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호 최은의 시네마 플러스]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2014)

사람들은 그에게 ‘주정뱅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피케이(아미르 칸)는 외계에서 왔습니다. 도민준(〈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이나 무려 ‘신(김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도깨비(〈도깨비〉의 공유)처럼 사정상 21세기 지구에 잠시 표류하게 되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들만큼 폼 나거나 우아하지는 못했죠. 벌거벗은 채 말도 못하는 상태였거든요. 그나마 변태 색마라는 오해 끝에 한 여성의 손을 여섯 시간 붙들고 앉아 밤을 새면서 피케이는 힌디어를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말을 하게 되자 이 남자는 신이 자신을 잘 알아보게 하겠다고 노란 안전모를 쓴 채 노란 색 종이에 “신을 찾습니다”라고 쓰인 전단지를 돌리며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고 다녀요. 신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요. 본디 그의 행성에서는 서로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언어도 이름도 필요 없다는데요. 여하튼 사람들은 그를 ‘피케이’라고 불렀습니다. 힌디어로 ‘술 취한’이라는 뜻인 모양입니다.

피케이를 흥미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방송국 말단 기자 자구(아누쉬카 샤르마)입니다. 자구는 벨기에 유학시절 파키스탄 청년 사프라즈(서샨트 싱 라짓트)와 안타까운 이별을 한 후 자포자기의 심경으로 귀국했어요. 인도의 상류층 여성과 가난한 파키스탄 무슬림 남성의 사랑이었습니다. 자구의 부모가 추종하는 힌두교 사제(사우라브 슈클라)는 일찍이 사프라즈가 자구를 배신할 거라고 예언을 했죠. 어릴 때부터 의존해 온 종교와 신은 자구에게도 큰 근심이었습니다. 물론 절대 권력인 그 사제도요. 그런 자구의 눈에 피케이가 들어왔던 거지요. 영특하고 천진한 얼굴로 쉴 새 없이 신과 세상에 관해 엉뚱한 질문들을 내쏟는 피케이는 자구가 취재 중이던 우울증에 걸린 강아지보다는 확실히 핫한 아이템이었습니다. 자구는 피케이를 힌두교 사제와 함께 방송에 출연시킬 결심을 합니다.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는 2014년 인도에서 제작된 영화입니다. 〈세 얼간이〉(2009)로 잘 알려진 배우 아미르 칸이 주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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