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호 곱씹어 보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슬프지만 젖을 짠다”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는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 송아지 한 마리를 키워 새끼를 낳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업이 있었다. 3학년이던 아이들이 5학년 중반쯤 되었을 무렵 이 소가 조산해서 송아지를 잃었는데, 송아지 장례식을 눈물로 마친 아이들은 이후로 매일 어미소의 젖을 짜주어야 했단다. 이때의 심경을 아이들은 짧은 시로 남겼다. “쟈쟈쟈 / 기분 좋은 소릴 내며 / 오늘도 젖을 짠다 / 슬프지만 젖을 짠다”

이들을 3년째 취재 중이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기분은 좋지만 슬프다는, 슬프지만 우유는 맛있다는, 이 복잡한 감정을 알게 된 걸 성장이 아니면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창작을 하며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상(喪)’에 집착하며 홀리게 된 출발점은 틀림없이 여기라 하겠다(《걷는 듯 천천히》, 문학동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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