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20,000원

▲ 이슬람 전사의 탄생(정의길 지음)

9․11 테러 이후 이슬람권에서 벌어지는 국지전‧내전‧소요‧테러를 비롯하여 얼마 전 파리에서 일어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나 IS의 일본인 인질 살해 사건까지, 세계는 지금 국지 장기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3차 세계 대전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동 대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는 이슬람 세계에서 기존 국경선의 의미를 지우고 있다. 이슬람국가의 출현으로 바뀌기 시작한 중동과 이슬람 세계의 국경선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그릴지 알 수 없다.”

이런 국제전의 속살을 들춰내는 작업이 책으로 나왔다. 현직 국제부 기자인 저자는 1797년 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그 기점으로 보고, 2014년 IS(이슬람국가)가 탄생하기까지 35년 동안 이슬람권에서 벌어진 일들을 압축적으로 서술한다.

최대한 팩트에 초점을 맞춘 책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종교 분쟁,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분쟁, 아랍 대 서방(이스라엘) 구도의 반외세 분쟁, 세속주의 대 이슬람주의 분쟁, 독재정권 등 권위주의 세력과 민중 사이의 민주화 분쟁, 다수 민족과 소수 민족의 분쟁, 중동 역내 국가 사이의 국가 분쟁 등은 여러 겹의 갈등으로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테러 면에서 아랍-이슬람권이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긴 하지만, 이를 간단히 선악의 틀로 규정할 수는 없는 맥락인 것이다. 책의 제목대로 이슬람 전사는 ‘탄생’했다.

그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했던 중동 지역 분쟁과 우리나라의 관계에서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IS가 납치한 일본인 두 명을 참수했고, 한국의 ‘김군’도 IS 관련 트윗을 남긴 후로 한 달이 넘도록 행방이 묘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읽는 체계적인 중동 현대사가 자못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