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성, 조용기 목사 은퇴 철회 성명서 발표…개혁연대 "교단 입장 철회하라" 공방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총회장 서상식 목사)가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은퇴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곧이어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 백종국 오세택)는 기하성이 오히려 교단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나서, 당분간 '철회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하성은 지난 5월16일부터 사흘 동안 광주순복음교회(목사 정원희)에서 제54회 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둘째 날 총대들의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조 목사 은퇴는 시기상조이므로, 교단 헌법에 따라 75세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직을 맡아 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용기 목사는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0세가 되는 2006년 은퇴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 기하성 교단 헌법에 따르면, 목사 정년은 70세지만 교회가 원할 경우 75세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채택

   
▲ 기하성 총회가 내년 은퇴를 선언한 조용기 목사의 은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조 목사의 반응이 주목된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한 총대가 조용기 목사의 은퇴 선언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자고 제안하자 다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전 총회장인 박정근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 목사의 카리스마로 인해 부흥했다"라며 "만약 조 목사가 은퇴할 경우 교회는 사분오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나님께서 조 목사에게 특별한 달란트를 주셨는데 왜 지금 은퇴를 하느냐"며 계속 목회할 것을 당부했다.

조 목사의 은퇴를 철회해 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는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전 회무가 끝나기 직전인 오후 1시께 성명서를 작성하기로 한 총회는 점심시간이 끝난 직후인 오후 2시20분쯤 성명서를 작성해왔다.

정원희 목사가 발표한 성명서에서 기하성은 '조용기 목사는 교회가 원할 경우 75세까지 시무할 수 있다는 헌법 제5항 35조1항을 준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기하성 교단이 모법으로 삼고 있는 미국하나님의성회 헌법에는 교역자 은퇴에 대한 조항이 없다고 말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조 목사가 은퇴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지금 한국 교회는 성장과 발전이냐 정체와 퇴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라며 조 목사의 은퇴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조용기 목사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민일보> 5월18일자 2면에 실린 성명서에는 △조용기 목사는 하나님의 특별한 사도로 부름 받은 금세기의 큰 목회자이며 △세계하나님의성회 총재로서 국경의 문턱을 넘는 민간 대사로 크게 활약한 바 있으며 △교단이 어려웠던 시기에 총회장을 맡아 10여 년간 교단을 성장·발전시켰으며 △세계 최초로 복음 실은 <국민일보>를 창간해 문서 선교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세계 굴지 교단에도 성직자의 은퇴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기하성은 조 목사의 은퇴를 인정할 수 없다"라며 은퇴 선언 철회만이 최선의 선택임을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교단 움직임에 대해 반대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목사 대부분 “은퇴 철회 필요”

교단 결정이 알려지자 개혁연대 구교형 사무국장과 간사들은 다음날 기하성 총회가 열리는 광주순복음교회에 가서 "조용기 목사 은퇴에 대해 교단 목회자들이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개혁연대는 총회가 끝난 직후인 오후 1시께 광주순복음교회 대성전 안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일부 교단 목회자와 광주순복음교회 관계자가 시위장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개혁연대의 피켓을 뺏고, 구교형 목사(개혁연대 사무국장)를 향해 "너 누군데, 우리 교회에 와서 난리야" "우리가 원한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등 강하게 항의했다. 광주순복음교회 장로는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놓은 교회인데, 여기 와서 소란이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구 목사는 개혁연대의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채 관계자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구 목사는 "은퇴 철회 성명서의 부당함을 제기하러 왔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라고 했다. 그리고 "기하성 헌법에 보면 은퇴 정년은 70세"라며 '75세까지라는 것은 단서 조항이다. 그것을 갖고 헌법을 준수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조 목사가 은퇴하면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조 목사가 영원히 담임목사를 할 수는 없다"라며 "조 목사 자신이 밝힌 대로 2006년에 은퇴하는 것이 한국 교회를 위하는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혁연대 시위를 놓고 기하성 교단 목회자의 반응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조 목사 은퇴 철회는 기하성 교단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보는 그룹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목사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는 조 목사 은퇴는 철회해야 마땅하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찾아온 손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는 개혁연대 주장에 동조하는 목사들로 극히 일부에 속한다. 한 목사는 "기하성 교단이 조용기 목사의 것이냐"며 "다른 단체에서 저렇게 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교단 지도부가 조 목사 이용?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총대는 "조용기 목사를 존경한다"면서도 "한국 교회에 분명 조 목사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은퇴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다른 목소리도 있다. 교단 관계자는 "목사 대부분은 조용기 목사의 은퇴 철회를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건 순수한 마음이다. 그러나 이번에 은퇴 철회 촉구 성명서 채택을 주도했던 교단 지도부 인사 가운데는 1~2년 안에 은퇴할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순수한 목사를 이용해 자기들의 임기 또한 보장받으려는 의도를 갖고 이번 성명서를 진행한 것이다"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하성 교단은 성명서를 정리해 조 목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조용기 목사는 현재 집회를 인도하기 위해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실에서는 "총회가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전혀 몰랐다"라며 "조용기 목사님이 돌아와야 교회의 공식 입장을 논의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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