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연구소 ‘정직’ 포럼 / 교회 재정, 투명하게 기준 세우고 권한 나눠야

<복음과상황>은 최근 교계에서 불고 있는 개혁 과제 중에 하나인 '정직'을 주제로 연재합니다. 기윤실, 바른교회아카데미, 교회개혁실천연대 등과 함께 진행합니다. 이 글은 기윤실 산하 기독교윤리연구소가 지난 6월21일 개최한 정직포럼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성경에서는 여러 형태의 제물, 헌물과 헌금(헌금으로 통칭)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으나 드려진 헌금의 사용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따라서 드리기만 강조하고 드려진 헌금의 관리에 대해서는 무심히 지나치게 된다. 심지어 교회 재정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믿음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이는 교회에 감독과 집사의 직분을 세워 하나님의 것으로 드려진 헌금을 관리하도록 한 재물의 청지기로서의 책임을 유기하는 것이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필요한 곳에 지출하는 영리 기업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사전에 여러 변수를 고려한 연간 예산을 수립한 후 1개월 단위로 예산 대비 실적을 비교하여 차이 원인을 파악, 즉시 영업 전략을 수정한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영적 전쟁에 사용되는 교회의 재정 관리가 이보다 못하다면 교회 재정에 관련된 어느 누구도 하나님 앞에서 충성된 종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교회 재정은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사전에 설정한 집행 원칙에 근거하여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잘 관리했는지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는 교회가 시행하는 활동에 대한 의사 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투명하다는 것은 속에 있는 것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교회 재정의 투명성은 △재정의 운용 원칙 △일정 기간(회계연도) 재정 입출에 따른 내역 △재정 운용에 따른 일정 시점의 경제적인 권리, 의무관계 모두를 파악할 수 있을 때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재정 집행 원칙 설정해야

대부분의 교회가 예산을 설정하지만, 재정 집행 기준은 일반적으로 설정하는 예산보다는 상위 개념이다. 재정 집행 기준은 어떤 기준으로 재정을 편성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을 말한다. 교회 재정이 바르게 집행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칙이 미리 정해져야 한다.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교회가 어떤 역할에 비중을 두고 나아갈 것인가에 대하여 교회 스스로 정하는 과정이며 △교회가 재정 사용의 원칙을 세움으로써 교인들에게 개인 차원에서의 재정 사용 기준을 세우도록 하는 예시가 되며 △예상치 못한 상황(예산이 모자라거나 넘치는 경우)이 발생하였을 때 어느 용도에 우선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우선 순위를 정해주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원칙이 없으면 대개는 중요한 용도보다 급한 용도에 먼저 사용하게 된다.

재정 운용의 결과를 숫자로 정리한 정보를 회계 정보라고 하며, 회계 정보는 공통으로 적용하는 일정한 기준에 의거하여 작성될 때에만 그 숫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교회 회계에 관하여 모든 교회가 적용할 회계 기준이 없으며, 1999년 예장 총회에서 개정한 교회 회계 기준이 있으나 자금 흐름 위주이므로 회계 기준으로서는 문제가 있다. 교회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회계 기준의 부재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일한 지출 항목을 서로 다르게 기록하는 경우 회계 정보 이용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다. 성가대 운영비를 예배비로 분류하는 교회가 있는 반면 선교비로 분류하는 교회가 있으므로 항목을 보고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둘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회계는 사업 목적이 분명하고 영업행태별 구분이 가능하여 품목별 회계 정리로도 정보 전달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으나, 교회 회계는 품목별 분류 이외에 사업 목적에 따라 분석하는 일반적인 비영리 단체와 동일하게 기능별 회계정보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예를 들어 선교를 위한 서적을 구입한 경우 품목별에서는 도서구입비로만 분류되나 기능별 기준에서는 선교비의 도서구입비로 세분된다).

셋째, 단식부기는 단지 현금수지를 동반하는 재산 증가 및 감소를 기록하는 것으로 회계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어도 결산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많은 교회들이 사용하여 재무 정보를 작성하고 있으나, 일정 시점의 현금 수준 이외의 유용한 재무 정보(가용 자원 또는 부담하여야 의무들의 목록, 현금수지를 동반하지 않은 재산의 변동내역 등)를 제공할 수 없으므로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하여 복식부기는 회계 지식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차변 및 대변을 사용하여 자동 검증 기능으로 오류를 발견할 수 있으며 재산의 변동·수입·지출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넷째, 현금주의의 한계점이다. 현금주의란 현금이 포함된 거래만을 기록하는 것이며, 발생주의는 현금수지뿐만 아니라 대차 관계로 인한 선급, 미지급 거래 및 회계 주체로서 교회 활동으로 인한 자원의 소모분을 모두 인식하는 방법이다. 현금주의가 교회에서 선호되는 이유는 회계 처리의 단순성과 교회가 수익성보다는 현금 및 현금등가물 잔고 수준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립금 이자로 발생되는 미수 수익, 퇴직 급여와 같은 미지급비용 등이 많이 있을 때 현금주의는 재무 상태나 활동 결과를 왜곡시키며, 거래의 실제 발생 시기와 지급시기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는 경우 예산을 효율적인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재정 검토 과정 반드시 있어야

