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호 대중문화 짚어주는 남자]

   
 

침샘을 자극하는 ‘욕구’ vs 최초 만족 경험을 자극하는 ‘욕망’
맛집 탐방에 열을 올리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맛집을 찾기보다는 집에서 요리하는 횟수가 늘었다. 경제적 어려움 탓도 있겠지만, 예능의 대세로 떠오른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그중 JTBC에서 방영 중인 〈냉장고를 부탁해〉가 단연 돋보인다. 내밀한 영역인 냉장고를 스튜디오에 통째로 가져온 것 자체가 파격적이다. 게다가 우리 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연예인의 냉장고 안에서 보잘것없는 식재료로 믿기 힘든 요리를 만들어내는 셰프들의 마술 같은 요리 솜씨 또한 놀랍다.

시청자는 연예인의 냉장고에서 처치가 곤란한 식자재,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스, 곰팡이 핀 음식 등 우리네 냉장고에도 있는 것들을 발견한다. 하지만 여덟 명의 셰프는 이러한 재료로 이탈리아식 오믈렛 프리타타, 스위스 요리 퐁듀, 멕시칸 음식 타코를 만들어낸다. 쓰레기가 될 운명이던 음식이 식욕을 자극하는 ‘맛 깡패’로 변신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15분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 비결은 단지 맛있는 음식으로 식욕을 해결해줬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식욕은 유기체 내 영양분이 부족하여 생긴 긴장 상태이므로 어떤 음식물이든 섭취하면 해결될 문제이다. 하지만 셰프의 요리는 배고픔으로 인한 긴장을 완화할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쾌락을 주었다.
가령 15회차에 출연한 god의 멤버 박준형이 미카엘 셰프의 ‘백 투 더 치킨’을 맛보고 감탄했던 이유는 단지 미감을 만족하게 해주는 음식을 먹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욕이 나올 것 같다며 그 음식을 극찬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데뷔 전에 동고동락하던 god 멤버들과 함께 먹었던 ‘바로 그 맛’을 미카엘 셰프가 정확히 재연했기 때문이다. 이때 재연된 바로 그 맛은 식욕이라는 단순한 욕구가 아닌 ‘욕망’의 차원에 속한다. 셰프는 최초의 만족 경험을 반복하려는 욕망을 적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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