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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이 아닙니다”
[336호 사람과 상황] 교회를 맑히는 반(反)성폭력운동에 뛰어든 김애희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센터장
[336호] 2018년 10월 25일 (목) 17:06:41 김애희 poemgene@goscon.co.kr
   
▲ ⓒ복음과상황 옥명호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올해 7월 개소했다. 교회 또는 기독교 단체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세워졌다. 설립 소식이 알려지자 70건의 제보가 밀려들었다. 현재, 피해 당사자를 상담하고 사건 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나아가 교회 내 가부장 문화를 폭로하고 성 평등 문화를 정착시키는 활동도 벌인다. 교회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교회의 오랜 문화와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이기 때문이다.

실무책임자인 센터장은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6년(연임)간 사무국장을 지낸 김애희 활동가가 맡았다. 그는 전병욱 사건을 비롯한 목회자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10여 년 넘게 분투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배워가며 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교회 성폭력 문제의 복잡다단한 속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세심한 접근을 해야 하므로, 늘 조심스럽다. 그렇기에 미투(#MeToo)·처치투(#ChurchToo)·위드유(#WithYou) 운동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진정성은 물론 깐깐한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지난한 길에 한 걸음 먼저 내디딘 김애희 센터장을 만나 (주로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이 빈발하는 한국교회의 실상을 듣고, 성폭력 근절의 길을 물었다. 인터뷰는 10월 5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센터장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삶이 저를 이 길로 이끈 것 같아요. 어떤 거창한 동기가 있거나 소명이 분명해서라기보다는 삶이 자연스럽게 여기로 흘러온 듯해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에서 겪은 6년의 경험이 교회 성폭력 문제로 제 관심의 초점을 모으게 한 것도 있어요. 

― 개혁연대에서의 경험이라 하면? 
특별한 하나의 사건이 계기가 된 것은 아니에요. 개혁연대 사무국장이 해야 하는 일은 주로 교회 내 분쟁이나 갈등 관련 상담이었는데, 그중 적지 않은 비율이 교회 성폭력 사건이었어요. 그럼에도, 전병욱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성폭력 문제를 다루고 처리할 기구가 복음주의권에는 없었어요. 여러 단위로 도움을 요청할 이들은 있었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었죠. 어떻게 보면 그때 한국교회의 미숙함이 드러난 것 같아요.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거죠. 그 사이에 피해자들은 교회를 떠나고, 삶의 터전을 옮겨서 생활해요. 사건이 발생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우리는 그들에게 제대로 된 상담 서비스도 해줄 수 없었어요. 개혁연대는 워낙 다양한 범주의 교회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교회 성폭력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기 어려웠어요. 한 교회의 변화, 한 존재의 변화를 위해서 누군가는 삶을 던져야 하는구나, 뼈저리게 느꼈고 지금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런 용기를 낼 때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 새 조직을 꾸리고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마음의 부담이 꽤 컸어요. 이런 일일수록 전문성과 진정성을 다 갖고 있어야 하니까요. 실무적으로는 참고할 만한 조직이나 단체도 거의 없었어요.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계에서도 성폭력 문제에만 집중하는 조직은 거의 없거든요. 한국성폭력상담소나 한국여성민우회 같은 단체와 타종교 성폭력 상담소도 다 방문하고 자료 조사하며 준비했어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내는 것이라 녹록지 않은 과정을 밟고 있어요. 그래서 직원을 뽑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고요. 

― 센터 개소와 동시에 출간한 《미투 처치투 위드유》에 교회 성폭력 해결을 위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던데요. 분명하면서도 절제된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단 〈뉴스앤조이〉 기자들이 너무 수고를 많이 했어요. 피해 당사자들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표현하기 위해서 애를 많이 썼어요. 거기에 더해 성폭력 전문 상담가들(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 천주교성폭력상담소 김미순 소장, 탁틴내일연구소 김미랑 소장)로부터 감수를 받았고요. 교회 성폭력 대응과 관련해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인권을 보호하고 중립적으로 쓰고자 신경을 많이 썼어요.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홈페이지에 공지된 센터의 다양한 반성폭력 활동들

        
― ‘성폭력’이라는 단어 사용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많았죠. 처음 활동을 시작하면서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이유로 항의를 제법 받았어요. 왜 좋지 않은 표현을 쓰느냐는 거예요. 교회 안에는 부정적인 단어를 쓰는 것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센터에 대한 저항이 생각보다 매우 커요. 보통 목회 상담 분야나 교회에서는 교회 성폭력을 ‘성적 일탈’이라는 표현으로 포장하거나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왜곡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성폭력 사건을 ‘성폭력’이라고 정확하고 명료하게 불러야 해요.

