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간디학교 양희창 교장 인터뷰…"사학법 반대하는 기독교인 이해할 수 없어"

양희창 선생(제천 간디학교 교장)은 교육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많은 기독교 학교가 진정 기독교 정신에 맞는 교육을 한다면 희망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교가 세상의 기준을 따라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법만 주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독교 학교의 교육은 세상의 기준과 다른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개정 사학법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 양희창 선생은 교육은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기독교 교육은 세상 교육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 선생은 최근 이런 차이점이 없어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1월 2일 대구에서 만난 양희창 선생은 이번 개정 사학법과 관련, 개신교계가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방방 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반발하기 전에 우리가 그동안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는지 자문자답 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학을 운영하는 기독교인들이 하나님 앞에서 정말 깨끗한 교육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소수의 비리로 전체 사학을 매도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기독교인을 향해서는 "기독교인답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학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학이 아니었다. 사학은 말 그대로 건학 이념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사학이 이런 부분에 충실해왔다고 자신할 수 있나. 말로만 사학이었지, 공립과 다를 바 없지 않나. 사학법이 개정되면 학교 폐쇄니, 신입생 모집 거부니 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사학법 개정, 기독교인이 왜 반발하나"

일부 기독교인들은 사학법이 개정되면, 종교교육을 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양 선생은 지금 많은 학교에서 하고 있는 예배 중심의 교육은 종교교육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러한 종교교육이 지극히 형식적인 기독교인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양 선생은 기독교 학교면 기독교 학교답게, 불교 학교면 불교 학교답게 학교를 운영하면 그것이 곧 종교교육이라고 했다.

"지금 많은 종교학교가 예배를 의무적으로 드린다. 그러나 이런 걸 강요한다고 해서 신앙이 학생들 마음속에 들어가나. 천만의 말씀. 오히려 편협한 종교라는 인식만 아이들에게 심어준다. 특히 입시에 '올인'하는 교육은 하나님 중심 교육에 어긋나는 교육 방법이다. 입시 교육은 경쟁 교육이다. 다른 사람을 누르고 내가 일등이 되라는 얘기다. 하지만 하나님 중심 교육은 상생의 교육이다. 우리 모두 다함께 살자고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어떻게 함께 가나."

그의 비판은 계속된다

"종교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교훈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왜 그러나. 건학 이념을 한 번도 실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독교 학교는 '맘몬 교육'을 하고 있다. 많이 가져라. 행복할 것이다. 예수님이 그렇게 살았나. 학생들에게 가난하게 살라고 왜 얘기 못하나. 다 머리가 되면 꼬리는 누가 하고. 몸통은 누가 하나. 우열반 제일 먼저 만들고, 서울대 들어가면 현수막 제일 먼저 다는 학교가 종교 학교다."

양 선생은 교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개방형 이사제도에 대해서도 내공을 기르면 된다고 조언했다. 건학 이념이 굳건하다면 개방형 이사가 오히려 학교의 이념에 감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의 이념을 지키려는 마음이 강하다면, 한두 사람의 이사가 절대 장난칠 수 없다고 말하는 양 선생은 전교조가 진짜 빨갱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학교에서 몰아내라고 했다. 그만큼 개방형 이사제도가 겁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양 선생이 몸담고 있는 간디학교는 어떻게 운영될까. 산청 간디학교의 경우를 물어봤다. 이 학교의 경우 이사가 모두 여덟 명이다. 교사 출신이 세 명, 학부모 출신이 두 명,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 받은 사람이 세 명이다. 여덟 명 중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 받은 세 명이 소위 말하는 개방형 이사다. 이러다보니 물론 갈등도 있다. 양 선생은 그러나 서로 존중하는 마음과 양심을 지킨다면 이런 갈등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적당히 긴장할 수 있다는 것도 개방형 이사의 장점이다. 양 선생은 이사 모두가 학교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학교를 운영 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고 했다.

"머리가 돼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라고? 성경에 그런 말 없다"

양 선생은 기독교 학교의 교육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기독교 학교가 하나님 기준에 맞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기준에 맞는 아이들을 길러낸다고 했다. 그는 머리가 좋은 것은 하나님의 주신 달란트 중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영성이 뛰어난 아이들, 가치관이 바른 아이들을 길러야지, 머리가 좋은 아이들 길러서 세상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예수님이 제자 뽑을 때 성적순으로 뽑았나. 아니다. 기독교 학교가 살아남으려면 자본으로 승부할 것이 아니라, 정신으로 승부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다 옛날 말이다."

듣기에는 다 좋은 말인데 과연 이것이 실현 가능한 일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솔직히 힘든 일 아니냐고 말이다. 여기에 대해 양 선생의 대답은 확실하다. 그래서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삶의 모델을 교회가 창출해야 된다고 했다. 우리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스스로 그런 삶을 살아야 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혼자 하기 힘들면 연대해서라도 대안적인 삶, 대안적인 교육을 창출해야 한다. 머리가 되지 않고 꼬리가 되도 살아갈 수 있구나 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욕심을 버리면 길이 보인다. 가난하게 살 각오를 왜 안 하나.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이 아니다. 이미 주어진 달란트를 개발하는 것이 축복이다. 왜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야 하나."

약 한 시간에 걸친 인터뷰 끝나고 양희창 선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에게 있어 교육은 '꿈을 꾸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직접 작사한 '꿈꾸지 않으면'이란 노래를 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는 언제쯤 아이들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까.

꿈꾸지 않으면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 알고 있네 우리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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