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호 3인 3책]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 마커스 J. 보그 지음 / 김태현 옮김 / 비아 펴냄 / 2017

2015년 1월 어느 날, 한 소식을 듣고 세상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 마커스 보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돌이켜보면 그의 책은 내가 신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중학생 시절 우리 교회 전도사님 사택 책장에 꽂혀 있었고,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마음먹었던 대학생 시절 내 책장에도 꽂혀 있었고, 기독교 신앙을 사랑하지만 교회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들을 만났을 때 우리가 둘러앉은 식탁 위에도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그는 이제 나와 같은 시대를 살지 않을 것이고, 나는 내가 속한 시대에 대한 그의 논평을 들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이제 그가 살던 시절과 같을 수 없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는 그의 말년 저작 중 하나다. ‘예수세미나’에 대한 소문 때문에 교회와 불화했던 그는, 말년에 교회를 향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특히 존 도미닉 크로산과 함께 쓴 《첫 번째 크리스마스》와 《마지막 일주일》은 대림절과 사순절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좋은 묵상집이었다. 오늘 소개하려는 책도 교회에 대한 그의 사랑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교회가 어려움에 봉착했으며, 이 위기가 언어의 상실로부터 촉발되었다고 진단한다.

“어떤 언어를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은 단순히 그 언어로 쓰인 걸 발음할 줄 아는 것 이상의 능력을 의미하며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는 능력까지를 포함한다.”(19쪽)

보그가 기독교 신앙을 하나의 언어로 보는 관점을 제시하는 이유는 소위 ‘근본주의’로 불리는 신앙 양태와 대립하기 위해서다. 전통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난 그가 보기에 성경을 ‘문자 그대로’ 읽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문법 체계와 맥락을 무시하고 ‘기독교 단어들’을 말하는 이들이다. 물론 그들이라고 아무런 체계도 갖추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보그가 ‘천국과 지옥’ 해석 틀이라고 부르는 체계를 가지고, 기독교 전통이 가진 모든 언어를 그 체계 안에서 해석한다. 이 틀에서 ‘구원’은 천국에 가고 지옥을 면하는 것으로, ‘희생’은 죄 값을 치르는 죽음으로, ‘하나님’은 세상 밖에 있는 심판자로 개념화된다. 이런 종류의 기독교는 겉보기에 신실해 보이지만, 세상에 편만한 불의에 눈감게 하고, 특정한 성적 지향을 정죄하고,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천국과 지옥’ 틀이 아닌 형태의 신앙은 어떤 것인가? 이것이 설명하기 쉬운 주제였다면 아마도 342쪽짜리 책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언어가 기초부터 배우며 삶으로 익혀야 하는 기술인 것처럼 기독교 신앙 역시 성경 읽기와 묵상과 예배와 삶을 통해 익혀야 하는 것이다. 굳이 요약해서 그 언어를 설명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보그의 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교는 인류의 커다란 갈망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개인의 변화에 대한 소망과 이 세상이 좀 더 좋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다.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추리면 결국 그 메시지는 ‘(예수를 통해 계시된) 하느님을 사랑하고 세상을 변화시켜라’가 될 것이다.”(342쪽)

*저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해석 틀’과 ‘은유’ 같은 개념은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것과 유사하다. 그의 저작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와 《도덕, 정치를 말하다》를 함께 읽는다면 보그의 책으로부터 더 풍성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여정훈
대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공부하던 중 공부에 재능 없음을 느끼고 기독교 시민단체에 취직한 후 자신이 일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만들었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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