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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이 되어야 할 희년 사상
[319호 커버스토리]
[319호] 2017년 05월 24일 (수) 15:45:36 최종원 언덕교회 목사, 구약학 박사 goscon@goscon.co.kr

모든 인간은 자유와 인권의 회복을 희망한다. 자유는 인권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칸트가 말한 자유가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이미 적어도 2,500년 이전에 성서의 ‘희년 사상’이 실현되었으니 현대인들에게는 적잖은 충격일 것이다. 이스라엘에게서 ‘희년 사상’은 히브리인들의 신앙 개혁과 사회 개혁의 심장이며, 이를 통하여 새 이스라엘을 희망할 수 있었던 시발이자 시대정신이었다.

반면, 오늘날 한국교회는 예수 정신이 사라진 채 뼈대만 앙상하다. 자본이 주인 노릇 하는 교회가 되었다. 맘몬을 추구하며 급속히 타락했고 급기야 사회적 문제로 전락했으며, 더 이상 올바른 교회의 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때 성서의 ‘희년 사상’을 깊이 들여다보며, 우리 교회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아울러 희년에 비추어 오늘날 우리 신앙의 현주소를 점검하고자 한다.

‘희년’의 어의론적 개념
‘희년’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요벨’(לבוי)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다. 시간이 지나 그리스어 성서인 70인역(Septuagint)으로 번역될 때, ‘아페세오스 세마시아’(άφεσεως σημασία), 즉 ‘해방의 표지’라는 말로 번역되었고, 라틴어역 성서 《불가타》(Vulgata, 영어식 ‘벌게이트’)에서 ‘유빌라레’(Jubilare)로 번역되면서 ‘유빌레’(jubile)의 어원이 되었다.

어원적인 접근을 통해서 알 수 있는 ‘희년’의 의미는 매우 흥미롭다. 히브리어 ‘요벨’은 ‘수양의 뿔’로 직역할 수 있는데, 고대 이스라엘은 희년을 맞이하는 해의 일곱 번째 달 열 번째 날에 이 수양의 뿔을 불면서 대속죄일의 제의적 시작을 알리고 예배를 통하여 모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유를 선포하게 된다.

이는 희년이 사회적 개혁 정신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종교적인 성격도 함께 규정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다. 흥미로운 점은 70인역이 ‘해방’이라는 의미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이는 히브리어 ‘요벨’의 의미를 수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국가적 차원으로, 제의적 개념보다 사회적 개념으로 희년을 이해하려 한 의도로 보인다. 또한 불가타역이 ‘기쁨’이라는 의미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은 희년이 축제의 개념으로 새롭게 이해되기 시작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모든 번역사의 배경을 통해서 성서를 읽는 독자들은 각각의 시대에 주된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모든 번역된 용어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요벨’이 제의적 개념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여호수아 6장의 본문이 하나의 예가 된다. 이스라엘 백성이 여리고성을 돌 때, 제사장들이 ‘양각(羊角) 나팔’을 불었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출애굽기 19장 13절에서는 요벨이 나팔이라는 악기로 등장하기도 한다. 시내산에서 야웨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만남을 표현할 때, 나팔을 통해 신호를 보냈다. 이러한 내용은 결국 요벨의 제의적 성격을 나타낸다. 또한 창세기 4장 21절에서 ‘수금과 퉁소를 부는 자’의 조상인 유발은 동일한 히브리어 자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요벨’이라는 용어가 이스라엘 사회 속에서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단서다.

이밖에 ‘요벨’(희년)이라는 용어는 레위기 25장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레위기 27장에서 의미를 보충해주고 있다. 그리고 민수기 36장 4절에서 슬로브핫 여인들의 자손과 땅 문제에서도 언급된다. 비록 다른 성서 본문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정신이 나타나는 본문들은 예언서 몇몇 군데에서 발견된다.  

레위기 25장의 ‘희년’
레위기 25장은 ‘희년법’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희년의 책’이다. 희년은 자유의 해이며 회복의 해로서 레위기의 성결법전(레 17-26장)에서 공포하고 있다. 희년은 안식년이 일곱 번(7×7) 바뀐 다음 해, 즉 50년째 해를 거룩한 해로 규정한다. 이 단어가 성서에서 처음 등장하는 곳은 레위기 25장 10절이다.