다섯째, 유형 자산의 감가상각이다. 유형자산 취득 시 이에 대한 회계 처리 방법은 △취득가액 전액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법(단식부기) △취득 시 순자산 증가로 표시하고 처분 시 순자산 감소로 표시하는 방법(현금주의) △취득 시 취득가액으로 기록한 후 감가상각을 실시하는 방법(발생주의) 세 가지가 있다. 취득 시 전액 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우 장기간 사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취득 시점에 과다한 비용 집행으로 표시되고, 교회 재산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감가상각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는 실제 가치보다 자산을 과대 표시하여 사용 중인 유형 자산의 가치 저하에 따른 교체 시기를 파악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교회 재정 담당자는 일반 기업의 재정 담당자와는 달리 신앙의 중심이 분명한 자여야 한다. 하지만 신앙을 강조하다가 재정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직분을 맡기 쉬우며, 그러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재정 보고 및 운영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실적으로 중소 교회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재정 담당자를 임명하기가 쉽지는 않으나,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사람을 재정 담당자로 선임하는 경우 재정에 관한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명성을 충족하기 위한 또 다른 요건으로는 교회 재정의 운용 결과를 보고하여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교회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재정 담당자와 검토자의 자의적 판단이다. 검토자가 교회 재정 기록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교회 재정을 기록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이 없기에 재정 담당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기록하게 된다. 또 기록에 대하여 검토자가 명확히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공동의회에서의 승인 문제다. 회계 정보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약속이 없는 상태에서의 회계 정보를 공동의회에서 승인하는 절차는 요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일부 교회가 인터넷을 활용하는 등 교인들이 수시로 재정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으나 대부분의 교회는 대외비라는 이유로 유인물을 회수하거나 화면 영상으로 공시 절차를 종료하는 실정이다. 투명성을 위해 이해 관계자들이 언제든지 재정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도 세금 내자

많은 교회 재정 담당자들이 '교회는 비영리 단체이며 면세 단체'라고 이야기하면서 교회는 모든 세금으로부터 면제받는 치외법권(治外法權) 단체로 알고 있으나 이는 크게 잘못된 인식이다. 국가를 운용하는 재정은 대부분 국세·지방세·관세로 충당되므로 우리가 세금을 적정하게 부담·납부할 때에만 국가라는 공동체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세금을 부담하는 이유는 공동체 삶에 있어서 서로가 부담하여야 할 부분을 부담하는 것이다. 이는 왕정을 요구하던 이스라엘에게 대답한 사무엘의 경우(삼상 8:15)에서나 이 땅에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마 22:21)라고 확인해주신 예수님의 대답에서도 동일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세제는 세금을 부담하는 담세자가 직접 납부하는 직접세와 담세자와 납세자가 다른 간접세가 있으나 실무상 많이 발생하는 세금은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이다. 대표적인 간접세가 부가가치세이며, 부가가치세법상 교회가 물품을 구매하거나 용역을 제공받는 경우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여야 한다.

세금 관련 상담을 하면서 교회나 기독교 관련 비영리 단체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경우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것을 자주 본다. 이는 교회의 재정 집행 원칙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지 않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부가가치세를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의 탈세를 방조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알아야 한다. 실무상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고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무자료 거래를 선호하는 사업자 대부분은 부가가치세보다 소득세를 줄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물건을 구입할 때 사업자의 매출을 양성화하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세금계산서를 수령하여 분기별로 세금계산서 합계표를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제출함으로써 교회가 정직한 납세 문화에 기여하여야 한다.
교회가 영리를 목적으로 수익 사업을 하지는 않으므로 법인세를 부담하는 경우는 없으나 금융 기관으로부터 이자를 수령하는 경우, 수령액의 일정액을 법인세로 원천징수한 후의 금액을 수령한다. 이 경우 원천징수 절차로 모든 절차를 종료시키거나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환급을 신청하는 법인세 신고를 하여 이미 납부한 법인세를 환급받을 수가 있다. 교역자가 수령하는 금전이 근로의 대가인지 아니면 선교 활동비인지에 따른 논란이 있으나 어느 것으로 분류되더라도 교역자가 수령하는 금전은 소득세 또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해지기도

   
최호윤 / 제일회계법인 회계사․기윤실 외부감사
교회 재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폐단 가운데 하나는 교회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라고 하겠다. 개교회 중심의 재정 운영에서는 미자립 교회에 대한 지원을 모색하기가 어렵다. 이는 개교회가 전체 교회 입장에서 고민하기보다는 개교회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자립 교회가 있는 곳은 모자라지만 복음이 전해져야 할 곳에 자리하고 복음이 선포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미자립 교회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많은 교회의 재정이 투명하게 공시되면 더한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재정의 이동이 가능하다고 본다.
평신도들이 교회 재정 투명성에 대하여 신뢰하지 못하고 교회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구제와 선교를 행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회 재정 운용 원칙을 떳떳하게 공개하며, 운용 과정이 바르게 사용되고 있음을 교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전달함으로써 우리가 드리는 헌금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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