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호 3인 3책] 고통, 인간의 문제인가 신의 문제인가 / 바트 어만 지음 / 이화인 옮김 / 갈라파고스 펴냄 / 2016

‘나는 고통을 환영한다. 강해진다, 깊어진다, 향기를 풍긴다. 그래서 나는 고통을 기꺼이 환영한다.’

손발 오글거리는 저 글귀는 ‘싸이월드 시절’ 담벼락에 적어 놓았던 프로필 글이다.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고 착한 인간의 탈을 뜯어내던 그때, 고통을 피하지 않고 견디고 극복하여 마침내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리라 하던 각오가 생생하다. 원래 ‘인생=고통’이 ‘디폴트 값’이니까, 옆에다 두고 우리를 더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도구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생=고통’이라는 공식을 증명하기란 어렵지 않지만 왜 ‘연단이 답’이라고 생각했을까. 핑계 대긴 싫지만 음…, 하나님 때문이다. 기독교인으로 ‘길러졌거나’ 기독교 신앙을 선택했다면 대부분 하나님이 이 세상과 우리의 삶을 다스리는 분이라고 믿으려고 한다. 또한 살아가며 생기는 질문들―고통은 어째서 존재하며,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와 같은―의 답을 성경에서 구하게 된다.

성서학자이자 종교학과 교수인 바트 어만 역시 자신의 책 《고통, 인간의 문제인가 신의 문제인가》를 통해 성서 저자들이 고통의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였는지 보여준다.

“고통이 죄에 대한 하느님의 벌로써 주어졌다는 해석(예언자), 다른 사람들을 학대하고 압제하는 악인들에 의해 고통이 발생한다는 해석(역시 예언자), 하느님이 고통을 통해 구원을 이룬다는 해석(요셉과 예수의 이야기), 하느님이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고통을 내린다는 해석(욥의 산문 부분), 하느님이 고통을 내리지만 우리 같은 미물에게는 설명해주지 않으므로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해석(욥의 시적대화 부분), 고통이란 인간의 이해를 벗어난 불가사의한 문제라는 해석(전도서) 등이 있다.”(264쪽)

저자는 독실한 믿음을 가지고 ‘성서에서 말하는 고통의 문제’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러나 깊이 고민할수록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고통의 원인이 ‘사랑이시고 선하시며 공의로우신 하느님에 의해서’라는 해석을 받아들일 수 없어 결국 ‘몸부림 치고 울부짖으며 믿음을 떠나’게 된다.

“나는 결국 불가지론자가 되었다. 나는 성서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 만약 진정으로 신이 있다 하더라도 그 신은 적어도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하느님이 배고픈 자를 먹인다면 왜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는가? … 왜 지구상에 있는 대다수가 불행과 비참함 속에 살아가는가? 나는 더 이상 세상사에 적극 관여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171-172쪽)

세상엔 ‘연단의 도구’로서 설명되는 고통도 물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한들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 있고, 죽음보다 끔찍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에게 성서가 말하는 고통의 원인이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저자처럼 믿음을 잃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복잡해졌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고통의 문제에 대해 확고한 답을 얻지는 못했으나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인생을 가능한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금으로서는 이 말이 고통을 대하는 가장 좋은 대응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심에스더
성을 사랑하고 성 이야기를 즐겨하는 프리랜서 성과 성평등 강사이자 의외로 책 팟캐스트 〈복팟〉 진행자. SNS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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