“너희는 오십 년 째 해를 거룩하게 하여 그 땅에 있는 모든 주민을 위하여 자유를 공포하라. 이 해는 너희에게 희년이니 너희는 각각 자기의 소유지로 돌아가며 각각 자기의 가족에게로 돌아갈지라.”

이 말씀에 의하면, 희년은 땅과 관계가 있으며 종의 풀려남(가족)과도 밀접하다. 그래서 레위기 25장은 안식년과 함께 희년에 관한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이 두 가지를 담고 있는 거룩한 해는 모든 땅이 하나님에게 속해 있음을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23절) 그러므로 희년은 자유(해방)의 해이며, 땅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해이다.

특별히 레위기 25장 후반부에서는 세 가지 규례를 소개하는데, 모두 사회적인 개혁을 말하고 있다. 땅의 매매와 대여(23-34절), 가난한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대부(35-38절), 부채로 인한 노예 해방(39-55절) 등이다. 이 세 가지 규례들은 모두 희년의 시작과 함께 그 계약이 만료됨을 보여줌으로써(52절), 사실상 당시 이스라엘 사회가 얼마나 불의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에 사회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다. 주전 8세기 예언자 아모스도 제사장이 빚에 허덕이는 자의 겉옷을 저당 잡는 일에 대해서 사회적 심판의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암 2:8) 이는 시내산에서의 언약법(출 22:26-27)에서 철저히 금지하는 사안이었다.

이제 희년의 본문인 레위기 25장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레위기 25장 1-7절은 안식년을 소개한다. 이후 8-55절은 희년을 소개하는데, 희년의 시작은 안식년 제도와 깊게 맞물려 있다. 8절에서 ‘일곱 안식년’이 곧 희년으로 소개되지만, 10절에서는 50년째 해를 거룩하게 하라고 규정한다. 9절에서 소개하는 ‘일곱째 달 열흘날’인 속죄일이 과연 49년째인지 아니면 다음 해인 50년째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있다. 과연 49년째가 안식년인데 그다음 해인 50년째인 희년에도 농경지를 두 해 동안 휴경지로 두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성서는 이에 대한 질문을 20절에서 스스로 던지고 있다. “만일 너희가 말하기를 우리가 만일 일곱째 해에 심지도 못하고 소출을 거두지도 못하면 우리가 무엇을 먹으리요.”

이와 같은 백성들의 불평 또한 당연히 있게 마련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 레위기는 신앙적 접근으로 21절에서 답변한다. “내가 명령하여 여섯째 해에 내 복을 너희에게 주어 그 소출이 삼 년 동안 쓰기에 족하게 하리라.”

이렇게 레위기의 안식년과 희년은 서로 맞물려 있으면서 농경지의 사용에 대해서 규정하는데, 이러한 규정이 출애굽기 16장 22절 이하에서는 안식일 규정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레위기의 희년은 안식년과 안식일 이 모든 거룩한 날과 맞물려 신앙적인 해석을 시도하는 듯 보인다.

시기에 대한 논란은 당시 달력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희년은 나팔절기로 7월 10일, 유월절은 1월 14-21일에 거행되는데, 여기서 유월절이 종교력으로 계산할 때는 해의 첫 달이지만, 민간력으로 계산할 때는 오히려 나팔절이 해의 첫 달이 되기도 한다. 달력의 혼용은 55절에서 소개하듯이, 레위기의 희년 정신이 출애굽 전승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이스라엘 자손은 나의 종들이 됨이라 그들은 내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내 종이요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출애굽이 유월절 절기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출 12장) 이러한 정신은 땅의 소유가 하나님에게 있음을 고백함과 동시에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앞으로 살아갈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희년 제도가 출애굽 정신과 함께 강조되면서, 종의 자유와 해방은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된다. 본문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본문은 내용상으로 5가지 규정으로 구분되어 소개된다.

희년에 관한 규정(8-22절)
본문 8-9절에서 양의 뿔을 불면서 희년이 선포된다. 이어 자유의 공포로 각각 빚을 탕감받고 노예로부터 해방되어 자기의 소유지와 가족에게 돌아가게 된다(10절). 이어 담보물이 되는 땅은 희년까지의 날수를 계산하여 그 값을 정하게 되고, 이 역시 형제를 속이지 말라는 규정으로 보호되고 있다(13-16절). 이제 구체적으로 ‘토지’와 관련된 규정을 언급한다.

