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호 3인 3책] 가장 위대한 기도

                              

▲ 존 도미닉 크로산 지음 / 김준우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 2011년

2011년, 아마도 봄의 어느 날, 존 도미닉 크로산의 새 책 《가장 위대한 기도》 서평을 청탁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마감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서평의 부담은 신학박사 학위를 지닌 신약학자에게로 돌아갔다. 

왜 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 그 몇 주 후 읽은 서평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하기는 했지만 책이 던지고 있는 질문들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이었다. 이후에 찜찜함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마침 요즘 교계 한편에서 기도에 관한 책이 화제다. 목사이자 경영자인 한 사람의 책으로 인해 성령의 은사가 신약시대 이후 중단되었는지 아닌지, 무속과 기독교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종교 체험이란 것이 혹시 뇌의 착각은 아닌지에 대한 토론이 오가고 있다. 나는 이런 논의 한가운데서 복상에서 서평 한 꼭지를 맡게 하신 하나님의 큰 계획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시기는 기도에 대한 아무 담론이나 다 오가는 시기로, 혼란을 틈타 《가장 위대한 기도》를 추천하는 글을 써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1930년대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크로산은 오랫동안 신약성경을 가르쳤으며, 예수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학자로, 특히 ‘역사적 예수’라는 키워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예수를 갈릴리의 농민계급으로 설정하고, 그의 말씀들이 아주 실제적인 문제, 예를 들어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요소들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갈망은 1세기 갈릴리 사람들이 경험하던 실제의 ‘나라’인 로마제국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 나라’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만약 황제가 아닌 하나님이 통치자라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은 랍 벨, 브라이언 맥클라렌, 쉐인 클레어본 같은 이들에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상상력을 불어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장 위대한 기도》는 그가 평생 매달린 주제인 예수와 하나님 나라를 ‘주기도문’이라는 주제 안에서 새로 묶어낸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방언과 환상 같은 신비로운 체험이나 구체적인 응답 경험 같은 것은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폭력적 구조 밖을 상상하게 하시고, 새로운 나라의 사람이 되도록 우리를 기르시고, 마침내 정의와 평화로 가득한 새 나라에 참여하게 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 안에서 기도는 그 부르심을 듣는 순간이 되고, 그 부르심에 비추어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되고, 성장을 위한 영양분을 공급받는 시간이 된다. 기도의 방식이나 현상에 대한 세부적인 논쟁 가운데 이 사실을 놓친다면, 기도에 대한 우리의 말들은 얼마나 공허한 것이 되는가. 

* 책 20쪽의 ‘맥북 프로그램’은 ‘맥북 프로’의 오역인 듯하나 책 내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귀엽게 보아 넘기자.

 


여정훈
대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공부하던 중 공부에 재능 없음을 느끼고 기독교 시민단체에 취직한 후 자신이 일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만들었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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