― 올해 미투운동이 확산되는 현상을 보며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서글펐어요. 이런 분위기가 반갑기도 했지만, 분명 서글펐어요. 이들은 그동안은 왜 말할 수 없었을까. 아니, 왜 그들의 고통의 언어를 그 이전에는 우리가 포착하지 못하고 주목하지 못했을까,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들의 입을 막은 것은 아닐까, 여러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어요. 올해 상반기에만 센터로 들어온 제보가 70건이 넘어요.(센터가 정식 개소한 시기는 7월이지만, 정식 개소 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 편집자) 그분들과 통화하고,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너무 많은 고통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20년 전, 30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는 분들도 계셔요. 그 긴 시간을 침묵했다가 이제서야 말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가슴에 묻어둔 그 세월을 생각하면 서글퍼요. 아마 인권 활동가들, 상담가들도 저와 비슷한 감정일 거예요. 미투운동이 시작되면서 관련 상담가들이 상당히 바빠졌어요. 상담실도 모자란 경우가 많고,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가 예산도 이미 상반기에 다 바닥났어요.

― 정식 개소 전부터 70건이 넘는 제보가 들어오고, 30년 만에 비로소 처음 이야기를 꺼낸 분도 계시다는 건, 그만큼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같은 곳이 절실했다는 방증으로 다가오는군요.
사실 한국에는 성폭력 상담소가 170곳이 넘어요. 서울에만 수십 군데가 있어요. 그런데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참다가 우리 센터가 생기고 나서야 전화를 한다는 것은 이제야 ‘말할 곳’이 생겼다는 뜻이겠죠. (일반) 상담소에서는 교회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교회 공동체의 속성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개입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쉬워요. 기독교 관련 상담소라고 하더라도 진정성이나 전문성 차원에서 믿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을 테고요.

― 교회 성폭력 문제의 경우는 고려할 부분이 더 많다는 얘긴가요?
그렇죠. 일단, 목사가 가해자인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아요. 피해 강도와 수위가 높은 편이고요. 교회 내 신뢰했던 사람에게 당하는 성폭력이라 ‘친족 성폭력’의 트라우마와 유사하게 가해자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지 못하고, 기존의 관계를 포기하기 어려워해요. 예를 들어 분쟁 중인데, 가해 목사가 아파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피해자가 묻기도 해요. 저도 상담하다 보면 헷갈릴 때가 많은데, 교회 내에서 목사와 평신도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담가들은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지 못하는 그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죠. 그 관계를 이해하더라도 교회의 분위기나 관계의 속성을 깊이 알지 못하면, 효과적으로 개입하지 못하죠. 교회 성폭력 피해자 중에는 교회가 유일한 사회적 자원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 관계를 포기하기는 어려운 거죠. 어떤 상담사는 “교회를 빨리 떠나라”라고 하는데 피해자들은 교회를 떠나면, 본인이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부정해야 하는 느낌을 받아요. 내가 하나님처럼 아버지처럼 존경했던 사람과 다퉈야 하고요.

― 교회 성폭력 사건이 났을 때, 같은 교인들로부터 겪는 2차 피해는 없나요?
사건을 왜곡, 은폐하기도 하고 용서를 강요하기도 해요. 우리는 교회를 살리고 회복하는 것이 피해자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해요. 피해자를 위해 법적 조력이나 의료적 지원을 해주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내하면서 피해 상황을 극복하도록 돕는 동시에 우리는 교회에 가서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를 만나 사과를 받고 (교회 안에서) 처벌하는 일까지 해야 해요. 그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서 교회의 평화가 깨져 있는 상황이라면, 회복하는 일도 해야 하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구조적 원인도 찾아내야죠.

