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제임스 지음/ 김은해 옮김/비아 펴냄/ 6,000원

저자는 토마스 머튼의 사상을 오늘날 교회 현실과 선교 현장에 적용했다. 특별히 교인 수 증감에 민감하거나 선교를 하나의 ‘활동’으로만 여기는 이들을 자주 언급하며, 그들이 꼭 묵상해야 할 머튼의 사상에 초점을 맞췄다. 평소 머튼의 책을 읽고 싶었으나 방대하고 깊은 내용 때문에 부담스러웠다면, 100쪽 분량의 이 소책자를 입문서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다만, 저자가 밝히듯 “머튼의 통찰과 비전을 우리가 처한 상황에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오직 이를 행할 때에만 알 수 있다.” 우리가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머튼의 유산은 듣기(2장), 사랑(3장), 침묵(4장), 초연함(6장) 등이다. 다음은 머튼이 ‘초연함’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우리는 즉각적인 보상을 기대하지 않은 채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순간적인 만족을 기대지 않은 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특별한 인정도 바라지 않으며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사실, 매우 크고 위대하다. 그러나 위대해지고자 하는 모든 열망을 내려놓지 않으면 위대함을 이룰 수 없다.” (《인간은 섬이 아니다》 중에서)

머튼은 ‘초연함’을 그리스도인의 핵심 덕목으로 여겼다.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힘은 ‘초연함’에서 나옴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평화운동을 하면서 머튼과 서신을 주고받았던 저널리스트이자 평화활동가인 짐 포리스트는 ‘초연함’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머튼은 초연함이 평화를 위한 연대를 보다 강하게 해줄 거라 확신했다. 초연함은 결과를 얻는 데 무심한 채 혼란스러워하는 게 아니라, 이루어지기 바랐던 것과 전적으로 다른 결과가 나올지라도 선한 행동은 없어지거나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어쩌면 교인 수가 늘지 않아 조급한 목회자나 선교의 ‘열매’가 맺히지 않아 낙담한 선교사 들이 들으라는 말 같다. 그러나 머튼은 초연함이 고통을 회피하는 영성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초연함은 진리를 위해 몸과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지, 실패를 감추거나 두려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연대’에도 초연함이 필요하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