땅의 거래와 관련한 규정(23-28절)
23-24절은 농경지에 대한 규정으로 매매가 불가하고 오직 임대만 허락된다. 여기서 23절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로 기록된 이 말씀이 희년의 대표적인 정신이다. 여기서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라”의 원어적인 접근은 “토지는 영원히 팔릴 수 없다”라는 의미로 인간이 자의적으로 팔고 살 수 없음을 강조한다. 25절은 가난 때문에 자신의 유산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근친족의 의무를 규정하고, 26절에서 근친족이 없는 원주인이 다시 땅을 사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는 고엘 제도(가까운 기업 무를 자)의 의무 규정인데, 룻기 4장에서도 이 고엘 제도를 이용하여 보아스가 나오미의 기업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가옥의 매매 규정(29-34절)
여기서 두 가지 상황을 소개하는데, 성 안에 있는 집과 시골에 있는 집(29-31절)에 대한 규정, 그리고 레위인의 집(32-34절)에 대한 규정이다. 특별한 것은 성 밖의 집들에 대한 철저한 보상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들 대다수가 목자들이거나 농부들로서 그들에게 집은 매우 소중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안의 집들은 1년 안에 무르지 않으면 무를 수가 없었다. 이는 성안의 집들은 농경을 위한 용도와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희년 제도가 삶의 터전을 땅에 두고 살아가는 빈민층을 위한 개혁적인 규정이었음을 나타낸다.

대부 금지에 대한 규정(35-38절)
대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돈을 빌려주는 이자 ‘네쉐크’(ךשנ)와 ‘타르비트’(תיברת)이며, 다른 하나는 음식을 빌려주는 ‘마르비트’(תיברמ)라는 이자가 있다. 대부 금지의 이유는 가난한 자들이 노예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이자 행위가 금지되었다. 오히려 이자를 받는 대신 형제를 도와주는 것이 의무로 규정된다. 이러한 이자 금지는 주로 가난한 자들에게 적용되었지만, 부유층들의 이자 행위는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출 22:25) 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대부 금지는 분명히 출애굽 신앙 정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38절)

노예 해방에 대한 규정(39-55절)
노예 해방 역시 애굽으로부터 해방됨을 기억하기 위함이다(42절). 본문은 노예를 다루는 방법, 노예 배상의 기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규정, 이방인과 이주민에게 팔린 이스라엘 백성에 관한 규정 등을 소개한다. 노예가 되는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노예제도에 대한 개혁 법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47절 이후에 소개하듯이, 이방인이 이스라엘 지역에 살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로 부릴 수 있으나, 땅에 대한 소유권은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즉 땅은 철저히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소유물이었고, 이 땅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은 야웨 하나님의 계약 백성으로서 관계를 지속하며, 사회적으로는 이스라엘 사회복지의 단일체제를 유지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능을 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정리하면, 희년 제도는 첫째 ‘땅의 되돌림’과 관련이 있다. 레위기 25장의 희년 제도는 레위기 27장 16-25절에서 다시 반복하여 근본으로서의 소유지 가치를 고려해야 함을 소개한다. 둘째 ‘빚의 탕감’과 관련이 있다. 셋째 ‘인권, 즉 노예 해방(자유)’과 관련이 있다.

오경이 말하는 ‘희년’ 정신
레위기 25장의 희년 제도를 중심으로 오경 안에 기록된 희년의 정신들을 살펴보자. 희년이 출애굽 정신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가장 먼저 기록한 본문은 언약법(출 21:1-23:19)이다. 이 법에서 다음과 같은 희년 정신을 담고 있는 규정들을 만날 수 있다.

• 종에 관한 규정(출 21:2-11)
• 대부 이자 금지에 대한 규정(출 22:25-26)
• 휴경년에 관한 규정(출 23:10-11) 등


언약법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법안은 신명기법(신 12-26장)이다. 신명기법에서 소개하는 희년의 규정들은 다음과 같다.

• 부채 탕감에 관한 규정(신 15:1-11)
• 노예 해방에 관한 규정(신 15:12-18)


규정의 내용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바탕에 깔린 정신은 동일하다.