   
▲ ⓒ복음과상황 옥명호

― 교회를 살리는 것이 곧 성폭력 예방이자 피해자를 살리는 길이다?
그분들에게는 교회가 곧 가족이고 사회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공동체 안에서 회복되어야 해요. 피해자에게 고통이라는 것은 참 다층적인데요. 그 수많은 고통의 층위 중 육체적 피해는 어쩌면 작은 문제일지도 몰라요. 교인들로부터의 2차 가해도 엄청나지만, 동시에 피해자분들도 교회가 깨지기를 원치 않아요. 공동체로부터 ‘이단아’ ‘외부인’이 되어 고립될 거라는 공포감도 대단히 크고요. 온전한 회복은 그분들이 다시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 사건이 벌어진 교회의 회복까지 염두에 두려면, 더 세심한 개입이 필요하겠습니다.
고려할 게 많아요. 어떤 경우는 피해자의 피해를 도구 삼아서, 교회 권력 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목사를 내보내기 위해서 피해 교인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가장 위험한 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공동체는 다양한 이익이 충돌하는 곳이죠. 가해/피해 이분법적 구도로만 설명되지 않는 관계들도 있지요. 남자와 여자, 목사와 교인, 단선적으로 접근하고 개입하면 오히려 갈등이 증폭될 수 있어요. 가해자를 악마화하거나, 아주 특별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취급하는 것도 조심해야 해요.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의 여지를 주어야 교인들이 폭력에 대해서도 더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사건을 통해서 교회는 어떤 사람의 말이 그동안 많은 권위를 가졌고,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소외되어 왔는지 성찰하는 기회를 가져야 해요. 어떤 그릇된 문화가 통용되어 왔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죠. 그래야 권력 구조의 문제가 바뀔 수 있어요. 인식과 믿음 체계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담임목사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구나, 권력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느라 약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했구나, 스스로 느끼고 변화하도록 개입을 해야죠. 교회 성폭력은 한 방의 솔루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 교회 성폭력의 특징 중 하나가 ‘위계·위력 관계에 의한 성폭력’이잖아요. 최근에 와서 ‘안희정 무죄 판결’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권력이 적은 사람들은 생존 문제로 불가피한 선택을 하고 눈치를 보며 살아가요. 특히 여성은 외모나 태도가 사회적 자산으로 여겨지는 문화에 적응하며 사회화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문화 안으로 편입되고 내재화되면서, 위계와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노출되는 건데요. 사실, 사건들 속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었는데, 그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다가 이제는 개념화하고 정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거죠. 우리나라가 성폭력특별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때가 1994년이에요. 반(反)성폭력 역사가 매우 짧아요. 위계와 위력 등에 의한 성폭력은 피해 당사자가 공론화를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일차적으로 수사기관에 가서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 ‘왜 가만히 있었는지?’ 등을 설명해야 하는데 이해받지 못하고 의심당할까 봐 알리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거죠. 공론화와 법정 다툼을 시작해도 유죄 판결을 끌어내기까지는 정말 지난한 과정을 밟아야 해요. 대법원까지 간다고 보면 수년이 걸리는 거죠. 안희정 판결에서 보듯이 유죄 판결을 받기도 어려워요. 피해자는 그 기간에 자신의 일상과 신변의 노출을 끊임없이 견뎌야 하고요. 교회 성폭력에서 위력 관계를 증명하기는 더 어려워요. 일반적인 관점으로는, 목사는 교인들에게 ‘고용’된 사람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위력과 위계 관계가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거죠.

― 목사와 교인 간에는 그루밍(길들이기) 과정이 있어서, 위력 관계를 증명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신앙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 악질적이죠. 그루밍 과정은 직접적인 성폭력 행동이 있기 전에는 그것이 성폭력을 위한 길들이기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요. 얼굴을 익히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이 겉보기에는 목사의 역할로 보이잖아요. 심지어는 성폭력 행동 이후에도 피해자가 그 사실을 인식 못할 때도 있어요.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을 신앙적 행위였다고 하면서, 자신이 ‘영적 아비로서 네가 딸 같아서’ 한 행동이라고 강조하거든요. 목회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하는 한국교회 구조에서, 교인은 헷갈릴 수 있어요. 목회자에게 과잉 의존하는 이런 문화는 목사에게도 안 좋아요. 처음부터 성적인 목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쌓은 것이 아닐지라도, 교인을 통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려 할 때는 쉽게 그루밍 성폭력으로 넘어가는 거죠. 성폭력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실수가 아니에요. 비정상적 권력 관계, 성차별이 만연한 구조, 왜곡된 성 문화 안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봐요.

