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호 심층 탐구] 메노나이트 교단은 어떻게 대응했나?

   
▲ 메노나이트 교단의 기관지라 할 수 있는 <더 메노나이트>가 '침묵을 통한 공범'의 관계를 깨고 요더의 성폭생을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구슨의 논문 요약본 <묶기와 풀기에 실패하다: 존 하워드 요더의 성폭행에 대한 메노나이트 교회의 반응>이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동시 게재됐다.

교단 차원의 대응기구, ‘식별그룹’을 구성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2013년 여름 <더 메노나이트>(The Mennonite) 지면을 통해 소개된 요더에 대한 바바라의 공개서한은 새로운 논쟁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더 메노나이트>는 공식적인 뉴스들을 알리는 교단의 기관지 같은 성격을 지닌 매체이기에, 수십 년 동안 계속된 “침묵을 통한 공범”의 관계를 깨고 요더의 성폭행을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더 메노나이트>의 편집자였던 에버렛은 2013년 7월호를 기점으로 독자들로부터 도착한 많은 편지를 다루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어빙 스투즈만이 태스크포스를 꾸려 이 문제를 살피게 했으며 역사학자인 레이첼 구슨을 통해 메노나이트 계간지 <메노나이트 쿼털리 리뷰>(Mennonite Quarterly Review, 이하 ‘MQR’)에 게재될 논문을 작성하게 했다”라고 이야기한다.

2013년 8월 미국 메노나이트 교단 대표인 어빙 스투즈만은 요더의 해결되지 않은 논란뿐 아니라 교회 내 성폭행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스투즈만은 요더와 관련해서 메노나이트 교단 웹사이트에 두 편의 글을 올렸다. 8월 12일에 올린 <과거에 일어난 성폭행의 어려운 이야기들을 인정하기>(Acknowledging Difficult Stories of Sexual Abuse from the Past)와 일주일 뒤인 8월 19일에 올린 <존 하워드 요더의 유산에 대한 교단 차원의 대응>(Denominational Response to John Howard Yoder Legacy)이라는 글이다. 두 번째 글에서 스투즈만은 요더 문제에 대한 교단 차원의 대응을 소개하는데, 그 핵심은 범교단 차원의 식별그룹(Discernment Group) 구성이었다.

“우리는 식별그룹을 구성합니다. 존 하워드 요더에게 학대당한 희생자들과 그의 위험한 행동으로 크게 상처받은 이들의 치유에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이 식별그룹이 그 과정을 인도해 주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러 이 일이 우리를 교회 전반의 다른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와 회개와 회복의 과정으로 이끌어 줄 것을 소망합니다.”(스투즈만, 2013).

그리하여 다음 달인 9월에 요더 문제뿐 아니라 메노나이트 교회 내의 성폭행 문제를 다루게 될 식별그룹이 4명의 여성과 3명의 남성으로 정식으로 꾸려진다. 교단의 대표인 스투즈만과 메노나이트 신학대학원(AMBS) 총장인 셍크가 공동의장으로 그룹을 이끌었으며, 성폭행과 그 피해자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전문가들, 요더와 피해자들을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1992년 교회 리더십에 요더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8명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자 《Sexual Abuse in Christian Homes and Churches》(크리스천 가정과 교회 안에서의 성폭행)의 저자이기도 한 캐롤린 홀드리드 헤겐(Carolyn Holderread Heggen)은 고문 자격으로 식별그룹에 참여했다. 

미국 메노나이트 교단의 대표인 스투즈만과 교단 신학교 총장인 셍크가 이 식별그룹을 이끄는 공동의장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 주목하자. 메노나이트 교단의 구조는 매우 분권적(decentralized)이며 각 회중과 지역 콘퍼런스가 상당한 자율성을 지니지만, 교단 대표가 요더 문제에 대한 대응을 주도한다는 점은 그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일로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식별그룹 구성원의 여성 비율이 과반수라는 점과, 해당 사안의 피해자가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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