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호 극장 언저리 모기수다]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피닉스〉

최은: 그나저나 피닉스 진짜 엄청나요! 페촐트 영화는 피닉스가 최고봉인 듯.
박일아: 피닉스 정말 좋네요. 극장에서 보면 여운이 엄청날 것 같아요.
장다나: 이 영화 뭐죠? 피닉스 짱!

이후 더 이상의 논의는 없었습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영화 속으로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작품들은 독일 근현대사가 가진 비극을 주요 화두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습니다. 서독에 있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동독에서 탈출하려는 의사 이야기 〈바바라〉, 나치 체제에서 탈출하기 위해 죽은 작가의 이름을 갈취한 독일인 이야기 〈트랜짓〉,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재건을 신화에 빗대 풀어가는 〈운디네〉에 이르기까지 망각과 기억, 복원 같은 근접 주제들을 엮어내면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책무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피닉스〉 역시 전쟁과 생존자라는 소재를 가감 없이 전면에 배치하고 있어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넬리(니나 호스)는 친구 르네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심하게 다쳐 일그러진 얼굴을 붕대로 칭칭 감은 채로 말이죠. 그렇습니다. 넬리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입니다. 그녀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오직 하나. 남편 조니(로날드 제르필드)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폐허가 된 회색 도시, 그날의 참담함을 입은 이곳 어느 술집에서 넬리는 서빙하고 있는 조니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넬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데요.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한 조니가 눈앞에 있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넬리는 얼굴을 재건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이전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본인조차 어색하게 느껴지는 낯선 얼굴을 갖게 되었죠. 이런 넬리의 처지를 모르는 조니는 그녀에게 자기 아내 ‘넬리’인 척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전쟁 후 가족이 모두 죽은 넬리 앞으로 거액의 유산이 남겨졌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사랑하는 남편과 다시는 헤어지기 싫었던 넬리는 그 제안을 수락하게 되고, 결국 자기 자신을 연기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하 사진: 〈피닉스〉 스틸컷
이하 사진: 〈피닉스〉 스틸컷

훌륭한 영화를 만나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