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호 대중문화 짚어주는 남자]

   
 

소라넷, 뒤집힌 세계
‘서울 왕십리 골뱅이 여친.’ 대표적인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에 올라온 게시물 제목이다. 무의미한 말의 나열처럼 보이는 이 제목은 지난해 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위험한 초대남, 소라넷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편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여기서 골뱅이는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여성을 가리킨다. 소라넷 이용자들은 만취 상태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 한 후,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함께 강간에 참여할 ‘초대남’을 모집하는 행각을 벌인다. 1990년대 말에 만들어져 16년 동안 명맥을 유지해 온 소라넷은 이렇듯 골뱅이, 초대남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강간 모의 글만 하루 평균 3건이 올라오는 곳이다.(12월에 들어서는 소라넷 폐쇄 청원 사이트의 신고와 강신명 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른 대대적 단속으로 그런 게시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지하철, 버스, 공공 화장실 등에서 몰래 촬영한 여성들의 사진,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성행위 동영상을 게시하는 ‘리벤지 포르노’ 등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불법 게시물들이 넘쳐난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불법이다. 만취 여성을 성폭행 한 것은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에 해당하며, 도촬 사진을 올리거나 그것을 배포하는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해당하는 죄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소라넷은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하면 할수록 고수로 취급받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탈 행위를 하는 자는 영웅으로 대접받는 뒤집힌 세계다. 쾌락을 얻기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더 나아가 흉악 범죄까지 자행하는 소라넷은 괴물들이 서식하는 문제적 공간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단지 예외적인 사람들이라 치부하기에는 백만 명의 회원 수가 결코 적지 않다. 물론 ‘우리 안의 소라넷’ 따위의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의 심각성과 별개로, 공중파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비롯한 다수 사람들이 불법적인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잘잘못을 떠나 욕망과 관련한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런 현실은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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