― 한국교회는 특히 목회자에게 ‘순종’을 강조하는 분위기라 더 치명적이네요. 그에 저항하는 것은 곧 불순종으로 낙인찍힐 테고요.
그 문화 안에서는 목회자에게 순종하는 것은 정말 당연한 거예요. 피해자 상담을 하다 보면, 순종적인 성향이 강한 분들 비율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납득이 되지 않는 말씀을 하는 분도 있어요. ‘나는 피해자이지만, 가해자의 영적 권위는 존중한다’라고요. 가해자의 설교가 너무 좋아서, 위로를 받는다고요. 양가감정이 있는 거예요. 죽도록 밉지만,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는 거죠. 그게 그루밍의 속성입니다. 교회 내 그루밍에 대한 이해 없이 피해자 진술을 들으면 전혀 이해가 안 가죠.

― 교인들조차 그런 이해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교인들 각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한국교회는 그동안 철저하게 ‘약한’ 존재를 부정하거나 도려내는 방식으로 교회 문화를 형성했어요. 교회 안에서 권력이 약한 존재는 소외시키는 거죠.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약자를 도려내려고 하는 거죠. 교회가 온전성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함과 약함을 동시에 끌어안는 작업을 해야 하잖아요. 교회 내 성폭력 피해를 해결할 때, 사과와 처벌은 물론 약함에 대하여 존재론적으로 깊이 숙고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피해자의 시선으로 성서를 읽는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는 것도 좋겠고요. 나아가 권력과 이해가 충돌하는 사람과 어떻게 진정성 있게 소통할 수 있을까 교회 안에서 해봐야죠. 다양한 존재들이 모여 융합하고, 조율되고, 온전해질 수 있는가 실험하고 학습하는 문화가 되어야죠. 성폭력 예방은 단순히 ‘피하는 기술’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의 온전한 소통, 온전한 대화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입니다.

   
▲ ⓒ복음과상황 오지은


― 교회 성범죄가 사회문제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교단 차원의 개입이나 대응은 어떤가요? 개혁연대에 계시면서 교단 총회도 꾸준히 참관하셨는데 변화의 여지가 발견되는지도 궁금하고요.
솔직히 말하면, 교단은 답이 잘 안 보여요. 교단 차원에서 유의미한 정책이나 선언이 나오기는 하는데, 단지 이벤트성에 그치거든요. 단적인 예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요. 협소한 자원으로 어떻게 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인지….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죠. 요즘 저희 센터에서 공론화된 성폭력을 노회나 총회에서 어떻게 처리했는지 전수조사를 하고 있어요. 대다수 사직 처리로 끝냈어요. 대다수 교회는 가해 목사에게 ‘사직서’를 받으면 사건이 해결된 거라고 여겨요. 성폭력 사건이 목사 개인의 일탈이라고만 생각하기에 ‘꼬리 자르기’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거죠. 그러다 보니 담임하던 교회 여고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목회에 복귀했고, 소속 노회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어요.
교단 차원에서 가해 목사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벌은 더 이상 목회를 못하도록 면직 처리하는 것인데요.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여러 해 각 교단 총회를 참관하고 조사했지만, 교단 내부에서 성폭력에 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 앞으로 센터가 할 일이 많네요. 현재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 주력하는 일은 피해자 상담이에요. 피해자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일이 자기에게 벌어진 일을 정리하는 일이에요. 자기 문장으로 그 일을 쓰는 작업인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피해자들은 살아가기 위해 그동안 고통의 경험을 지우며 살아왔어요. 그분들에게 자신의 언어를 찾아서, 그 일을 기록하고, 트라우마가 있으면 극복하도록 돕고, 형사 고소의 요건이 있는지 따져 법률 지원을 하고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데, 피해자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제도가 의외로 제법 갖춰져 있어요. 그런 기본적인 정보를 주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에게는 큰 지지가 되지요. 지역마다 개설되어 있는 ‘해바라기센터’(성폭력·가정 폭력·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365일 24시간 상담·의료·수사·법률 지원을 원스톱으로 운영하는 기관-편집자)에 신고만 해도, 법적 자문과 정신과 상담,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이런 기본 정보만 알려줘도 피해자들은 많이 놀라죠. 

