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호 커버스토리]

‘건물주 위에 임차인’ 시대가 온다?
어느 날 꽤 규모 있는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로부터 상담 연락이 왔습니다. 어느 지역에 10층 규모의 건물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초기 분양과 임대관리 실패로 전체 건물의 절반 이상이 빈 지 9년이 다 되어간다고요. 꽤 이름 있는 신도시 개발 지역이었고, 해당 자산은 꽤 요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자산 규모가 있는 회사였기에 망정이지 개인 투자자였거나 건물주였으면 벌써 망했을 거라고 담당자가 강조했습니다. ‘무상 임대’도 고려하고 있으니 공간을 잘 운영할 젊은 창업자들과 공간 기획자들을 소개해달라고 했습니다.

흥미로웠습니다. 공간공유 사업을 시작하기 4-5년 전만 해도 제가 주로 만나는 이들은 청년창업가들이었습니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싶은 친구들, 소호사무실 임대비용이 비싸 공유 사무실을 찾았던 작가, 공동 프로젝트를 위해 단기로 이용할 공간이 없어 카페를 전전하던 스타트업 준비자들. 이들은 하나 같이 뭘 좀 해보려고 해도 좋은 공간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도움을 구해왔습니다. 온라인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늘었어도 여전히 공간이 필요하니까요.

앞서 언급한 자산관리 회사 말고도, 공실을 해결 못해서 고민이 깊은 건물주들을 꽤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앤스페이스가 운영하는 공간 공유 사이트, ‘스페이스클라우드’(spacecloud.kr)에서 공간 운영자 그룹을 검색하다 상담을 신청합니다. 대개 비슷한 고민을 전해옵니다. 꽤 괜찮은 지역에 건물이 있는데 수년간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는다, 좋은 공간 운영자를 추천해달라, 어떤 방법으로 시설을 개선해야 하는가 등의 내용입니다. 무상 임대까지는 아니어도 각종 우대 조건을 제시하여 좋은 임차인(공간 운영자)을 연결해주길 요청합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은 곧 유행이 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그 건물을 채울 사람들에 대한 절실함이 높아지고 있으니까요.

분기별 발표되는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분기 <상업용부동산임대동향조사>에서 전국 합계 공실률은 12%가 넘었습니다.* 전국에 ‘빈집’이 100만 채 이상 된다는 점은 이제 놀라운 이슈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공간 자원이 이미 충분히 공급되어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합니다. 전문가들은 어느 지역에서 상권의 15% 이상이 비어 있으면 ‘도심 공동화’ 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합니다. 도시가 슬럼화되고 망가져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의미지요.

이미 ‘소멸도시론’까지 정립한 일본의 경우, 망가진 도시를 살리기 위해 ‘도시 재생’을 국가적 과제로 정립한 지 오래입니다. 한국도 그 수순을 밟으리란 예측이 난무합니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 상권과 건물에 부가가치가 발생할 리 없습니다. 도시가 망가지는 것이지요. 건물은 그대론데 가치가 떨어지면, 공간 소유자도 사용자도 모두 손해를 보게 됩니다. 사용하지 않는 건물과 공간을 쥐고만 있으면 이제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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