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호] TEN (숀 글래딩 지음)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주는 책이 있다. 처음엔 그닥 기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유로운 삶으로 초대하는 십계명 탐구”라는 부제를 접하고는 스르르 ‘탐구욕’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 서문”을 읽으면서는 더 그랬다. “일련의 설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니. 뻔하겠다 싶어 책을 덮으려다, 예의상 한두 쪽 더 넘겼다. “이 책의 등장인물. 존, 스티브….” 

어라, ‘탐구’서가 아니라 ‘이야기’책인 모양이네…. 가상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픽션의 틀로 십계명을 ‘탐구’한다? 호기심이 생겨 계속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뭐 이런 멍청이들이 있어?”

한 성깔 하는 사업가 스티브가 이른 아침부터 카페에서 흥분한 이유는, 몇몇 주 의회 기독교인 의원들이 법정 안에 십계명을 게시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는 데 세금을 쓰겠다는 기사를 읽어서다. 카페 안이 ‘법정 안 십계명 게시’에 대한 찬반으로 왁자해지기 시작했고, 불우 청소년을 돕는 비영리단체 대표 제니도 끼어들었다.

“십계명은 수천 년 전에 등장한 걸요. 누가 그걸 신경 쓰겠어요?”

제니는 비영리단체 활동가답게 논리적이면서도 적이 비판적인 논조로 차분히 반문했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광고가 전 세계 경제에 힘을 실어 주고, 아메리칸 아이돌이 텔레비전 최고 인기 쇼인데다, 간통이 여전히 낮 시간 연속극의 주된 소재이고, 집에는 회사에서 훔쳐 온 비품들이 가득한데, 천 년 전에 돌에 새긴 고릿적 계명이 갈 곳이 대체 어디 있겠어요?”

책의 묘미는 열성 기독교 신자부터 안티기독교 성향의 사업가, 냉소주의적인 시민운동가, 전직 법학 교수, 알코올 중독 경력 및 전과자, 반항적인 십대와 모범생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와 자기 경험과 실생활을 바탕으로 한 십계명 토론을 벌인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대화와 토론이 ‘신학적 탐구’가 아닌 ‘실생활 토론’에 가깝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 형식을 띠어서 쉽게 읽히고, 현대인의 실생활 이야기가 등장하니 적실성이 있을 수밖에.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