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초점 맞춘 프로그램 드물어…전도집회 주력 특징

사순절 동안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특별새벽기도회·성찬식과 세례식·부활절칸타타 등의 행사를 준비한다. 그런데 교인 개개인이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찾기는 쉽지가 않다.

올 해는 특히 사순절 전후로 계획된 교회 행사와 주력하는 추세가 확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난주간과 관련된 행사보다는 대부분 사순절 보다는 전도집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연동교회(이성희 목사)는 사순절 기간에 ‘목적이 이끄는 삶’이란 주제로 특별새벽기도회를 연다. 이 행사는 고난과 부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도 부활절 시기에 맞춰 사흘 동안 사경회를 갖는다. 매년 4월과 9월 특별새벽기도회에 총력을 기울이는 명성교회(김삼환 목사)도 연중행사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대학가 개강시즌에 맞춰 캠퍼스 전도에 여념이 없는 삼일교회(전병욱 목사)도 매년 4월에 여는 전도집회 ‘예람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해 고난주간에 금식기도를 드렸던 강남교회(송태근 목사)도 올해는 부활의 기쁨을 비기독교인들과 나누자는 취지로 부활주일 예배 때 태신자 작정을 한다.

지난해 부활절연합예배를 주관해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부활주일을 보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올해는 조용한 부활절을 추구하며 별다른 행사는 갖지 않기로 했다.

부활절이 점점 축소되는 데 대해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는 “부활절이 성탄절 못지않게 중요한데, 많은 교회들이 보편적인 소비문화와 결부돼서 성탄절을 더 성대하게 보낸다”면서 “기독교신앙의 본령을 지키기 위해 부활의 의미를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 목사는 부활신앙을 살리기 위해 무조건 서양기독교의 부활절 문화를 따라가기보다 우리 역사 속에서 부활의 의미를 결부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활절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교회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부활절에 특별새벽기도회나 말씀사경회 등을 하는 것에 대해 박득훈 목사(언덕교회)는 “절기를 지키면서 평소에 해오던 신앙생활을 특별기간에 집중적으로 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 “다만, 평소에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촉진제 역할을 해야지, 평소에 하지 않던 신앙생활의 대체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은조 목사(분당샘물교회)는 “부활의 대사건이 부활절에만 강조돼선 안 되며 모든 주일마다 기억하고 도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부활절을 특별히 의미 있게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행사를 하느냐보다 교회 전체가 목회나 삶에서 부활을 마음에 품고 경험하고 있는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년 고난주간에 동두천 집창촌에서 예수님의 고난을 보여주고자 열리는 십자가 행진.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영성수련…절제된 생활 보내기

교회 나름대로 사순절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들은 대체로 묵상집을 만들거나 교인 개개인의 신앙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영성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금식을 하거나 기호식품을 줄여 절제하는 삶을 배우며 이웃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

분당샘물교회(박은조 목사)는 부활절 전 주인 고난주간 동안 특별새벽기도회를 열고 교인들이 고난의 의미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묵상자료집을 만들어 나눠준다. 새민족교회(이근복 목사)는 전교인이 예수님의 행적이 담긴 마가복음을 묵상하기로 하고 묵상자료집을 만들어 매일 정해진 말씀을 읽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 △실직 노숙자 등을 위한 기도제목으로 기도한다. 또 기호식품을 한 가지씩 끊고 일주일에 한 끼 금식을 통해 모은 돈을 부활주일예배 때 봉헌해 쓰나미 피해지역을 돕는 헌금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웃사랑교회(전성표 목사)는 매년 부활절에 전교인 수련회를 가서 교회가 아닌 곳에서 아침을 맞는다. 가톨릭 피정의집도 방문하고 시골교회를 방문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형식의 예배를 드린다. 수련회에서는 세족식을 갖고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신 기쁜 날이라는 의미에서 즐겁게 놀고 영성수련프로그램을 갖는다. 이웃사랑교회는 늦게까지 일하는 교인들을 배려해 새벽기도회를 갖지 않는 대신 고난주간에는 저녁기도회를 갖는다.

이 시간 교인들은 함께 성경을 묵상하고 그 구절이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는 기도를 배운다. 새터교회(박후임 목사)는 올 해 사순절 영성프로그램으로 전교인이 애니어그램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과 깊이 만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부활주일 예배에는 평신도 예배를 드린다.

성수삼일교회(정태효 목사)는 사순절 기간 동안 교인들이 금식과 기호식품 줄이기를 통해 기금을 모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 가정폭력으로 유치장에 간 교인 남편을 지원해 자활의집을 거쳐 심성이 바뀔 수 있도록 돕고,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한다.

동두천에서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상담과 전도활동을 하는 다비타의집(대표 전우섭 목사)은 매년 고난주간 금요일 저녁에 집창촌 지역에서 십자가 행진을 하고 있다. 선교현장에서 문화적으로 예수님이 고난 받는 모습과 예수님이 어떤 분이란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취지로 매년 선교단체나 교회 청년부가 방문해 십자가 행진을 한다.

우리 역사 속에서 부활 찾기

   
▲3월 13일 서울농아교회에서 열린 장기기증 서약식에서 교인들이 서약서를 접수함에 넣고 있다. ⓒ사진 제공 생명나눔
천안살림교회(최형묵 목사)는 1년에 두 번 부활절과 추수감사절에 평신도가 설교한다. 모든 주일예배 자체가 부활을 기뻐하는 축제이기 때문에 부활절에는 색다른 축제를 구현해 기존 질서와 다른 파격을 주기 위해서다. 부활의 의미가 죽임을 딛고 일어선 사건이기에 기존 교회 질서에서 주체가 아닌 목양 대상으로 머물러 있는 평신도의 주체성을 구현한다. 또 부활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잔치로 만들기 위해 각 가정에서 준비해 와서 공동식사를 나눈다.

기독교 절기를 우리나라 역사적 상황에 맞게 재구성해서 기념하는 교회도 있다. 한백교회(양미강 목사)는 매년 부활절을 4·19 기념예배와 함께 드리며, 추수감사절에는 전태일 추모예배로 드리고 있다.

양미강 목사는 “예수님의 역사적 부활사건의 오늘날의 의미, 이 땅에서 부활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니 이 땅의 민주화라고 할 수 있어 민주화운동의 대표적인 사건을 기독교절기와 접목시켰다”면서 “2005년의 역사문제, 과거사문제 등 사회가 고민하는 문제를 기독교인들이 껴안기 위한 프로그램을 갖는다”고 말한다. 기념예배에서는 같은 성경본문으로 세 사람이 설교를 준비해 각각의 영역에서 부활이 무슨 의미인지 나누는 공동설교나 대화식 설교 등 실험적 예배를 드린다.

사순절을 맞아 예수님이 피 흘려 인류를 구원하신 것을 기념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헌혈과 장기기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해 12월 사순절 생명나눔 선포식을 가진 한국생명나눔운동(이사장 임석구 목사) 조정진 사무총장은 매년 사순절이면 교회가 단체로 헌혈과 장기기증 서약을 하겠다는 곳이 꾸준히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서울농아교회 안산신성교회 만수중앙교회가 3월 13일과 20일 27일에 교회 내 행사로 열기로 했다. 교회 내에서 교인들의 결단이 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서울농아교회의 청각장애인들은 장애를 가졌음에도 사후 자신들의 각막을 기증하겠다고 나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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