다가 유기농 요구르트 한 가지만 생산하는 집념에 반했고, 사료도 유기농만 먹여서 감동을 받았답니다.

해마다 생산지 기행을 가는데 그때마다 생산자들의 신념과 자부심이 놀라웠고, 항상 기대 이상으로 따뜻한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 서로살림농도생협 당산 매장 내부. (사진: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웹사이트 happycoop.co.kr)

생협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인류가 생긴 이래 더 편리하고 더 풍요롭기를 원했고 더 많이 가지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요. 그 결과로 인간 사회가 발전하고 삶이 행복해지고 편안해진 측면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은 분리되고, 정신은 빈약해지고, 분노가 쌓여 흉악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것도 항생제투성이인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쉽게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분 중에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사업팀장님이 있는데 이분은 두 자녀의 성장기 동안 무항생제 생협 고기만 먹였는데, 둘다 사춘기를 겪지 않고 지나갔다고 합니다.

생협을 해야 하는 이유는 밤을 새워 얘기해도 모자라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 지면을 통해 마음속에 품어온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최저생계비를 주자는 것입니다. 정말 시골이 좋아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생계를 보장해줌으로써, 농약과 제초제를 많이 쓰면서 인위적으로 생산물을 더 많이 내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을 만들자는 얘깁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한 달에 40만 원 정도의 생계비가 주어진다면 도시에서 직업이 없는 이들이나 세상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저 같은 사람들이, 또 자연을 사람하는 젊은이들이 시골에 내려가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가요?

제가 조합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생협은 장사가 아니고 운동”이라는 말입니다. 보기에 조금 못나고 흠이 있다고 사지 않으면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반품해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땅을 살려 보겠다고, 신념을 가지고 내 식구가 먹는 것과 똑같이 농사짓는 농민들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 손해 보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이 결국에는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 아닐지요. 보기에 좋으라고 각종 약품을 처리한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을 리 없지요.

서로살림농도생협의 시작은 영등포산업선교회의 다람쥐회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람쥐회 회원들과 실무자들이 우리 몸과 환경을 생각하며 농민들에게도 보탬이 되고자 원대한 꿈을 가지고 우리밀 밀가루, 재생휴지, 친환경비누 등을 만들었습니다. 이 제품들을 다람쥐회 사무실 한 켠에 놓고 다람쥐회를 드나드는 회원들 위주로 판매한 것이 시작이었지요. 그러다가 다람쥐회에서 대출을 받아 산업선교회 안에 서로살림소비자협동조합을 차리게 됩니다. 그러나 실무자들이 헌신적으로 일하고 산업선교회 전 총무님이 1년간 월급의 일부를 쏟아부었음에도 많은 빚을 지고 문을 닫을 지경에 이릅니다. 이때 아현동에 있던 우리와 비슷한 농도생협과의 합병을 통해 조합원들의 추가 출자와 헌신으로 서로살림농도생협으로 거듭나 지금에 이르게 되었지요.

물론 지금도 하루하루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의 취지를 이해하고 동참하는 조합원들이 조금씩이나마 늘어나도록 노력하고 교육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일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좋은 일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생협 운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동참하고 헌신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산업선교회의 모든 실무진들, 각 교회의 생협운동에 뜻을 같이 하시는 성도님들의 수고와 섬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할 뿐이지요.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
못 다한 이야기는 ‘행복중심 조합원 선언문’으로 대신하면서 이제 이 글을 맺을까 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소박하면서도 원대합니다.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
스스로 존중하고 자립을 추구하며 평등사회를 만드는 것이 행복입니다.
서로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삶이 행복입니다.
이 행복이 나로부터 이웃으로, 지역에서 지역으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가는 행복중심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는 약속합니다.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하여 협동소비의 힘을 확대한다.
생활 속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많은 민주주의가 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든다.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를 통해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든다.’
그 세상을 함께하는 우리가 이루어 낼 것입니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저의 기도 제목은 ‘멋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박경순
노동운동을 하러 대학생들이 공장으로 몰려가던 시절,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미싱 기술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현재 서로살림농도생협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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