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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누구냐, 넌?
[352호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352호] 2020년 02월 19일 (수) 11:28:08 김진수 goscon@goscon.co.kr

 

연재를 시작하며: 마르틴 루터, 프로테스탄트, 그레타 툰베리
1529년 슈파이어 의회에서 로마 가톨릭교회는 더 이상 마르틴 루터의 지지자들을 묵과하지 않겠다고 결정합니다. 하지만 루터파 제후들과 자유도시 대표들은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에게 항의하는 문서를 제출합니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제국회의와 황제에게 맞선 이들을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항의 혹은 저항하는 자)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 말은 시간이 흐르면서 신교도 전체를 통칭하는 용어로 굳어졌습니다.

500여 년 전 제국과 황제에 맞선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신앙을 물려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 ‘집단’이기도 하지만 한 ‘개인’이기도 한 그들은 살해 위협 등 두려움에 시달렸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목숨을 아끼지 않고 항의하며 개신교회를 세웠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담대하게 만들었을까요? 그들에게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면죄부로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는 확신, 개혁이 필요하다는 확신, 자신이 그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는 확신 말입니다. 저는 이 확신이 필요한 영역이 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 사진: Adobe Stock acinquantadue


얼마 전 전 세계에서 ‘기후 파업’(climate strike) 운동이 있었습니다.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지난해 8월 ‘등교 거부’ 시위를 시작해 유럽 및 세계로 이 운동을 확산시켰습니다. 청소년들이 본인들의 미래를 위해서 학교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기후변화로 인하여 지구가 망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밝은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이 소녀는 환경 파괴에 침묵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미온적인 주류 정치인들과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의미에서 금요일마다 등교 거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2월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기득권층을 겨냥해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발언하였고, 지난 9월 23일 유엔 기후 행동정상회의 3분 연설에서는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는데 각국 정치 지도자들은 영구적 경제성장과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당신들은 우리 젊은 세대를 실망시켰고, 우리는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다. 만약 우리를 실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질타했습니다.

이 소녀에게는 ‘확신’이 있어 보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미래’가 없다는 확신, 개혁이 필요하다는 확신 말입니다. 저는 기후변화 과학자이자 신앙인으로서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생육하고 번성하라,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장)고 하셨지 파괴하라고 하신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과 무책임한 발전으로 더욱 강력해진 자연재해(사실상 인재)를 연거푸 경험하고 있습니다. ‘죄의 삯은 사망’(롬 6장)인 것처럼, 인류 활동으로 인해 지구에는 사망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합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피 값 주고 사셨고, 우리에게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살게 하셨음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 나라가 죽어서만 가는 곳이 아니라 이 땅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약 2장)이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도전을 줍니다. 이 땅의 주인이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시고, 우리가 그의 청지기라면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어떤 믿음과 행동으로 이 땅을 살아가야 할까요?

우리에게는 ‘확신’과 함께 ‘회심’이 필요합니다. 그레타 툰베리가 경고한 것처럼, 이대로 문제를 방치했다가는 자녀들에게 우리가 살았던 지구를 물려주기는커녕 지옥같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기대하시는 전인격적인 회심에는, 우리가 당연시하고 살아왔던 삶의 양식 하나하나까지 모두 포함될 것입니다. 우리는 부자 청년처럼 고민하다가 망설일 수도 있고, 삭개오처럼 자발적으로 본인의 삶을 180도 바꾸는 결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기후변화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우리가 과연 어떤 행동들을 할 수 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
이산화탄소.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많이들 들어보셨겠지만, 막상 어떠한 원리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이 이산화탄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해보겠습니다.

0.04% 이산화탄소
이산화탄소(CO2)는 용어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탄소 원자(C) 하나에 산소 원자 2개(O2)가 결합한 화학물질입니다. 전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약 400ppm인데, ppm(parts per million)은 전체 양 중 100만 분의 몇을 차지하는가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 단위입니다. 즉, 100만 분의 400을 차지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로 표현하자면 0.04%입니다. 전체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 0.04%는 매우 적은 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양을 무게로 환산해보면 약 850기가톤(1기가톤 = 10억 톤)이나 됩니다.

비닐하우스와 이불의 원리
0.04%의 이산화탄소가 도대체 공기 중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요?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greenhouse gas)로 알려졌습니다. 온실 또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보신 적이 있나요? 비닐하우스에서는 별 다른 장치 없이 투명한 비닐 막 하나로 내부 온도를 효과적으로 올려서 각종 채소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비닐은 태양 빛(가시광선)을 투과시켜 내부까지 잘 들어오게 해주지만, 실온에서 모든 물건이 내는 적외선 영역에서는 불투명하여 나가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잡아줍니다. 즉 들어오는 에너지에 비해 나가는 에너지는 적어서 내부 온도가 올라갑니다. 온실가스는 이러한 원리로 지구 대류권 대기의 온도를 높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불’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어도 이불에 들어가서 잠시 있다 보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불 자체가 따뜻해서가 아니라 (이불 자체가 처음부터 온도가 높았던 것이 아니라) 이불을 덮고 있는 우리의 체온이 이불 안에 갇혀 있는 공기를 데우는 것입니다. 이불이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열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에 더 따뜻하게 되는 것입니다. 

