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 김남일 씨의 ‘나의 살던 고향은’
백두산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힘써 부지런히 흘러 함경북도 무산에 이른다. 폭 30여 미터에 달하는 중류의 물살은 우렁차다. 가슴까지 넘실대는 이 두만강으로 한 걸음을 떼기까지 얼마나 오래 고민하고 기도해 왔던가. 국경수비대에는 이미 뒷돈을 주고 얘기를 해 놓은 터, 오히려 그들이 안전한 루트까지 알려 주어 들킬 염려는 없다. 하지만 과연 옳은 선택을 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두 손 꼬옥 붙잡고 강을 건너고 있는 이 여인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어떤 세상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말로 풀 수 없는 마음이 다단하게 얽혀 있건만 남에 가서 돈을 좀 벌면 북에 남아 계신 어머니께 돈을 보내 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