이러한 규정들의 발전을 비교해보면, 출애굽기와 신명기의 희년 정신은 사회개혁적인 규례들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레위기의 규정들은 사회적인 개혁과 더불어 종교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오경의 말씀이 기록되는 순서에 따라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언약법에서 신명기법으로 그리고 성결법으로 전환되면서 변천의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희년의 규정들은 점자 소유권의 양도(이스라엘에서 야웨 하나님으로), 사회적인 측면에서 제의적인 측면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법에서 점차 그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상화된 법(유토피아적 규례)으로 그 신학적인 개념이 변화된 것이다. 

예언자들이 말하는 ‘희년’ 정신
예언서에서 희년 제도는 포로기 전후로 나타나고 있다. 예레미야 34장에서 시드기야 왕이 백성들과 언약을 맺는 장면에서 ‘자유’(8절)를 선언하는데, 그 자유를 히브리인의 노예 해방으로 규정하고 있다.(9절) 이러한 언약은 그 백성들이 자기의 히브리인 남종과 여종을 놓아 자유롭게 하여, 누구든지 자기 형제 유다 사람을 종으로 삼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언약에 참여한 모든 고관과 백성들은 자유롭게 풀어준 남종들과 여종들을 다시 데려와 강제로 종으로 삼기도 했다. 예레미야에 의하면, 종들을 다시 풀어줌은 출애굽 전승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노예로 삼은 지 7년째 되는 해에 자유를 주어야 했다. 그러나 이 규정을 어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결국 바벨론 포로가 되는 현실이 다가온다는 게 예레미야의 예언이다.

자유의 서약은 종들과 깊은 관계가 있다. 본문에서처럼 히브리인을 종으로 두어서는 안 되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그 당시 자신의 동족을 종으로 두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의미는 사회적으로 계층을 나누어 계급의 세속화를 이루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바벨론 포로기 전후로 희년의 정신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은 이스라엘 역사 맥락에서 볼 때 매우 주목할 만하다.

바벨론 포로기 전후로 희년의 정신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은 이스라엘 역사 맥락에서 볼 때 매우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희년의 근거가 레위기에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규정들은 포로기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적 현상을 반영해 생겨난 것임을 추측하게 한다. 다시 말해, 국가의 위태로운 시기에 새롭게 국력을 다질 의도로 ‘희년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희년 제도를 언제 적용했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스라엘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 제도를 마련하여 흩어진 백성들의 신앙 정신을 하나로 규합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레위기에서 ‘토지’에 대한 희년의 정신은 원래의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함을 말한다. 이는 에스겔 44:28-48:22까지 14회에 걸쳐서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다. 성전의 재건과 관련하여 자세히 소개하는 이 본문은 제사장과 관련한 ‘토지’를 신학적인 측면에서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 에스겔 46장 17절에서는 ‘요벨’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데로르’(רורד), 즉 ‘자유, 노예 해방’이라는 사회개혁적인 용어를 통해서 암묵적으로 희년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에스겔의 본문은 왕의 토지 역시 다른 가문에게 귀속되지 못한다는 규정을 이어받는다. 이 규정을 통해서 왕을 중심으로 백성들이 자신의 토지를 잃어버려 흩어지지 않도록 포로기의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포로기 이후 예언자 이사야는 이사야서 61장 1절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주 여호와의 영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가난한 자들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하게 하시려는 것이다. 주께서 나를 보내셔서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게 하신다.” (필자 사역)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은 이상적인 국가의 재건을 위한 말씀으로 ‘메시아의 노래’(사 42:1-7)를 연상하게 하고, 나아가 시오니즘의 사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포로기 이후 포로 귀환자들이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자들의 곤경과 슬픔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야는 ‘희년’의 해방 선언을 역사적 상황에 적용하여 애굽의 해방처럼, 바벨론 포로민들에게 곧 자유와 해방이 있을 것이라고 선포하고 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의 사역 선언문(눅 4:18)에서도 인용되었던 말씀이다. 이사야의 선포를 이루시는 예수님의 메시아적 선언문을 통하여 누가복음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자유를 선포한다. 이러한 자유의 선포는 희년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또는 ‘무엇으로부터’ 노예된 자들의 진정한 자유와 해방이 예수님의 사역 선포를 통해 완성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보도들을 제외하면, 예언서에서는 오경에서 소개하는 구체적인 노예 해방이나 대부 금지, 휴경지에 대한 법적 언급이 빈약하다. 물론 아모스서에 대부와 관련한 언급이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희년 제도’의 적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요벨’이라는 용어도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이는 포로기 이전엔 희년 정신이 제도화되지 않은 언약법 등에서 존재하였고, 국가의 위기인 포로기를 경험하면서 사회를 다시 재정비하고 국가를 재건하겠다는 신앙적 움직임과 함께 ‘제도’로 다시 정리되어 레위기에서 빛을 발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이러한 규정들은 점점 신앙적인 차원으로 전환되어서, 예언자와 모세의 글(오경) 속에서 살아남게 된 것이다.

