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리아 버터필드 지음/오세원 옮김/아바서원 펴냄/14,000원

 

기독교인들을 경멸해온 어느 (레즈비언) 교수의 ‘회심’ 이야기다. 저자 표현을 빌리자면 회심보다 ‘충돌’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이뤄진 나와 하나님과의 조우를 설명하기 위한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 ‘충돌’(impact)이라는 단어다. 수많은 사상자를 남기는 다중추돌의 충격.”

충돌 전 그녀는 36세에 뉴욕 시러큐스 대학으로부터 종신교수직을 보장받았고, 유명한 여성학과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지역사회의 행정가로 운동가로 인지도가 높았다. 미국 내 극우 기독교의 동성애 혐오를 연구하고자 자료를 모으며 성서를 읽던 차였다. 

그즈음 어느 기독교 우파 잡지에 ‘가부장적 삼위일체론’을 비판하는 글을 실은 일이 단초였다. 글에 대한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편지가 쇄도하는 가운데, 양쪽 어디로도 분류되지 않는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한 것이 첫 번째 충돌이었다. 켄 스미스 목사가 보낸 편지는 글쓴이도 인지 못하고 있던 근본적 결함을 지적하고 있었다. 예기치 않은 만남, 그 충돌이 그녀를 변화시켰다.      

“그가 수년 동안 지치지 않고, 중고차 세일즈맨의 설득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자연스럽고 유기적이면서도 깊은 관심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내게 복음을 전해주지 않았더라면, … 예수 그리스도라는 귀중한 친구를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훗날 이런 고백을 하기까지는 더 많은 충돌이 있어야 했다. 처음 교회에 나가던 때, 전 연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던 때, 약혼자에게 파혼을 당했던 때, 새로운 교회에서 설교를 들으며 펑펑 울던 때,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던 때 등등…. 숱한 ‘충돌’의 나날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단순히 레즈비언이 예수를 믿고 ‘정상’이 되었다는 자극적 간증이 아니라, ‘한 인간’의 치열한 회심 이야기로 다가와 더 좋은 책이다.

“성적인 존재인 내가 그리스도에게 응답을 하는(내 삶을 그리스도께 바치는) 것은 과거 이성애자였던 내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존재로 바뀌는 것이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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