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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불편한, 그럼에도 절실한
[316호 3인 3책] 홍인식 목사가 쉽게 쓴 해방신학 이야기 | 홍인식 지음 | 신앙과지성사 | 2016년
[316호] 2017년 02월 22일 (수) 17:40:22 김광남 번역가, 저술가 goscon@goscon.co.kr
   
 

대학시절에 구스따보 구띠에레스가 쓴 《해방신학》을 읽으려 했던 적이 있다. 한데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보수적인 교회에서 성장한 나로서는 신학 서적에서 접하는 해방, 개발, 실천, 연대 같은 용어들이 낯설고 불편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꼭 읽어야 할 이유도 없었기에 결국 그 현대의 고전을 포기하고 말았다.

내가 해방신학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3년에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때문이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세계의 종교 지도자들 중 어떤 이의 것보다도 인상적이었다. 라틴아메리카 출신인 그는 전임 교황들과 달리 해방신학에 호의적이었다. 같은 해 9월에 그는 그동안 교황청이 백안시해왔던 구띠에레스와 만남을 가졌다. 그 소식을 접한 후 오래 전에 읽으려다 포기했던 《해방신학》을 다시 펼쳐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오래 전과 비슷한 이유로 포기하고 말았다. 프란치스코의 말은 매력적이었으나 그의 말의 토대가 되는 신학은 여전히 낯설었다.

몇 주 전에 시내 서점에서 《홍인식 목사가 쉽게 쓴 해방신학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했다. 중남미에서 해방신학을 공부하고 선교사로 사역했던 홍 목사는 해방신학을 이야기 식으로 풀어서 쉽게 설명해주었다. 그에 따르면, 해방신학은 라틴아메리카 민중이 처한 억압과 가난이라는 상황으로부터 출발한다. 해방신학은 성서를 서구의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가 아니라 가난하고 억압당하는 민중의 시각에서 읽어내는데, 그로 인해 성서에 대한 해석이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전통적 성서 읽기는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을 성적으로 문란한 ‘부정한 여인’으로 간주하는 반면, 해방신학적 읽기는 그녀를 남자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버려진 ‘가엾은 여인’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런 여인에게 필요한 것은 회개가 아니라 다른 이의 연민과 포용이다. 예수는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했고, 바로 그것이 그녀에게 치유와 해방을 가져다주었다. 

해방신학의 교회론, 성령론, 종말론 등 역시 가난한 사람들에서 시작된다. 예컨대, 해방신학에서 성령의 바람은 위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불어오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 바람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민중의 외침 속에서 시작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도록 촉구하는 정의의 영이자 투쟁의 영이다. 해방신학은 지식보다 실천을 강조하는데 그 실천을 가능케 하는 것은 왜곡된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의 삶으로부터 불어오는 성령의 바람이다.

해방신학은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세속의 학문을 방법론적 도구로 사용한다. 나처럼 보수적인 신자들이 해방신학을 신학이 아닌 사회학으로 오해하기 쉬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해방신학은 철저하게 성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해방신학자들은 세속의 학문을 이용해 현실의 문제들을 분석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철저하게 성서 본문에 근거해 제시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해방신학은 사회이론이 아니라 신학이다.

설명이 반복되는 느낌이 살짝 있으나, 저자가 ‘정말로’ 쉽게 풀어 쓴 “해방신학 이야기”는 짧은 시간에 해방신학이라는 큰 산의 전모를 훑어볼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워밍업을 했으니 이제 두 번이나 실패했던 구띠에레스의 《해방신학》에 다시 도전해 볼까나?


김광남
숭실대에서 영문학을, 같은 학교 기독교학대학원에서 성서학을 공부했고, 책을 쓰고 번역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하나님 나라의 비밀》, 《아담의 역사성 논쟁》등 다수가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한국 교회, 예레미야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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