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학기 1차 교육세미나 대담 / 성터교회·향린공동체·아름다운마을공동체의 하나님나라 만들기

   
▲ 각자의 방법으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세 교회. 이들의 하나님 나라 만들기는 계속된다. 왼쪽부터 방인성 목사, 김경호 목사, 최철호 목사, 김종희 대표. ⓒ뉴스앤조이 신철민
같은 듯하면서 다른 공동체, 다른 듯하면서 같은 공동체. 성터교회와 향린공동체,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위에 실현하기 위한 총체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공동체다. 그러나 각 공동체가 처한 상황과 현실에 맞게 운동을 하고, 교회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다른 공동체다.

지난 7월15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는 썩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공동체가 모였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여름학기 1차 교육 세미나 대담자로 선정된 이들은 솔직하게 때로는 강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대담자로는 방인성 목사(성터교회) 김경호 목사(향린공동체) 최철호 목사(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참석했다. 사회는 김종희 대표(<뉴스앤조이>)가 맡았다.

세 공동체는 공통점이 있다. 각자가 머문 지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다.

구제사업에서 복지까지 다양

   
▲ 방인성 목사는 목사에 대한 우상화를 한국 교회의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현재 우리가 만들고 있는 우상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하나님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가장 보편적인 교회구조를 가지고 있는 성터교회는 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지역에서 활발한 구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5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가 선정한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인근 병원을 찾아 환자들을 위로하고, 어려운 이웃들의 각종 공과금을 대신 내주기도 한다.

또 지난해에는 교인들끼리 부채를 탕감하는 운동을 벌였다. 이와함께 독거노인, 부모의 폭력으로 힘들어하는 가정, 경제 사정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공부방을 운영한다. 이런 성터교회에 있어 창신동이라는 지역은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을 함께 나누는 장이다. 그래서 2004년 교회 창립 50주년이라는 희년을 맞아 교회만의 행사가 아닌, 지역 주민과 함께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실 지역에서의 구제 사업은 다른 교회들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성터교회는 전도를 목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다. 방인성 목사는 "교회는 철저하게 교회가 몸담고 있는 지역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터교회는 그래서 우선 지역 주민에게 교회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별 어려움 없이 교회를 드나들 수 있도록 강대상도 작게 만들고, 의자도 개별 의자로 했다.

향린공동체는 지역 사회의 현안 문제(경륜장 건설 반대, 빈민촌 도와주기 등)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김경호 목사는 '해방적 선교'를 강조한다. 쉽게 말해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예전 김경호 목사가 목회를 했던 강남향린교회가 있는 송파구에는 빈민촌이 있다. 이 동네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럴 경우 많은 교회가 선택하는 방법은 교회의 전기를 끌어 당겨 그 곳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일이다. 김 목사는 이런 사역도 중요하지만, 교회가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했다.

   
▲ 김경호 목사는 '해방적 선교'를 강조한다. 교회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눠주는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모순을 변화시킴으로 이 땅위에 하나님 나라를 구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그래서 강남향린은 주민들과 함께 관할 구청에 전기를 놔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공무원들이 교회와 주민들의 요구가 계속되자 결국 전기를 설치해줬다. 이렇게 급한 불만 끄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들꽃향린교회 역시 지역민들에게 교회를 개방한다. 특히 시민단체들의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복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노인 복지에 관심이 많아 위례복지센터를 설립했고, 노인들이 직접 간단한 서류나 짐을 배달하는 택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앞선 사례와 또 다르다. 두 공동체가 교회를 통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면 아름다운마을은 공동체가 교회를 생성한 경우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형성해 살고 있다. 희년마을·열린마을·푸른마을·산길교회 모두 각자의 은사와 소명에 따라 네 교회로 분화되어 있다. 교회에 들어가는 경상비 등은 각 교회가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독립된 교회이면서 공동체적 가치는 함께 수행한다.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로 예방

그러나 외적으로는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내적으로 공동체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공동체 사역과 목표를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담임목사의 절대적인 카리스마로 이끌어지는 교회는 담임자가 물러나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위험성을 극복하고 있을까.

일단 목사 장로로 대변되는 직급이 없다. 물론 성터교회는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당회라는 의사결정 구조가 있지만, 기존 교회의 당회와는 사뭇 다르다. 일단 당회장을 담임목사가 아닌 장로가 맡고 있다. 당회장은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한다. 방인성 목사는 순서대로 하면 거의 맨 끝에 가서야 당회장을 맡을 수 있다. 또 당회에는 안수집사나 집사 평신도 대표가 참여한다. 기존 교회의 틀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들꽃향린교회의 경우는 운영위원 5명이 교회를 운영한다. 교회를 대표하는 운영위원장은 29세의 청년이다. 운영위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가장 젊은 사람이 교회 대표를 하면 좋겠다는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그렇게 하고 있다. 교회가 만들어진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아 장로도 없고 집사도 없다. 주보에는 모두 '님'으로 표현될 뿐이다. 설교하는 김경호 목사 역시 김경호'님'으로 적혀 있다.

   
▲ 최철호 목사는 공동체 구성원 각자가 상호 목회를 할 수 있는 구조와 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장로나 집사 등의 직급이 아예 없다. 희년마을교회를 예로 들어보자. 기본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이다.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사업이 생겼을 경우 그것에 대해 가장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사업을 구상한다.

그리고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해 정책 포럼을 연다. 50%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그러나 논쟁이 있을 경우 최종 결정은 그 문제를 제안한 사람이 한다.

또 상호 목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회를 구성하는 구성원 각자가 서로의 영적 생활과 삶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철호 목사는 "목회의 은사는 목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서로가 목회적인 주체로 설 수 있는 철학과 틀을 갖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운영위원이 있고, 이들이 운영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은 들꽃향린교회와 같다.

목사 너무 믿는 것도 문제

이들이 생각하는 공동체는 사실 기존 현실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일단 교인들이 모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헌금이 적어진다. 헌금이 적으면 교회 건축은 물론, 교육관조차 짓기 힘들다. 바로 맘몬의 유혹이다.

현재 한국 교회를 병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방인성 목사는 하나님 이외의 것들을 절대화시키고 그것에 노예가 되는 것이 우상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현재 한국 교회 안에는 우상이 너무 많다. 주일성수, 헌금, 교회 등이 모두 우상이 될 수 있다.

방 목사는 특히 목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가장 큰 우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하나님을 섬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경호 목사 역시 목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목사들이 진정한 예수의 얼굴을 그리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목사들이 교인들이 싫어하는 말은 안한다는 것이다. 교인수가 떨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예수를 전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결국 한국의 신학과 교회의 역사는 역사적 예수의 얼굴을 너무 많이 변조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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