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호 무브먼트 투게더3] 제6차 교회탐구포럼, 한국교회의 ‘제자훈련’ 분석

   
▲ ⓒ복음과상황 오지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한국교회와 제자훈련’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5월 3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은 2015년 실시한 설문조사와 더불어, 제자훈련에 관한 비판적 성찰이 주로 이야기됐다. 설문에서 정의된 ‘제자훈련’은 “1~15명 이내의 개신교인들이 모여서 특정한 기간 동안(적어도 6개월) 특정한 교재로 정해진 단계를 밟아 훈련하는 것”으로, 한국교회와 선교단체 등에 널리 퍼져있는 소그룹 모임을 의미한다. 발제자로 나선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송인규 소장(한국교회탐구센터), 노종문 목사(전 IVP 편집장), 양희송 대표(청어람 ARMC)는 저마다의 시각으로 제자훈련을 분석하고 진단했다.

“개교회에서 봉사하게 하는 수준의 제자도”
첫 순서에서는 정재영 교수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따른 해석을 덧붙였다. 제자훈련 경험자 230명, 비경험자 230명 총 460명의 평신도를 표본추출하고, 목회자의 경우 주요교단별 비례할당 추출법을 통해 305명을 추출해 설문한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제자훈련에 대한 경험과 의식을 들여다보는 데 유의미한 통계들이 언급됐다.

그중 목회자와 평신도 모두 제자훈련의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의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으로 ‘교회헌신도’(33%) ‘개인 경건생활’(27%) ‘성경지식’(22.6%)을 꼽았다.(괄호 안의 %는 ‘평신도’ 응답 기준) 반면 ‘이웃에 대한 배려와 섬김’(9.6%) ‘사회, 정치참여 의식’(3.5%) ‘전도’(2.6%) ‘봉사’(1.7%) 등에 있어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 교수는 “제자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제자훈련 경험자와 비경험자의 차이는 교회 헌신도와 개인 경건생활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응답했다. 실제 삶의 현장에서 그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제자훈련이 주로 평신도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개교회에서 봉사하게 하는 수준의 제자도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어진 세 번째 발제에서도 제자훈련에 관한 종교사회학적 검토를 시도한 정 교수는 “성경에 입각한 공동체는 공동체 구성원들만의 효과 있는 삶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안으로 헌신되고 절제된 삶의 응집을 통해서 공동체 밖의 사람들에게도 나누고 베풀 수 있어야 한다”며 “공동체의 삶은 타인을 위한 여력을 가질 수 있는 삶이며 지역사회와 더불어 함께하는 삶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자훈련의 영향력이 개교회 내에 갇히지 않고, 교회 밖의 사회에서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선발해 훈련하신 의도가 중요하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송인규 소장은 “오늘날 유행하는 제자훈련 프로그램은 하나님 나라의 제자도와 예수께서 제자를 선발하고 훈련한 의도, 두 가지를 잃어버렸다”며 이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송 소장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제자도는 그 실천의 영역이 교회 생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 학교, 회사 등 삶의 모든 영역과 연관된 것이다. 지식이나 정보 전달 위주의 프로그램을 벗어나, 전인격적인 변화를 통해 삶에서의 실천이 바뀌어야 하나님 나라의 제자도를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제자훈련은 ‘교회 성장’이라는 목표에 갇혀 피상적 수준으로 진행되었다는 게 송 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예수께서 제자들을 선발하고 훈련하신 의도에 맞추었다는 커리큘럼을 구성해 발표하기도 했다. 커리큘럼의 흐름은 크게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스도인끼리의 관계’를 거쳐 ‘세상과의 관계’로 나아간다. 송 소장은 “세상과의 관계를 다루는 다양한 주제들을 접하다 보면 그리스도인들은 자연히 제자의 삶에 대한 폭넓은 인식과 관점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자훈련의 장은 확장된다”
노종문 목사는 도슨 트로트맨(1906~1956), 옥한흠(1938~2010), 달라스 윌라드(1935~2013)의 제자훈련 방법과 철학을 소개하고, 기여와 한계를 동시에 논했다. 네비게이토 제자훈련 프로그램을 만든 도슨 트로트맨의 기여로는 ‘양육의 중요성 발견’ ‘제자훈련의 실제적 도구와 방법 제시’ ‘제자훈련의 결실을 보여줌’을 꼽았고, 한계로는 ‘개인 구원론 중심의 복음 이해’ ‘사회나 역사의 맥락과 분리된 경향’을 지적했다. 옥한흠 목사의 경우, 그의 책 《평신도를 깨운다》에는 ‘제자훈련의 뿌리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복음주의에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평신도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염두’하고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직업과 공적 영역의 제자도에 대한 언급이 부재했음이 지적됐다. 노 목사는 달라스 윌라드를 ‘전통적인 영성훈련들을 제자훈련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제자훈련의 장을 가정을 비롯한 직장과 공적 영역까지 확대한 것’으로 평가했다.

“탈학습이 필요하다”
마지막 발표자인 양희송 대표는 “제자훈련은 ‘탈학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자훈련을 통해 학습한 고유의 언어와 행동, 몸에 밴 질서와 관행 전체를 탈학습(Unlearning)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자훈련은 이미 ‘변형된 교회성장론’이 되어버렸고, 교회는 훈련받은 ‘제자들’을 대거 양산했으나 결국엔 교회 안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무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일단, 하던 것을 지우고 거기서부터 풀어낼 지점을 찾아야 한다. 존 스토트(‘영성’보다 ‘제자도’), 달라스 윌라드(제자도의 영성), 디트리히 본회퍼(제자도의 대가)의 사상이 제자훈련의 새 길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좋을 것 같으나 실천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교재나 툴이 없어 막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자훈련을 받을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 중에서 기존 제자훈련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29%만이 동의했으나, 새로운 제자훈련에 대해서는 67.4%가 동의했다. 이들이 새로운 제자훈련을 통해 배우고 싶은 주제는 ‘윤리와 도덕성’(32.4%) ‘인간관계’(32.2%) ‘돈과 경제’(15.7%) ‘사회의식’(10.4%) ‘일터생활’(8.9%) 순으로 나타났다.

※ 더 자세한 내용은 한국교회탐구센터 홈페이지(http://rckc.tistory.com/)에 공개된 자료집이나 《한국 교회 제자훈련 미래 전망 보고서》(IVP)를 참고하면 된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교회, 한국 교회를 위한 탐구’를 모토로 2011년에 설립, 한국 교회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연구 활동 및 자료 발간을 해오고 있다.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