신앙의 역사로서 ‘희년’ 정신
희년의 정신은 신앙의 역사를 바라보는 중추적인 사고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성서의 역사는 소위 신명기 역사가와 역대기 역사가로 대변되는 두 역사가의 관점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신명기 역사가의 의도에 따라서 역사를 이해할 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즉 이스라엘 역사의 출발점은 출애굽의 역사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성서에서 출애굽 역사는 두 가지의 전승 뿌리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창세기 12장에서 시작하는 아브라함의 신앙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는 야웨 하나님은 창세기 15장에서 아브라함에게 그의 자손이 400년 동안 이방의 노예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또 다른 전승인 출애굽기 12장 40절은 애굽의 종살이는 430년간이라고 기록한다. 이 기록물은 신명기 역사가에 의해 기억되고 있는데, 열왕기상 6장 1절에서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지 사백팔십 년”으로 기록하면서 애굽에서 나온 날로부터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성전(솔로몬 통치 제4년)이 세워진 날까지의 기간으로 계산한다. 흥미로운 점은 솔로몬 통치 4년부터 이스라엘 왕정 기간을 다 합치면 430년이 나오고, 여기에 유배 기간으로 50년(희년 주기)을 더하면 480년이 된다. 이 계산법에 의하면, 애굽의 포로기 430년은 왕정 기간 430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바벨론 포로 기간은 적어도 희년의 주기(50년간) 동안 지속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제2 예루살렘 성전인 스룹바벨 성전이 건립되기도 한다. 구약학자 블렌킨솝에 의하면, 박식한 제사장 집단에서 유배 기간을 50년으로 계산한 것은 레위기 26장 34-36절에서 ‘땅의 안식’으로 표현하게 된 근거가 되었고, 역대기하 36장 21절은 예레미야 25장 11-12절의 ‘70’년의 포로 기간을 ‘땅의 안식’으로 재해석하므로 ‘땅의 회복’과 ‘그 땅으로 돌아옴’이라는 이스라엘의 제2 건국을 꿈꾸며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역사는 ‘희년’의 정신을 가장 중심이 되는 사상으로 삼았고, 그 역사의 중심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신앙 역사를 형성한 것이다.

이 시대를 해방할 신앙 대혁명의 뿌리
성서의 ‘희년’ 사상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사회 정의 실천 방안으로서 ‘희년’ 정신이며,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역사 해석의 열쇠로서 ‘희년’ 정신이다. 결국 ‘희년’ 사상이 하나의 정신적이거나 종교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사회적으로 실현되었던 제도들로서 이스라엘 공동체의 귀중한 신앙적 유산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가의 위기가 점차 장기화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그 제도의 실제적인 적용이 힘을 잃게 되었다. 신앙적으로만 이스라엘 역사의 정신 속에서 살아왔다. 그럼에도 ‘희년’ 정신과 그 제도는 여전히 이 땅의 수많은 제도 속에서 가장 소중한 ‘인권’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임은 틀림없다.

우리는 여전히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인권이 위협받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역사가가 왕정 430년을 애굽의 포로기로 비유하듯이, 현대인들도 여전히 맘몬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 위기의 시대를 간파하고, 예수님의 사역 선언문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이 시대를 해방할 가장 중심에 있는 신앙 대혁명의 뿌리, 희년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최종원
서울신학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M.A.) 과정을 마치고,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구약학으로 박사학위(Dr.theol.)를 취득했다. 2011년 8월에 귀국하여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외래교수, 독립교단 언덕교회에서 공동 목회자로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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