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호 곱씹어 보는 영화]

시인은 부끄럽다고 했다
식민시대, 비교적 넉넉한 육첩방에 기거하고 있어서 부끄럽고, 남의 나라에서 남의 나라 이름으로 공부하고 있어서 부끄럽고, 살기 어려운 세상에 시가 쉽게 쓰여져서, 이 와중에 시를 쓰겠다고 앉아 있어서, 시인은 부끄럽다고 했다(“쉽게 쓰여진 시”, 윤동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야말로 진짜 부끄러운 거라고 스승(정지용)의 입을 빌어 위로해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부끄러움이 쉬이 가시지는 않는다. 시 쓰는 마알간 청년의 부끄러움에 물든 나의 부끄러움도 그렇다. 지난 해 〈암살〉과 〈베테랑〉이 그랬듯, 2016년 한국영화는 여전히 미안하고(〈귀향〉), 화나고(〈검사외전〉〈내부자들〉), 이제는 부끄럽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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