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누가 길러요 / 서이슬 지음 / 후마니타스 펴냄 / 14,000원

요즘 자주 나올 법한 ‘육아 사회학’에 관한 내용인가 하고 집어 들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이 책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고 함께하며 엄마도 자라는 시간의 기록, 그에 바탕을 둔 생각들의 기록이다. 희귀병(클리펠-트레노네이 증후군)도 아이 일부이니 그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부분이 조금 다를 뿐, 모든 엄마가 그렇듯 어느 날 찾아온 한 아이의 엄마로 (함께) 살아가고, 부딪혀 온 세상과 사회에 묻는 이야기이다. ‘엄마’ ‘아빠’와 ‘안 돼’ 같은 말을 배우고, 양말 신기와 ‘똥’을 스스로 해결하고, 점차 사회로 내딛는 아이. 그리고 엄마 자신도 구성원인 사회에 대해 질문을 품는 엄마.

서술 도구의 힘을 쏙 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의 삶이 내 살갗으로 바로 다가와 몸으로 읽힌다. (마음에도 없었던 나조차 출산이 하고 싶을 정도라니!) 미국 소도시 유학생 남편을 둔 가정의 경제 상황과 여러 제약 속에 부부가 독박육아를 할 수밖에 없었던 3년의 시간,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간 아이의 성장에 ‘기다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아이가 자라는 데는 “가정 보육을 하든 기관 보육을 하든, 저마다의 속도를 존중하며 아이들을 길러 내려면 먼저 부모와 사회, 국가가 아이들을 기꺼이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분명 국가와 사회는, 부모가 함께 육아할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 외에도 책에 담긴 많은 생각들은 아이를 둘러싼 많은 의례적 말들, 만화들, 영상물들이 내포한 사회적 편견, 나쁜 시그널들에 대하여 재고하게 만든다.

무언가를 ‘극복’ 혹은 ‘도전’받기 위한 ‘자극제’적 책이 아니다. 강박은 스스로만 아니라 단지 나에게 온 ‘소중한 타자’인 아이까지 옥죌 뿐이다. 다만 함께 사는 법을 계속 익히며 자라는 엄마와 함께 아이들도 자란다. 그럴 때 힘든 ‘동거’도 사회도 즐거운 인생이 된다는 걸 책은 말하고 있다. 자라는 아이와 내가 연결되어 함께 삶을 살아가는 “성평등 사회 / 모든 아이가 사람답게 사는 사회 /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비폭력 사회 /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위한 생태 사회”, 여기 엄마들이 만들어가는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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