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기독청년아카데미, 14개 강좌에 2백90명 참여…준비된 콘텐츠로 입소문

'기독청년 리더십 양성을 위한 제3회 기독청년아카데미'라는 긴 제목의 브로슈어를 펼치는 순간 빽빽하게 들어찬 글자들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글자만으로 디자인한 타이포그래피인가 싶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답답한 걸 넘어 숨이 목구멍에서 턱 하니 막히는 느낌이다.

'하나님의 창조 사건과 창조적 생성의 역사, 세계관적 특이성.'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제목부터 해석하기 어렵다. ‘출애굽 사건과 하나님나라운동의 역사화, 총체적 해방과 구원.' 뭐, 해방? 혹시 해방신학 아니야? '갑오동학농민항쟁과 조선 후기의 역사.' '민족해방운동의 발전과 항일무장투쟁사.' 고등학교 역사 과목에서 보았음직한 내용을 지금 왜 공부하란 말이야. 강좌 내용 14개를 하나하나 뜯어볼 때마다 머릿속이 지끈거린다.

강좌당 평균 20여명 수강

3월과 4월에 걸쳐 진행된 제3회 기독청년아카데미를 수강한 전체 인원은 2백90명이다. 한 강좌에 평균 20명이 넘는 셈이다. 2005년 봄이 어떤 때인가, 요즘 20대 청년들이 어떤가 선입견을 품고 보면, 이렇게 딱딱한 내용의 강좌를 좍 펼쳐놓는 용기가 가상하다 못해 무모해 보인다. 그런데 막상 판을 펼쳐놓고 보니 기다렸다는 듯이 강좌에 참여하는 젊은이의 숫자가 적지 않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인기 강좌(구약성서의 맥)는 50∼60명이 참여하는데 비해, 비인기 강좌(사도 바울의 성령은사운동)는 3명만이 참여하는 등 강좌마다 차이는 있다. ‘사도 바울의 성령은사운동’이 더 재미있을 것같은데, 딱딱한 내용들로 가득한 ‘구약성서의 맥’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그래도 ‘사도 바울…’ 강좌를 이끌고 있는 최은상 목사는 “원래 성령 운동은 소수로부터 시작해서…”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신나게 강의하고 있다.

수강생 면면을 보면, 두레교회(목사 오세택)에서 25명이 단체로 등록하는가 하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는 수강생 3명도 눈길을 끌었고, 각 대학 한국기독학생회(IVF) 학생신앙운동(SFC) 예수제자운동(JDM) 한국누가회(CMF)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등 선교단체 간사와 학생들이 50명 넘게 참여하고 있다. 신학생 내지 교회 전도사도 10명 정도가 수강하고 있다. 직장 다니는 틈을 내서 청년들과 함께 공부하는 40∼50대도 가끔 만나게 된다. 수강생 상당수가 한 강좌만 수강하는데 머물지 않고, 여러 강좌를 돌아가면서 듣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충북 제천에서 올라와 하룻밤을 자면서 수강하는 이, 강원도 원주에서 새벽차를 타고 달려오는 이, 일주일에 나흘을 비워 네 강좌를 듣는 이, 시각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공부하는 이, 신앙과 교회 문제로 고민하는 직장 동료의 수강료를 내주면서 참여하게 하는 이, 자기는 참여를 못하지만 교회 후배 4명에게 수강료를 대신 내주고 참여를 독려하는 선배. 이들의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참가자 40% 정도가 <뉴스앤조이>나 <복음과상황>을 통해 강좌에 참여하게 되었고, 32% 정도가 기존 수강자의 권유로 참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정도 되면 어디선가 끈끈한 뭔가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론과 실천의 장, 사회선교마당

대부분 신학생들이나 대학원에서 전문 분야를 연구하는 학생들이 아니고 평범한 대학생, 직장인, 선교단체 간사들이 2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진지한 내용을 공부하고 토론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분명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갑자기 일어난 우연적 사건이 아니고, 역사적 이유가 있는 필연적 사건이다.

물론 준비되고 검증된 튼튼한 콘텐츠가 강력한 무기다. 청년성서연구원은 지난 10년간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는 공동체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가을 교회개혁실천연대, <뉴스앤조이>와 결합해서 기독청년아카데미라는 대중적 교육 및 기독청년 리더십 양성 기관으로 한 단계 발전했고, 회를 거듭하면서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성서·역사·철학이라는 핵심 콘텐츠가 중심을 차지하고, 한동안 복음주의 진영에서 과거 역사로 사라지던 ‘기독교 세계관’과 ‘하나님 나라’ 강좌가 기지개를 켜면서 핵심 콘텐츠를 떠받쳐준다.

거기에 경제·통일 등 다양한 강좌가 주변을 둘러싸면서 콘텐츠를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문익환 목사 강좌의 경우, 그의 책만 읽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문익환 평전>의 저자 김형수씨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문 목사 관련 비디오를 시청하며, 수유리에 있는 문 목사 생가인 통일의 집을 방문해 하룻밤을 지새우면서 통일의 꿈을 키우는 교육 방식이 도입되기도 한다.

더불어 이론과 실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사회선교마당이다. 기독법률가모임, 교회개혁운동단체, 노숙자와 외국인노동자 등 소외계층 보호단체 등 매주 토요일 신앙을 현장에서 고백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러한 이론과 실천이 있는 현장 학습을 통해 각자 삶을 성찰하고, 궤도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는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강좌 중간에 열리는 1박2일 영성수련의 밤, 공개강좌, 금강산 통일기행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른 수강생들과 동지로 연대하고 도전을 주고받는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데 몇 가지 독특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몇몇 뜻있는 교회들의 후원을 받아 장학제도를 만들었다. 수강료는 학생 2만원, 일반 4만원이지만 장학생이 되면 장학금 3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런데 그냥 돈으로 주는 것이 아니고, 기독청년아카데미가 기획한 금강산 통일기행에 참가할 때 비용을 지원한다. 1월에 한 번 금강산에 갔고, 6월에도 장학생을 중심으로 금강산에 간다. 장학제도를 통해 멤버십을 강화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다.

수강생도 운영위원으로 참여

이러한 의도는 강사진 구성이나 운영위원회 구성에도 반영된다. 아카데미 운영 주체는 기독교 내의 명망가가 아니다. 강사들은 이름만 대면 그가 누군지 거의 모르는 무명 강사들이다. 그러나 자기 분야에서 나름으로 내공(?)을 쌓은 이들이다. '외화내빈'이 아니라 '내화외빈'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강의를 들은 사람들의 입소문 덕분에 수강생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수강생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원하는 이들을 운영 위원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모여 공부도 하고 아카데미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도 한다. 소극적인 수강생들이 적극적인 운영 주체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도입한 하나님의 방식일지 모른다. 앞으로 기독청년아카데미의 규모가 더욱 넓어지면서 대안적인 기독 청년을 위한 교육·실천의 장으로 우뚝 솟으리라고 예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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