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호 마감 후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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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주제가 선정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회의를 비롯한 공식적인 과정은 서너 달 정도이지만, 비공식적인 과정을 포함하면 준비 기간은 더 길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수년 전 누군가와의 대화 후 느낀 여운이 기획의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20년 전 과월호를 훑어보다가 얻은 정보가 기획의 난맥을 풀어주기도 하지요. 9월호에 배움을 주제로 삼았던 데는 (동교동 삼거리에서 밝혔듯) 강동석 팀장이 읽은 《배움의 발견》이 적잖은 역할을 했습니다. 시골 출신 여성의 배움 여정을 담은 책이라고 하지요? 어떤 책인지 물었습니다.

- ‘동교동 삼거리’에 언급한 《배움의 발견》이라는 책이 궁금해졌다.

빼어난 에세이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곤란한 면이 있다. 나름 이유를 갖고 “시골 출신 여성이 경험한 인상 깊은 배움의 발걸음을 담은 회고록”이라 썼는데, 책을 제대로 읽어본 분들이라면 이 한 줄을 보고 나를 욕했을지도 모르겠다.(웃음) 딸이 교육과정을 밟지 못하도록 막는 저자의 아버지는 종말을 준비하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였다. 교육만 문제가 아니었다. 아홉 살에야 사후 출생신고서를 받았으니. 거기다 오빠의 무자비하고 상습적인 폭행에도 노출된다. 그래서 읽는 데 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다. 아무튼, 이러한 환경에 처했던 한 삶이 바뀌어가는 놀라운 여정이 담겼다. ‘폭력’ ‘맹신’ ‘방관’ ‘상실’ ‘혼란’ ‘용기’ ‘열정’ ‘자유’ 등의 키워드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그것을 회고록으로 잘 풀어냈다. ‘배움을 통한 자각이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구나’ 싶은데, 새 세상과의 만남은 옛 세상과의 결별을 뜻하기도 하니 씁쓸한 지점이 없을 순 없다.

- 그 외 참고한 책이 많았다. 특별히 9월호 주제를 심화할 수 있는 책을 꼽는다면?

기억에 남는 것은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이나, 9월호를 읽고 각자 스스로에게 ‘배움’과 관련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알아서 주제를 심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게 아닐까.

- 9월호 인터뷰이 조영수 장로는 “수입의 20% 정도를 책 사는 데 썼다”고 했다.

인터뷰에 동행했는데, 뻗어가는 관심사를 붙잡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이 남다르신 분 같았다. 얼마나 개별적인 관심사와 맞닿아서 공부를 이어가느냐가 인생에서의 배움 여정을 즐기는 한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혹시, ‘너는 수입의 몇 퍼센트를 책 사는 데 쓰냐’는 물음이었나?(웃음) 그렇다면, 매주 한 차례 이상 책 관련 택배가 집으로 온다는 말로 갈음하겠다. 쌓여만 가는 책들과 좁아지는 공간에 이상한 죄책감이 들어서 있는 그대로 밝히기가 민망하다. 내가 사는 원룸이 어느덧 작업실이 돼버렸다.

조영수 독자와의 인터뷰에서. 강동석·이범진·조영수·정민호(왼쪽부터, 존칭 생략). ⓒ복음과상황 정민호 
조영수 독자와의 인터뷰에서. 왼쪽부터 강동석·이범진·조영수·정민호(직함 생략). ⓒ복음과상황 정민호 

- ‘에디터가 고른 책’을 고르는 주관적인 기준 같은 게 있나? 똑같이 좋은 책이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뽑는지 궁금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 기준이 엄밀하진 않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면, 오래된 관심사에 가깝거나, 표지 등 만듦새가 마음에 들거나, (트렌드를 비틀든 맞서든 따라가든) 시의성 있게 반응하려 한 책에 더 눈길이 간다.

진행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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