― ‘언어를 찾아주는 일’이 정말 중요하겠어요.
앞서 말했듯 수십 년 전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하셔요. 성폭력 피해를 기억하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그 상처를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감추기도 해요.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치유의 과정임을 알고 있기에, 안전한 사람들에게 그 경험을 드러내는 기회를 만들어가길 원하기도 하죠. 비슷한 아픔이 있는 분들끼리 모여서 자조(自助) 모임을 하면, 일단은 자신들이 환대받고 용인되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아무에게도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요. 청소년 시기나 20대 초반의 나이에 겪었던, 꾹꾹 눌러왔고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고통을 말해요.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니까 다들 눈물을 흘리죠. 정교한 글쓰기는 아니더라도 8-10주 과정의 글쓰기 모임도 갖고 있어요. 엄마 이야기, 몸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거죠. 언어화할 수 있는 경험은 매우 중요해요. 자기 언어로 말하고 쓸 수 있을 때 소통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소통할 힘이 생겨야 싸울 힘도 생겨요. 처음엔 다들 쭈뼛쭈뼛했는데 이제 다 친구가 되었어요. 가장 큰 변화는 웃음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채팅방에 이모티콘도 자주 등장하고요. 이제는 서로 밥 먹고 사는 이야기를 주로 하셔요. 하나의 공동체죠. 이런 일은 본래 교회 공동체가 해야 할 일 아닌가요? 고통을 나눌 친구가 되어주고, 소통할 수 있는 힘과 일상을 살아낼 의지를 불어넣는 일 말이죠.

   
▲ 교회 성폭력 해결에 관한 가이드를 담은 <미투 처치투 위드유>.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 교회 공동체의 당연한 역할인데, 새삼스럽네요.
누군가 고통받고 있을 때 그 곁을 지켜주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공동체 내에서, 공동체에 의해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곁에서 같이 울어주는 동료가 되어주는 거죠. 그래야 피해자도 공동체를 떠나지 않고, 일원으로 남아 있을 수 있어요.

― 성폭력 사건 관련해 교회 공동체에서 유의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한 사람이 처한 상황과 맥락을 모른 채 다가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에요. 예를 들어, 피해자에게 공론화를 강요하는 것도 조심해야 해요. ‘너는 왜 미투운동 안 하느냐’ 강요하는 것도 폭력일 수 있어요. 먼저 그 용기의 무게를 가늠하고 피해자를 대해야겠지요. 그 누구도 피해 당사자를 전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음을 인정해야 해요. 저도 교회 문제와 관련한 시위 현장에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항의는 했지만 신고는 못했어요. 고민이 되더라고요. 이게 추행이 맞나, 단체 사무국장으로서 이 일을 공론화하는 게 조직에 부담되는 것은 아닐까 등 여러 생각이 몰려왔죠. 피해 당사자의 상황과 그가 느끼고 있을 압박감을 쉽게 가늠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처음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정확한 정보를 갖고 피해자가 안전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이 필요해요.  

― 삼일교회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전병욱 전 담임목사로부터 전별금을 일부 돌려받았고, 교회 차원에서 기독교반성폭력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병욱 성범죄 사건을 해결하려고 활동하면서 삼일교회 교인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당신들의 싸움은 단순히 전병욱의 목사직을 빼앗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고통당하는 피해자들의 피난처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요. 그런데 실제로 삼일교회가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선택을 했어요. 전화위복의 선례가 된 거죠.

― 센터 활동을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 존재를 살리는 일이기에 돈이 많이 들어요. 삶을 책임지는 일이잖아요. 우리가 전문 상담사, 전문 변호사, 정신과 의사 등을 만나기 위해서는 역시 돈이 반드시 필요해요. 이를 위한 후원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예요. 여러 분야에서 전문 역량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봉사와 헌신도 절실한 상황이고요. 관련 자료도 계속 남겨야 해요. 강의하거나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건데, 참고 자료가 너무 없어요. 센터로 들어오는 케이스를 기록하면서 교회 성폭력에 관한 자료도 정리해야죠. 미성년 성폭력이 교회 내에서 많은데, 관련해서 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어요.

   
▲ 성폭력 피해자 수사절차도.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성폭력위기센터·장애인여성성폭력상담소, <성폭력 피해자 법률 지원 안내서>(2014. 12), 30쪽 참고.

■ 홈페이지: yourvoice.or.kr
■ 상담 문의: 02-365-1994
■ 후원 계좌: 국민은행 750601-01-276306(기독교반성폭력센터), 국민은행 343601-04-122703(한빛누리-세금 공제용)

 

정리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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