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호 곱씹어 보는 영화] <앙리 앙리>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휩쓸려 간 축구공이 1년 후 알래스카에서 발견되어 주인을 찾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의 축구공이 곧 돌아올 거라는 소식을 들은 소년은 이렇게 말했단다. “쓰나미에 집이 휩쓸려 추억할 만한 물건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정말 기뻐요.”
‘잃어버린 것들’의 귀환은 곧 기적이고 감동이다.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려서 잃어버린 것을 기억할 수조차 없거나 상실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계에서 그들은 이걸 잃어버리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정확하게 자신의 존재(혹은 그간의 부재)를 알려온다. 상실 이전으로 결코 되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와 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은 안도감이 찾아오는 것은 그에 따른 작은 보상일 것이다. 사랑스러운 캐나다 영화 <앙리 앙리>(감독 마르탕 탈보)가 전해오는 소식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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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 영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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