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호 스무살의 인문학]

   
▲ 사진: www.pexel.com

죽은 고등학생의 사회
철학을 공부하고 청소년들에게 논술을 가르친다고 이야기하면, 대개 저를 반듯한 청소년기를 보낸 모범생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범생과는 거리가 꽤 먼 편이고, 고등학생 때는 말도 못하는 사고뭉치였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 고등학교 생활도 사건과 사고가 넘치는 3년이었고, 많은 경우 그 중심에 있었거든요. 대학교 합격증 따기보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는 게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상당히 보수적인 기독교 대안학교를 다녔던 고등학생인 저는 모범생이 아닌 수준을 넘어 ‘반항아’였습니다.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기독교 신앙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저는 늘 질문을 던졌고, 멋진 연설을 늘어놓았지만 정작 제 질문은 소화해주지 못하는 선생님이나 목사님들을 보며 깊은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그 절망들이 쌓이고 쌓여 저는 연단에 선 사람들을 신뢰 못하게 되었고, 앞길을 인도해줄 사람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 제가 벌였던 반항의 꽃은 ‘동아리’를 하나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무슨 불량써클이라도 하나 만든 것처럼 말하지만, 단지 (대단히 모범적인) 인문학 동아리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권 인문학 양서를 읽고 모여서 두 시간 가량 토론하는, 그런 흔한 독서토론 동아리 말입니다. 커리큘럼이 조금 독특하기는 했습니다. 《금강경》과 《논어》를 낭송하고, 《이기적 유전자》와 《총,균,쇠》를 탐독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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