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 개봉 영화 <나니아 연대기> 따라잡기…종교적 은유 풍부한 판타지

C. S. 루이스 소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중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The Chronicles of Narnia :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이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12월 9일 미국 개봉에 이어 12월 30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애니메이션 <슈렉>을 만든 앤드류 아담슨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월트디즈니에서 제작했다. 월트디즈니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시작으로 7편의 시리즈를 매년 한 편씩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 원작소설의 인기와 맞물린 판타지영화의 열풍 속에 <나니아 연대기>가 얼마나 많은 관객 특히 기독교인의 호응을 얻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작인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J. J. R. 톨킨의 원작 <반지의 제왕>,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힌다. 1956년 출간 이후 전 세계 29개 언어로 번역돼 85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2005년 <타임(TIME)>가 선정한 100대 영어 소설에 포함됐으며, <마지막 전투>는 권위 있는 어린이 문학상인 ‘카네기상’을 수상했다. 영화로 제작되기 전 이미 외국에서는 오디오북이나 TV로도 방영되기도 했다.

<나니아 연대기>는 <고통의 문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순전한 기독교>(홍성사) 등 신앙서적으로 잘 알려진 기독교 사상가 C. S. 루이스가 남긴 유일한 판타지 소설이다. 루이스는 1951년부터 1956년까지 6년 만에 <나니아 연대기> 7편 시리즈를 완성했다. 시리즈는 첫 편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 이어 <캐스피언 왕자>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은의자> <말과 소년> <마법사의 조카> <마지막 전투> 순으로 이어진다.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에서 공습을 피해 시골 별장으로 간 네 남매가 별장에 있던 마법의 옷장을 통해 신비로운 나라 ‘나니아’로 들어서는 것에서 시작한다. 말하는 동물들과 거인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살던 나니아 나라는 사악한 ‘하얀 마녀’에 의해 얼음왕국으로 변해버렸다. 남매는 나니아 나라를 세운 사자 ‘아슬란’을 도와 하얀 마녀의 주문을 풀려고 애쓴다.

국내에서는 생명의말씀사·성바오로·한길사 등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본이 나오다가 2001년 시공주니어가 영국 C. S. 루이스협회와 정식 출판계약을 맺어 <나니아 나라 연대기> 시리즈 7권을 출간했다. 꾸준한 판매로 첫 출간 후 18쇄까지 찍어낸 데 힘입어 올해 10월 영화 개봉에 앞서 7권을 축약해 1000쪽에 달하는 성인용 합본을 출간했다. 합본에는 7편이 이야기 전개 순서대로 배열돼 있으며, 나니아 나라의 지도와 인명사전까지 실려 있다. 시공주니어는 또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컬러 그림판과 유아용으로 각각 따로 출간하기도 했다.

C. S. 루이스 기독교 서적을 독점 출간해온 홍성사는 <나니아 연대기> 영화 개봉과 맞물려 해설 가이드를 출간했다. 국내 저자인 번역가 홍정락 씨와 문학평론가 정영훈 씨가 <나니아 나라를 찾아서>란 제목으로 쓴 책이다. 나니아라는 가공의 나라가 창조되고 번영하다가 멸망하는 구속사적 서사를 뼈대로 영화와 소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나니아 연대기>는 기독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 메시지와 코드에서 작가의 기독교 세계관이 잘 나타난다. 시공주니어 <나니아 연대기> 편집자 김소영 대리는 “<나니아 연대기>는 종교를 초월한 보편적인 가치를 보여주면서도 종교적 은유가 뛰어난 문학”이라며 “어린이들이나 독자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성경을 더욱 쉽고도 실감나게 체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니아 나라를 창조하고 에드먼드를 위해 희생했다 부활하는 아슬란이 예수의 표상인 것은 물론, 마법 사과나 생명수 등 기독교적 코드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전한다.

<박스>톨킨의 영향은 받았으나, 작품 세계 달라

C. S. 루이스가 ‘판타지 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성공회 신자인 루이스와 가톨릭 신자인 <반지의 제왕>의 J. J. R. 톨킨은 생전에 옥스퍼드대학 동료 교수이자 각별한 우정을 나눈 친구 사이였다. 톨킨은 자신의 작품을 루이스에게 낭독해준 일을 회고하며 “루이스의 끊임없는 관심과 다음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재촉이 없었더라면 결코 <반지의 제왕>을 끝마치지 못했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나무수염’의 캐릭터는 바로 루이스를 모델로 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평론가 유재희 씨는 판타지 영화를 호러 영화, 공상과학(SF) 영화, 동화(fairy tales), 모험 영화(adventures) 등 네 가지 장르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도 호러 영화와 SF 영화가 대표적인 판타지 장르인데, 판타지 영화 붐을 일으킨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시리즈는 판타지의 주류가 아닌 셈이다. 오히려 이런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판타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따라서 톨킨이나 루이스의 작품은 처음부터 판타지로 쓰여졌다기보다 오늘날 판타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판타지 장르로 분류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루이스와 톨킨의 사상과 관계를 분석한 <루이스와 톨킨>(홍성사)에 의하면, 톨킨은 어린 시절 기독교 신자였다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무신론에 빠져 있던 루이스가 회심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당시 북유럽 신화에 심취해 있던 루이스에게 톨킨은 신화가 기독교 복음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득하면서 “하나님의 천지창조는 본래의 창조, 판타지는 하부적 창조”라고 전했다. 이 하위 창조물의 원형이 복음서라는 것이다. 톨킨은 복음서에 판타지적 요소가 있으며 복음서가 곧 신화의 원전이라고 봤다. 가령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대신 죽는 로키신의 원형은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루이스와 톨킨은 상반된 작품 세계로 뚜렷이 구별된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다. C. S. 루이스의 저서를 출간해온 홍성사의 옥명호 편집장은 톨킨이 <나니아 연대기>에서 성경을 도식적으로 비유했다는 이유로 그리 탐탁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니아 연대기>의 비유는 창조-타락-구속으로 이어지는 구속사와 매우 직접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톨킨은 자신의 작품에 기독교 정신을 간접적으로 담았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용기·정직·신의 등과 같은 기독교의 덕을 일반 은총의 차원에서 담겨져 있다. 옥명호 편집장은 톨킨이 “루이스가 대중 기독교 집회에 나가 강연하고 설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고 전한다. 또 “당시 자유주의 신앙이 휩쓸고 간 옥스퍼드대학에서 루이스가 30년 간 석좌교수가 아닌 개별지도교수로 있었던 이유는 대중적 신앙고백이 반감을 샀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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