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부름에 복종하는 삶만이 대안…온전한 성화 이루려면 부끄러운 교회사 반성해야

   
▲ 한국 교회는 머리는 컸지만 말씀을 실천할 발은 미성숙한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오늘날 신앙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신자들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고도 진실한 신자로 변화되지 않은 사람들의 꾸준한 교회 생활은 몸도 가누지 못한 채 자라는 어린아이와 같다. 그래서 오늘도 신자들의 어머니인 교회는 마음이 아프다."(김남준 <이름뿐인 신앙을 벗어나라> 생명의말씀사 펴냄)

지하 교회에서 7명으로 시작해 10년도 안 돼 1천 명이 넘게 모이는 교회로 키워 능력을 인정받은 목사의 솔직한 고백이다. 양적으로는 급성장을 거듭했지만 성숙하지 않는 교인을 양산시켰다는 자괴감은 어느 한 교회나 특정 교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영돈 교수(고신대)는 지난 3월7일 남포교회(박영선 목사)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한국 교회는 많은 이들을 ‘구원’하는데 성공했으나, 그들을 ‘거룩하게’ 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오직 믿음'에 함몰된 한국교회

같은 세미나에서 '깔뱅에 있어서의 구원과 성화'를 발표한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도 "담임목사직의 부자간 세습이나 천문학적 액수의 재정적 의혹 같은 문제로 한 교회 안에서 교인끼리 폭력이 오가고 법정에 맞고소까지 하고 있다"라고 한국 교회의 참담한 현실을 토로했다.

왜 우리는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는 말씀을 지키지 못하는 불효스러운 신자가 되었을까. 신앙의 어디에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일까. 사실 우리는 역동적이고 뜨거우며 자신감 넘치는 믿음을 갖고 있다. 2004년 10월 현재 우리나라 교인 10명 가운데 7명은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 성령을 체험했다는 사람도 절반이 넘고, 88%가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한국교회 미래리포트>). 이러한 우리의 신앙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룬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신앙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단순한 치료 수준이 아니라 근원적인 수술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진리로 믿는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종교개혁의 상징이 된 루터의 선언이 우리를 병들게 했다는 것이다.

이중표 목사(한신교회)는 '별세의 성화, 행복한 구원'이라는 칼럼에서 "사람들이 칭의는 구원을 위한 필수 과제이고, 성화는 구원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 쯤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여기에 잘못된 이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수영 목사도 "'오직 믿음', '말씀 중심'의 정당한 사고는 한국교회 안에 '오직 말뿐'이라는 이상한 양태의 신앙을 만들었다. 믿음이 바르게 살려는 의지와 용기를 주는 은혜의 선물이 아니라 그릇된 행실을 덮어주고 합리화해주는 편리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종교개혁 당시 토마스 뮌쩌는 "그리스도 이름으로 외상을 그어놓게 했다"라고 칭의만을 강조한 루터의 사상을 비판했다. 루터 칭의론이 '예수가 모든 것을 지불했으니 맘대로 살아도 된다'는 식의 신앙을 양산시킬 것이라는 뮌쩌의 우려가 500년이 지나 한국 교회에서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칭의는 필수, 성화는 선택사항?

   
▲ 칭의는 구원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사진은 '구원 그 이후'를 주제로 3월7일 열린 남포교회 20주년 기념 학술축제 모습. ⓒ뉴스앤조이 주재일
박영선 목사는, 성화를 놓치고 즉각적인 칭의로만 구원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한국 교회를 향해 "구원파적이다"라는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6년 간 구원파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구원파를 왜 이단이라 하는가?>를 펴낸 정동섭 소장(가족관계연구소)도 "신앙 생활의 과정, 즉 성화를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게 구원파의 특징"이라며 박 목사의 주장에 동의했다.

정 교수는 "정통 교회의 입장은 회개하고 죄 사함을 받으라는 것인데, 구원파는 회개와 믿음과는 상관없이 예수님이 당신 죄를 위해 죽었다는 사실을 피동적으로 깨달으면 구원받는다고 말한다. 의지적인 회개나 결단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이 사이비 기독교의 마력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구원파의 왜곡된 구원관을 지적한 것이지만, 구원파를 이단으로 정죄한 한국 교회를 향한 질타이기도 하다는 점이 가슴 아픈 현실이다.

히틀러에 저항하다가 체포되어 사형당한 본회퍼는 하나님의 대가 없는 관용 즉 은총을 칭의로만 국한시킨 채 삶과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를 부르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막고 말해야 할 시간에 침묵한 교회를 향해 '싸구려 은총'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그동안 값싼 은총의 길을 걸었다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은 명쾌하다. 그리스도를 따라 복종하는 삶을 사는, 하나님의 '값비싼 은총'을 받는 길만이 남았다.

'매' 없는 설교가 무기력한 교회 만들어

'싸구려 은총'을 유포했던 것이 강단이고 목회자라면, '값비싼 은총'을 얻는 길의 출발도 설교의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 설교의 회복을 촉구한 김종렬 원장(목회교육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자.

"한국 교회는 교회 성장을 지향하는 목회로 인하여 성도를 매섭게 훈련하는 교육적인 설교를 기피해 왔다. 교회 성장의 한 방편으로 물량주의적인 현세 축복을 강조하는 기복적인 설교를 한 나머지 교인을 훈련하는 매(회초리, 권징, 징계, 심판)가 결여된 설교에 머물렀다. 이렇게 매가 결여된 설교가 교회 몸집을 불리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큰 몸집에 비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허약하기 그지없는 무기력한 교회를 만들고 말았다."

김 원장의 주장처럼 한국 교회가 교인의 성화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역사적인 숙제가 있다. 한국 교회의 역사에서 성화에 대해 근원적이고 치명적인 손상을 준 사건, 신사참배로 대변되는 친일에 대한 회개다. 김영재 교수(합신대)는 "핍박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사참배를 한 한국 교회는 하나님에 대한 충절만 저버린 것이 아니고 윤리적으로도 퇴폐에 빠졌다. 해방 이후 쇄신운동에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반대하거나 소극적이었던 사실도 교회가 윤리를 상실하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신사참배에 대한 회개 선행되어야

김 교수는 과오를 회개하지 않고 얼버무린 한국 교회가 분열과 교세 확장의 부정적인 노정을 걸은 시기에 대해서도 "상도덕을 지키는 약방이나 다방보다 더 못한 무질서한 난립의 현상은 서글픈 풍경"이라며 다시 성화가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 교회의 온전한 성화를 위해서는 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성화, 즉 거룩한 삶은 이 세계를 떠난 비현실적인 개인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본회퍼의 신앙과 삶은 성화가 사회적인 현실 가운데 악한 세력과의 투쟁을 통해 일어나는 것임을 증언하고 있다. 우리는 자본이라는 우상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싸구려 은총에 만족할 것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고 대안적 교회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악과 싸우는 하나님의 부름에 철저히 복종하는 값비싼 은총을 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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