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그렇게 살아? / 김병년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13,000원

아내의 투병과 그로 인한 아픔을 ‘13년에 걸친 인생수술’이었다고 고백하는 김병년 목사의 에세이집. 세 아이 아빠로, 교회 목사로, 시민으로 살면서 겪은 분투기가 솔직하게 담겼다.

‘페친’(페이스북 친구)들 대상으로 쉽게 쓴 글들을 모았기에 술술 잘 읽히지만, 생각보다 책장이 빨리 넘어가진 않았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와 마주보게 하는 내용이 많아서다. 내 안의 좀처럼 걷히지 않는 절망, 불쑥불쑥 나타나는 공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치명적인 욕망들이 보였다. 하여 저자가 위태위태하면서도 어찌 길을 찾아가는지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엄마가 아파서 일어나지 못해도 아이들은 늘 뛰어놀았다. 아이들의 말장난이 내게 웃음을 안겨줬다. 모호해진 삶의 여정이 두려워서 울 때, 변함없이 아빠를 신뢰하는 아이들로 인해 나의 삶을 하나님께 맡길 수 있었고, 오늘 악에서 떠남이 모호한 인생길을 밝히는 등불임을 깨달았다.” (24쪽)

“오늘 악에서 떠남”이 두려운 인생을 10년 넘게 수술해 온 등불이었다. 이 고백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이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사진들은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한 사람의 삶이 담긴 묵직한 신앙 고백은 사소한 일상과 절망의 순간도 빛으로 바꾸어 놓는다!

책을 소개하면서 ‘추천사’를 언급하는 게 게으름인 걸 알면서도, 추천사 중 하나가 책의 내용을 아주 잘 압축하고 있기에 소개한다.  

“내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면, 그 사람이 나 대신 고통을 당한다. 아픔은 이동하는 것이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아픔을 끌어안고 그 아픔을 느끼기까지 사랑하면 아픔은 사라지고 사랑만 남는 영적인 신비를 저자의 따뜻하고 진솔한 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극히 일상스러운, 땅에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들이기에 더 묵직하고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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