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2016 이슈 톹아보기

 

“시장경제는 공정한 경쟁을 요청합니다. 공정한 경쟁이 잘 작동하면, 노동한 만큼의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아지고, 분하고 억울한 이들은 줄어듭니다. … 힘을 가진 이들에 의해서 경쟁의 공정성이 훼손되면 특권과 반칙이 판을 치고 사람들은 희망을 잃습니다.”(김재수, 《99%를 위한 경제학》, 생각의힘, 12쪽)

“돈도 실력”이 되어 비정상적인 특혜에 힘입어 명문대 입학이 이뤄지고, 서류전형 탈락자가 최종면접 대상자로 올라가 최하점수를 받고도 정권 실세의 한마디에 공기업 취업이 결정되는 ‘반칙 사회’에서 대체 누가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요. 지난 3차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지금까지는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걸 알았다”고 한 말은 오늘 우리의 절망과 분노를 잘 대변합니다. 

입만 열면 경제위기, 국기문란, 국가비상사태를 외치며 국정에 협조하라 다그치던 이가 그 온갖 위기와 문란과 사태의 ‘주범’이었습니다. 지난 11월 20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에서 밝힌 중간 수사 발표의 결론입니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최초로 핵심 피의자로 공식화되었습니다. 

정확히 1년 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昏庸無道). ‘어리석고〔昏君〕 무능한 군주〔庸君〕가 온 천하를 어지럽게 한다〔無道〕’는 뜻이라지요. 국가 지도자가 ‘챙겨야’ 마땅한 일은 국민들의 생명과 안위, 평안한 일상이어야 함에도, 그가 국가 공복(public servant)인 청와대 참모들을 시켜 ‘세세히 챙긴’건 다름 아닌 최순실 씨 일가의 집안일이었습니다. 하다하다 해외 순방 기간 중에까지 최씨의 조카를 만나 정부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에는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입니다. 

플라톤이 그랬다지요. 정치 참여를 거부한 형벌 중 하나는 자신보다 저급한 사람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요. ‘저급급 인간들’(inferiors)이 국민이 위임한 권력과 국가기관을 자기 배를 채우거나 사사로운 인간관계를 챙기느라 사유화한 작금의 상황은, 주권자로서 시민이 정치 참여를 외면하거나 ‘묻지마 지지’에 함몰된 대가는 아닌가 싶어 가슴이 무너집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올 한 해의 주요한 이슈를 모아봤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아하수에로 왕과 박근혜 대통령”)를 비롯하여, 여성혐오(“여성혐오, 아주 오래된 농담”), 교회와 여성(“교회는 여성혐오 끝판왕이 되려나”), 청년정책(“청년정책, 청년배당, 그리고 기본소득”), 그리고 미국 대선(“트럼프의 당선과 우주의 신비”)에 이르기까지. 물론 분야별로 고르게, 빠짐없이 챙기지는 못했습니다. 몇 차례 편집회의를 거치면서 꼭 짚어봐야겠다는 사안 중심으로 정리해본 셈입니다. 

어지러운 시국과는 별개로, 올 한 해도 복상은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해주신 여러 필자들과 인터뷰이들, 정기구독과 후원구독으로 응원해주신 독자들과 교회·기관들, 그리고 들레지 않고 묵묵히 후원해주신 섬김이들(이사·후원이사 등)에 힘입어 지금껏 달려왔습니다. 2017년 새해에는 좀 더 변화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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