온실가스도 이불의 원리와 같습니다. 대류권에서 만들어지는 적외선이 곧장 우주로 나간다면 온실효과가 없겠지만, 나가던 적외선이 온실가스와 반응하여 일부가 우주로 가지 못하면 대류권을 데우는 효과가 생깁니다.

계속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18세기 산업혁명 이전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이었는데, 현재는 400ppm이니까 약 43% 늘어났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매년 2ppm(43억 톤)씩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뚜렷한 증가는 인류 활동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화석연료(석유, 석탄) 사용과 토지사용 변화(숲을 농업 또는 다른 용도로 변환)가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 80만 년 이산화탄소 기록 (출처 NOAA Climate.gov)

위 그래프는 지난 80만 년의 이산화탄소 기록입니다. 매년 남극의 눈은 그 당시 공기를 머금고 쌓이는데, 80만 년 동안 눈이 쌓인 곳을 찾아서 얼음 기둥을 시추하여 분석한 결과입니다. 80만 년 중 가장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던 시기의 기록은 300ppm 정도인데, 현재는 400ppm이 넘었습니다. 물론 자연적인 변동으로 적게는 200ppm, 많게는 300ppm 구간을 오르락내리락하였지만, 최근 관측된 400ppm이라는 숫자는 자연적인 변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즉, 인류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방출 때문에 최근 급격한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1958년부터 최근까지 정확하게 관측한 이산화탄소 그래프입니다. 단 한 번도 감소한 적 없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월간 이산화탄소 농도를 나타내는 빨간 점들이 지그재그 모양으로 변동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년 5월경에 가장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고 9월경에 가장 낮은 계절적 변동이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북반구에 있는 숲들이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배출하는 양의 일부는 흡수하고 있지만, 이산화탄소 농도의 뚜렷한 추세를 억제할 정도는 아니므로 여전히 매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 1958년부터 최근까지 관측한 이산화탄소 그래프


사실 인류가 화석연료 사용과 토지사용 변화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최근 10년 기준 매년 5ppm 이상입니다. 나머지 3ppm 정도는 해양과 육상의 식생(주로 숲)이 흡수하여 대기 중에는 약 2ppm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해양과 식생이 매년 3ppm 정도를 흡수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극심한 지구온난화에 시달렸을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응하고자 기후 파업 등 여러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인류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전기 사용 및 난방(25%), 토지사용 변화(24%), 산업(21%), 교통(14%), 건축(6%) 등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어느 하나 칼을 대어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편의를 포기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또는 경제적인 손해를 보면서까지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는 느리기만 합니다.

가속화하는 온난화 앞에서
특별한 제재가 없는 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전 세계 7위, 인구당 배출량은 3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개인이 텀블러를 사용하면서 노력할 수 있겠지만, 사회 구조적 변화 없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이기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전 세계 탄소발자국 현황


지금까지 인류 활동 때문에 43% 늘어난 이산화탄소와 그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기후가 변해왔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입니다. 매년 2ppm씩 쌓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해양과 식생이 지금처럼 3ppm씩 흡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해양과 식생이 어느 정도 저장고 역할을 하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을 상실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결국, 과학자들은 양의 되먹임(피드백) 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지구온난화 → 흡수 능력 상실 →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더 쌓임 → 더 쌓인 이산화탄소가 추가적인 지구온난화 야기)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미쳐서 더 급진적인 지구온난화가 야기되는 것이지요.

사실 이산화탄소는 우리가 누리는 많은 편의의 대가입니다. 현재의 편의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자 삶 그 자체에 스며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기후변화나 수십 년 뒤에 일어날 지구온난화에 대한 위험 앞에 우리는 더더욱 무감각해집니다. 현재의 편리함을 포기하기 싫어서 고의적으로 망각하는 것입니다.

“선하신 선생님, 내가 영생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오늘 우리가 예수님께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요? 이기심과 욕망을 뛰어넘는 신앙, 이 세상 질서와는 전혀 다른 하나님 나라의 삶이 요구되는 지금,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우리의 고민도 더욱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욕적으로 살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편의가 가져올 대가를 인지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해서 조금 더 심도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김진수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대기과학) 재학시절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훈련을 받으며 하나님 나라와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포항공대를 거쳐 현재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엘니뇨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과 탄소순환, 기후변화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4월부터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으로 임용되어 북극과 고위도 기후연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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