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청년아카데미 '성서 인물과 나누는 새로운 대화'…성서 속 소외된 여성을 만나다

9월 첫째 주부터 8주 동안 진행되는 기독청년아카데미 5기 강좌 중 '성서 인물과 나누는 새로운 대화'는 '여성이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성서 속 여성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강사는 물론 강좌의 텍스트에서도 성서에 나오는 여성이 주인공이고, 여성의 관점을 성서를 해석하는 틀로 삼는다. 공교롭게 수강생들도 주로 여성들이었다.

'성서 인물' 강좌에서는 성서 속 남성의 이야기 언저리에서 스쳐지나가듯 기술되거나 부정적으로 그려진 여성, 그럼에도 남성과 동등하게 하나님나라 역사의 주체로 부름 받은 여성에 집중한다. 인류에 죄를 불러들인 하와, 한 집안에 시집가서 남편과 사별한 후 형제들을 차례로 남편으로 맞아야 했고 시아버지를 유혹한 다말, 창녀였던 사마리아 여인, 불결한 이방 여인이었던 수로보니게 여인 등이 이 강좌의 주인공이다.

따라서 이 강좌는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되어온 성서 속 여성을 새롭게 규정하고, 남성 중심의 기록과 해석으로 인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성서 읽기에 균형을 잡는 작업이다. 강사인 김수연 실장(아름다운마을 수련실)은 "서구·백인·비장애·남성 중심적 성서 해석이 오랜 세월 보편적인 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배제된 비서구·유색·장애·여성의 관점에서 출발하는 성서 해석을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 고정된 성서 해석의 관습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다양한 관점과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참여자들은 강사가 내놓는 '정답'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각자 창의적인 해석을 풀어놓고 토론하는 게 이 강좌의 진행방식이다. 김 실장은 수강생들이 자신의 해석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해석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이끌어준다.

보조자가 아닌 하와…선악과에 대한 욕망 지녔던 아담

첫 번째로 만난 성서 인물은 아담과 하와이다. 아담과 하와 이야기를 통해 강사와 수강생들이 새롭게 깨달은 내용들을 정리해보았다. 아담이 성서에 나오는 최초의 '인간'이자 '남성'이라면 하와는 최초의 '여성'이기에, 하와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는 '여성은 본래 이런 존재다'는 규정을 내리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하와는 아담의 갈빗대를 통해, 아담보다 더 늦은 시점에, 아담의 ‘돕는 배필’로서 만들어졌다. 이같은 사실에 기인해 하와(여성)는 아담(남성)에 종속적․부수적이고 열등한 존재이자 내조자․보조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무엇보다도 하와는 뱀의 유혹을 받고 타락하여 죄를 이 세상에 끌어들였으며 아담까지 범죄하게 만든 ‘원죄’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과연 그렇기만 한 것일까. 성서에 나오는 '돕는 배필'(창 2장18절)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본래 하나님이 설정하신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돕는 배필'에서의 '돕다'는 성서에 나오는 '성령의 도우심'에서의 '돕다'와 같은 어원에서 파생됐다. 따라서 하나님이 말씀하신 '돕는 배필'은 단지 보조적 역할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자와 남자가 동반적 관계로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도록 하신 것이다.

하와가 뱀의 유혹을 받아 아담까지도 죄를 짓게 했다는 내용도 찬찬히 곱씹어봤다. 하나님으로부터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금기를 들은 주체는 아담(창 2장17절)이었다. 아담이 하나님과 인간의 언약 체계에서 주체가 되는 것이며, 하와는 언약 이후에 지어졌다. 또 뱀이 접근해서 유혹할 때 질문의 상대가 복수인 '너희'로 표현되는 장면(창 3장1절)을 통해, 뱀이 유혹한 대상이 아담과 하와 둘 다인 것을 알 수 있다. 즉 하와가 범죄를 결정하는 자리에 아담도 함께 있었던 것이다. 또 아담은 하와가 실과를 주었을 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바로 받아먹었다. 그는 언약 체계의 주체였음에도 언약 이행에 있어서는 게으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아담도 이미 선악과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은 일면 설득력 있는 얘기이다.

아담과 하와에게 씌워진 오해를 걷고 보니, 우리 인식에 박제화되어 있던 인류 최초의 남성과 여성 이야기가 훨씬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축복받은 에덴동산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유혹에 빠져 하나님의 법을 어긴 아담과 하와(특히 하와)를 우리는 쉽게 단죄했다. 하지만 그들과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도 끊임없이 사탄의 교묘한 전략에 따른 유혹 앞에서 스스로 죄를 '선택'하게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는다.

죄 짓는 공동체성…언약의 자유를 잊는 인간

아담과 하와 이야기를 통해 나타나는 죄와 공동체에 대한 가르침도 살펴보았다. 하와가 아담과 선악과를 나눠먹는 과정에서 '죄 짓는 공동체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담과 하와는 '독처하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시는' 하나님이 만든 최초의 인간 공동체였다. 하나님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결코 홀로일 수 없고 관계 속에 있어야 함을 보여주신다. 그러나 우리는 공동체를 통해 죄가 전염되기 쉽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누구 죄가 더 먼저였는지 혹은 더 큰지 구별하기 어렵다.

죄를 지을 당시는 물론 죄 지은 후 아담과 하와의 반응이 이를 입증한다. 하나님이 아담을 불러 책임을 물으셨을 때, 아담은 하와에게 책임을 넘긴다. 그의 대답은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하게 하신 여자가 내게 실과를 주므로…"였다. 그는 하와와 하나님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는 하와에게도 영향을 미쳐, 하와 또한 "뱀이 나를 꾀므로…"라고 답한다.

이 대목에서 유혹과 죄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김수연 실장은 "선악과를 먹지 않는 것은 인간이 피조물로서 서야 할 본질적인 긴장이며,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자유와 책임의 한계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이 언약 내에서 허락하신 자율의 상태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임을 알면서도 한번 죄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것 외에 허락된 나머지 모든 자유에 대해 흥미를 잃게 된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상황을 주체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자 스스로 일정 기간 식사를 생채식으로 하는 동안 다른 음식에 대한 욕망을 느끼고 생채식이 부담스러워진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으며, 아담에게 죄가 들어오는 과정이 곧 오늘날 자본주의가 사람의 마음을 잠식하는 방식과 동일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강좌는 죄를 경험한 후 벌을 받고 쫓겨난 아담과 하와의 여생을 상상해보자는 제안으로 마무리됐다. 일탈의 죄를 맛보고, 하나님과의 언약은 물론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가 깨어지고,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후의 삶이었다. 그 후 오랜 시간 관계의 회복이 필요할 것이며, 다시 죄에 빠지지 않도록 공동체의 지속적인 돌봄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한편 죄에 빠진 아담과 하와에게 주어진 저주가 노동과 출산, 자연과의 대립이라는 대목에서도 신선한 해석들이 나왔다. 수강생들은 대체로 "노동 자체가 저주였던 게 아니라, 인간이 노동을 저주로 받아들인 것이다"고 해석했다. 즉 "일은 피지배층에게 떠넘기고 일하지 않고도 놀고먹을 수 있는 사회를 유토피아로 상정해놓은 지배층의 관점이 성서 기술에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또 "남성과 여성이 공통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노동과 달리, 출산이 여성에게만 주어진 사실은 가혹하다"는 게 어머니가 된 여성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이들은 단지 여성만 해산의 고통을 겪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여성과 신체구조가 다른 남성이 출산을 경험하지 못해 아이와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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