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호 내 인생이 한 구절]

죽이도록 미운 당신
“내게는 죽이도록 미운 당신이 있었고, 죽이도록 미웠던 내가 있었다” 로 시작되는 내 책, 내가 피를 찍어 쓴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복있는사람)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통과하는 내 고난의 연대기이다. 그때 그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것,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쓴다는 것도 내게는 아픔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워 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예전의 일들 ― 예전이 아니라 옛날이라고 쓰고 싶을 만큼 참담했고 비루했던 그때 그 일들 ― 을 다시금 떠 올리는 것은 내겐 악몽이다.

사실, 그때 일은 최장 기간 5년이었고, 마지막 시점으로부터 세 배쯤 되는 십 수 년이 훌쩍 지났다. 아득하기만 한 그 일을 이곳저곳에서 말했고, 글로 썼고, 외부 수련회나 사경회에서도 하도 외쳤기에 이제는 자제하는 편이다. ‘내 인생의 한 구절’을 써 달라는 원고 청탁은 나를 그때 그 자리로 다시 불러 세웠다. 책을 쓸 때도 그랬지만 괜히 나는 슬퍼졌고, 우울해졌다. 그냥 눈물이 난다. 전에는 너무 힘들고 억울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흘렀다면, 여전히 그 정서도 살아있지만, 감사해서, 좋아서, 미칠 정도로 행복해서 운다.

한번은 어느 대형교회에서 강의할 일이 있었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담임목사님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대화 중에 자비량으로 가정집 교회를 하며, 책 쓰고 강의하는 내 근황을 신나게 들려드렸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자비량도 아니고, 가정집 교회도 아니다. 어쨌든 그분 왈, “목사님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네 정말 미치도록 행복합니다.” 네 대답에 그 목사님은 어두운 낯빛으로 말씀하신다. “저는 행복한 척하며 삽니다.”

그럼, 그 지옥 같은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을까? 그 전에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고난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 버티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고난을 이기려고 하면, 내가 부서진다. 백전백패다. 승산 없는 전투 방식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 그냥 욕이 나오고,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라는 캔디 정신으로 이 악물고 견디다 보니 어느 날, 그 일이, 그날 일이 옛 날이 되어 있는 거다.

내 인생의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너무 먼 길을 돌고 있다. 한 가지 더 말할 게 있다. 그 고통의 시간 속에 ‘하나님의 은혜’ ‘가족의 지지’ ‘두 책’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 여기서 두 책이라 함은 성서와 독서이다. 성서를 묵상하고, 책을 탐독했고, 내게 견디는 힘을 주었다. 내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채워지고, 뛰어난 생각과 삶을 살았던 이들의 글이 나를 단단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책을 쓰게 되었고, 인생을 다시 쓰게 되었다.” 책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책이 없었으면 지금의 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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