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호 무브먼트 투게더] ‘어린이가 만드는 평화’ 워크숍 후기

 

평화의 가치를 어떻게 교회 교육에 적용할까?
 

“책으로 읽었던 ‘어린이와 함께 만드는 평화’가 오늘 활동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화가 없는 세상 속에 평화를 만들어가는 어린이들. 참으로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습니다.” (‘참가자 후기’에서)

지난 8월 22, 23일 이틀 동안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창천교회에서 ‘어린이 대장장이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워크숍은 출판사 ‘대장간’과 평화교육단체 ‘BE.P’의 공동주최로 진행되었다. BE.P는 감리교신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 어린이 대장장이 시리즈(대장간 펴냄)

우리는 교회 안에서 평화라는 가치를 성경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연구하던 중, 기독교 평화주의(메노나이트 교회)의 관점에서 쓰인 엘리너 스나이더와 마리 앤 위버가 지은 《Kids can make peace》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평화와 관련된 주제(창조세계와 함께하는 평화, 마음의 평화, 다른 사람과의 평화, 이 세상과의 평화, 좋은 선택하기, 다른 사람들을 섬기기, 차이를 인정하기, 비폭력 연습하기)로 이루어진 10회의 수업을 담고 있다.

책을 함께 번역하고 그 내용을 직접 현장에서 적용해보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래서 10권의 시리즈 모두를 번역하고 교회 교육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이 번역물은 《어린이가 만드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 책을 소개해주고 번역과정을 함께한 교수님이 BE.P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번에 열린 첫 번째 ‘어린이 대장장이 워크숍’은 《어린이가 만드는 평화》를 읽기는 했지만, 실제 교회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기획되었다. 진행을 맡은 BE.P팀은 실제 이 책을 가지고 교회에서 교육을 진행했던 경험과 고민들을 나누기 위해 각 챕터의 수업 진행 예시문과 여러 가지 팁을 담은 매뉴얼 책자도 별도로 제작해 참여자들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이를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참여자들의 후기다.
“평화라는 모호한 개념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학습해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평화라는 막연한 주제를 아이들과 어떻게 나누고 공감해야 할까 라는 고민에 어느 정도 답을 얻은 것 같아요. 강요가 아닌 초대, 좋아요.” 
“하나가 되어요, 평화를 말해요, 몸으로 표현해요, 일찍 온 어린이들을 위한 제안 등 꼭지(구성요소)의 제목이 좋아요.”
“극의 형식으로 말씀 소개를 하는 부분이 새로웠습니다. 교회학교에서 꼭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놀이 안에 들어 있던 경쟁구조를 깨고 새로운 방식의 놀이로 풀어낸 것이 새로웠어요.”
“말로 가르치는 것(‘~해라’/‘안 돼’)보다 활동 하나가 더 효과적이고 인상적일 수 있다는 것!”

몸으로 부딪혀 평화를 익히다
오전 시간에는 수업을 이루는 각 요소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동그랗게 앉아 찬양한 뒤에 한 가지 질문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활동,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기존의 설교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해서 만들어나가는 성경 이야기, 몸으로 부딪혀가며 평화의 주제들을 배우는 놀이와 만들기 활동, 일상생활에서 평화를 실천하는 하나님의 평화실천가로 살아가도록 축복의 말 건네기, 즐겁게 말씀을 접하고 암송할 수 있는 방법 등 책의 구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오후 시간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었다. 첫 번째 파트는 총 10회의 수업 중 하나의 수업을 선택해서 함께 시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진행자들(BE.P팀)은 혼자가 아닌 ‘공동’으로 수업을 진행했고, 참여자들은 자신을 ‘어린이’라고 가정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방식은 실제 현장의 느낌을 유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두 번째 파트는 비폭력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호등 활동(신호등 놀이, 신호등 만들기, 신호등을 활용하여 갈등상황을 해결하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신호등’이라는 상징을 통해 평화에 더욱 쉽게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는데, 참여자들의 호응이 높았던 시간이기도 했다.

   
▲ 신호등 놀이, 신호등 만들기, 신호등을 활용하여 갈등상황을 해결하기 (사진: 신유식 제공)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많은 노란불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초록불로 가져가는 평화지킴이가 되길 소망합니다.”
“신호등 시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같은 활동을 하는데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느끼는 것… 획일적이지 않은 교육이라 좋았습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여 비폭력적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어린이 시절부터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목적’보다 ‘과정’이 더 소중하다
이번 워크숍에서 우리가 강조한 것은, 어린이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 모두가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이었다. 아직 미완성이기에 어른의 가르침을 따라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어린이 안에는 평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주고, 함께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단지 평화라는 주제를 개념적으로 이해하기보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방식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교육은 지식의 전달이라는 ‘목적’이 아니라 배움에 이르는 ‘과정’이 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수업에 자발적으로 기여할 수 있고(주체적 참여), 서로 다른 의견은 존중받으며(연결·지지·존중), 그 모두가 자원이 되어 서로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상호기여·리더십 공유). 이처럼 평화 수업은 한 방향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에서 상호 배움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참가자들의 반응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실제적인 적용 방법을 미리 연구하고 아낌없이 나눠주심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나올 ‘kids can’ 시리즈 기대할게요.”
“꼭 교회에 적용되어야 할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연구해서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쟁사회 속에서 평화를 알아가며 놀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깊은 고뇌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화 그리고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평화를 명사가 아닌 동사로 보게 되었습니다. 몸을 움직이며 친해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평화’라는 건 함께 이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함께한다는 것은 서로를 마주하고 나누고 문제가 있다면 멈추고 돌아보고 실천하기를 결정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교회 내 평화교육, 그 긴 걸음의 첫발
참여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간 워크숍은 우리 BE.P팀에게도 새로운 자극과 도전을 주었다. 평화 수업에서는 매순간 또 다른 배움이 일어난다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평화교육을 심고자 하는 간절함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보았다. 그것은 하나의 희망이자 동시에 숙제로 다가왔다. 

   
▲ 이번 워크숍에서 우리가 강조한 것은, 어린이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 모두가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이었다. (사진: 신유식 제공)

워크숍이 끝날 즈음 우리 모두는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는 기쁨과 함께, 현실적인 고민들도 나누었다. 그것은 현재 한국교회에서 평화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성경과 평화가 연결된 배움을 거의 접해보지 못했기에, 많은 참여자들의 마음에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불안이 있었다. 과연 실제로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질문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염려들은 교회 내 평화교육을 일구어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될 필연적 도전일 뿐이다. 

평화는 단시간에 이벤트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오랜 시간 다져가야 하는 긴 걸음이다. 평화의 호흡을 내쉬려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에게는 앞으로 남은 아홉 권의 책과 워크숍이 더욱 기대된다. 
“평화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은 복이 있다. 그들은 하나님의 자녀라고 불릴 것이다.”(마 5:9)  

 

신유식
감리교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BE.P팀에 소속되어 있다. 특별히 성서와 평화를 연결할 수 있는 이론적 작업을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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