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호 교회 언니, '종교와 여성'을 말하다]

공부를 늘 좋아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맥을 잡으면 깊이 매료되곤 했다. 특히 나를, 인생을 설명해주는 글을 만나면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지는 듯 한참 빠져들곤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나는 그 공부의 맥을 두 번이나 끊었다. 대학 졸업 때 학부 논문상을 받았는데, 그때 학과장님은 왜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느냐고 하셨다. 학부 졸업 논문은 다분히 형식적인 거라 다들 그렇게 공을 들이지 않았다. 그러한 논문에 그래도 상이 주어질 정도의 정성을 들였다는 건 계속해서 공부를 이어갈 생각이 없는 한 잘 하지 않는 일이었기에 하신 질문이었을 것이다.

공부를 더 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불문학은 내 길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고, 그렇다고 딱히 다른 분과가 마음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부는 더 하고 싶은데, 무엇을 더 공부하고 싶은지 분과를 정할 수 없는 애매한 상태로 그냥 회사에 취직하고 졸업을 했다.

그리고 8년 후,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는 정말 박사까지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석사 종합시험도 다 치고 논문을 준비하다가 그만두었다. 당시의 가정 상황이 공부를 더 이어가기가 어렵기도 했지만, 다른 거 다 제치고 거기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면 딱히 못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8년이 흘렀다. 아마도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가기까지의 16년은 이것이 내 길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기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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