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 새라 코클리 지음 / 정다운 옮김 / 비아 펴냄 / 9,000원

성경에는 예수의 수난 사건을 둘러싸고 온갖 드라마가 펼쳐진다. 이 책은 바로 그 초대, 선물, 배신, 사랑, 두려움, 모욕, 용서, 희생, 죽음, 부활의 드라마 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의도를 숙고하며 그려내는 에세이다.

책은 향유 옥합을 예수의 발에 바치며 유별한 사랑을 표현했던 여인의 이야기, 그때 그 여인의 행실에 대해 예수에게 강하게 따졌던 유다, 그 유다가 예수를 ‘넘겨주는’ 사건, 그로 인해 이루어지는 예수의 수난 사건 등을 통해 하나님 사랑의 방식을 톺아볼 수 있는 생각의 공간을 선물한한다. 

“예수의 수난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랑과 정의를 포함해 모든 앎을 뒤집습니다.”(초대)

“하나님의 사랑이 지닌 ‘영광’이 드러나기 위해 예수가 ‘넘겨져야’ 했다면, 그렇게 해야만 했다면, 왜 유다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배신당해야 할까요?”(배신)

“예수는 너무나 고결한 의미로 가득 찬 세계에 살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죽음)

“본래 우리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초대를 거부하는, 강력한 관성이 작동”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 사유의 결과들을 진정 공감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실은 부활절을 앞두고 호기롭게 책장을 펼쳤으나, (아직도) 내가 그러하다. 챕터를 넘어갈수록 ‘합리적인’ 물음표가 쌓이고, 그러나 덕분에 복음서를 다시 펼쳐들었다.

“복음서에 등장한 여인들이 부활한 예수를 다른 이들보다 먼저, 더 잘 ‘볼 수’ 있었던 건 그들이 다른 이들보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컸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려면 고통 속에서 이를 악물고 억지로 좋은 면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끝까지 따른 여인들이 지녔던 그 사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그리스도의 자녀가 십자가 앞에서 지녀야 할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자아가 ‘죽고’, ‘돌아설’ 때에 비로소 사로잡힘으로, 비로소 우리는 절망 중에도 주님을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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